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시작전부터 저렇게 자욱한 안개를 깔아 놓더니 공연 내내 조명과 안개, 그리고 그의 음악과 목소리가 하나된 꽤 멋진 공연이었다. 공연은 기타와 전자드럼, 신디사이저와 키보드, 루프스테이션등을 활용하여 3인조로 이루어졌고, 일렉트로닉을 베이스로 하였지만 그의 공연에는 흑인음악의 그루브도 있었고, 포크의 따뜻함도 있었고, 가스펠이나 성가에서 나오는 홀리함도 가지고 있었고, 클럽에서나 나올법한 덥스텝의 강렬함도 가지고 있었다. 현장에서 라이브로 들은 그의 음악은 앨범보다 훨씬 자극적이었고, 매우 강렬했다. 특히나 조명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게 느껴지더라. 영상을 틀어놓은 것이 아님에도 음악과 잘 어울리는 어떤 이미지들이 충분히 떠올랐다. 


 


 첫 곡 I Never Learnt To Share을 부르는데 오.. 역시 앨범에서만 듣던 목소리를 실제 공연장에서 라이브로 듣는 느낌은 특별하다. 듣자마자 속으로 '역시 잘왔어, 훗, 역시 나야(?)'를 반복했다. 공연에서 특히나 강렬했던 순간이 몇번 있었는데, 가장 처음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세번째 곡이었던 To The Last를 부르던 순간이었다. 원래 앨범에서 별로 좋아하지는 않던 곡인데, 후렴구가 시작되는 순간 그들 뒤로 해질녘 노을 색의 조명을 강하게 비추었고, 바닷가를 연상시키는 파도소리와 갈매기 소리가 중첩되면서 흡사 태양이 지고 있는 바닷가를 떠오르게 했다. 강렬한 조명 위로 비추는 그들의 실루엣과 왠지 모를 슬픔을 머금은 그의 목소리가 굉장히 '홀리'하게 느껴졌는데, 꽤 감동이었다.

 키보드 한대에 의지해서 불렀던 A Case Of You나 앨범에서 꽤 좋아하던 Our Love Comes Back을 부를때도 좋았다. 사실 To The Last이후로 한동안 이도저도 아닌 느낌이 좀 있어서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이러면서 살짝 실망하던 차였다. 안그래도 피곤한데다가 공연장에 왔으면 앨범과는 분명히 다른 즐거움이 있어야 되는데, 앨범과 같진 않지만 딱히 낫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별로없었다. 어쨌거나 이 부분은 전자음에 보코더 입힌 목소리로 부르는 그의 노래가 따뜻한 포크공연 보는 느낌도 나고 그래서 좋았다. 이 부분부터 후반부까지는 쭉 좋았음.


 Klavierwerke로 예열하고 공연장을 클럽분위기로 압도해버린 Voyeur는 공연장에 있던 모두가 인상깊게 즐겼을만한 순간이었을 것이고(뭐랄까, 확실히 덥스텝이어도 제임스 블레이크와 클럽은 잘 연상이 안되는데, 의외로 굉장히 좋았다.), 뒤 이어 나온 Retrograde로 공연의 방점을 확실히 찍었다. 사실 이 때 루프 스테이션을 활용했는데, 초반부에 허밍을 하는 순간 관객들의 함성소리가 그대로 녹음 되어서 반복될때마다 관객들의 함성소리가 나와서 좀 우습기도 하고 거슬리기도 하고 그랬다. 그러나 이미 좀 흥분상태였기 때문에 그마저도 좋았다. 어쨌거나 명곡은 명곡이다. 앵콜곡은 Measurements 한 곡이었는데, 루프스테이션으로 반주없이 노래만 오바좀 보태서 수십겹을 입히더니 맞춰서 키보드로 반주 좀 해주다가 루프스테이션 켜 놓은 상태로 그대로 인사하고 퇴장하는데, 이 횽아 왠지 쫌 멋있어보이더라 ㅋㅋㅋㅋㅋ 쿨하고 간지나잖아 왠지??ㅋㅋ


 

출처 : YESCOMent 페북 페이지



 (이번 앨범으로 정체성이 조금 모호해졌어도)확실히 그가 덥스텝 뮤지션인것도 알았고, 그냥 몽환적이고 쓸쓸한 느낌에 공연장과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음에도 의외로 잘 어울린다는 것도 확실히 알았다. 게다가 여심을 휘어잡는, 보호본능 일으키는 쓸쓸한 목소리(와 외모까지)는 공연 분위기와 더할나위없이 잘 어울렸다.(노래 사이에 제임스블레이크한테 I Love You!, Marry Me! 뭐 이런말들 쏟아지더라 ㅋㅋㅋ 확실히 여성관객이 많았음.) 조명을 잘 활용해서 단순히 청각에만 의존하는 공연이 아니었다는 것도 좋았고. 아, 그리고 공연 끝나고 나오면서 느낀건데 대한민국 힙스터들(혹은 좀 있어보이고 싶어하는 사람들-에는 나도 추가) 대정모 였던듯 ㅋㅋㅋㅋ 아무튼 2014년의 첫 공연은 꽤 좋았다. 올해도 내한공연은 쏟아지던데 땡기는 건 없어서... 고마워요 잘 봤어요. 제임스 블레이크 횽.



그리고 이태원에서 내일 밤에 애프터 파티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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