보통은 남자 뮤지션을 좋아했다. 특히나 흑인 음악으로 한정한다면 더욱 한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사실 90년대 이후 알앤비씬도 남자들이 많았지만 힙합씬은 뭐 말할 것도 없었지. 7-80년대 펑크, 디스코, 소울 음악들도 비슷했다. 그래서 10대와 20대 초반까지는 남자들의 음악을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좋아했던 여자 뮤지션은 셀 수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소라의 6집 [눈썹달]이 내겐 굉장히 소중하다. 2007년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 창밖을 보며 '바람이 분다'를 들었던 순간과 그 때 그 감정은 여전히 아릿하게 남아있다. 생각하면 갈비뼈 사이 구멍에 찬 바람 들어오는 것 같아.. 그 때부터 조금씩 다른 장르의 음악들도 듣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이소라는 특별했다. 쓸쓸하고 외로웠다. 파괴적이었고 절절했다. 아주 가끔 달달했고. 무엇보다 누구도 따라할 수 없었다.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고. 꽤 오랜 시간을 음악을 좋아하고 매달려 왔는데, 음악이 아니라 새로운 무언가를 좋아하게 된 것 같았다.

 

 나윤선, 김윤아, 김사월, 조금 더 쓰면 아이유까지.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그리고 얼마전부터 느낀 건데, 요즘은 선우정아의 음악을 가장 좋아하는 것 같다. 이렇게 '가장 좋다'라고 표현하는게 어려워서 몇 번을 썼다 지웠는지 모르겠다 ㅋㅋㅋ 음악이 좋고 목소리가 좋은 거야 당연하고, 무엇보다 자기비하, 자기연민, 자기애와 자존감 사이를 오가는 가사가 좋다. 가수로서 누리는 화려한 삶이 아니라 '세상 사는 것 다 거기서 거기야'라고 말하는 동네 술 잘하는 누나의 이야기가 들려서 좋다.

 

나도 쟤처럼 멋들어지게 차려 입으면 / 훨훨 날아 갈 줄 알았어

악마조차 울고 갈 만한 욕심이 아니라면 / 사람들은 왠만하면 다 거기서 거기야. / 그냥 모두 다 잘 잤으면

생일 같은 것 아무도 모르고 넘어갔으면 / 사랑은 받는 것도 참 쉽지 않아

내가 바란 미래는 겨우 / 누군가의 윗층이야.

 

 글을 마무리하기 전에 좋아하는 노래 몇 곡 추려서 올리려고 했으나 노래가 취향이 아니라 가수 자체가 취향인지라 추릴 수가 없음.... 코로나 빨리 끝나고 공연이나 보러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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