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유재하님의 한정판 리마스터링 LP. 이벤트를 하길래 그의 음악에 대한 소회를 대충 풀어썼는데 당첨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턴테이블이 없다는게 함정. 씨디만 사다가 정말 오랜만에 엘피를 집어드니 꽤 묵직하고 마음에 든다. 잘 전시해둬야지 ㅋㅋ


 경향신문에서 선정한 우리나라 100대 음반중에 2위였던 이 음반은, 듣는 음악의 폭이 넓어지던 2007년즈음 해서 처음으로 들었었다. 그냥 들리는 말로 엄청 대단한 음반이라고 하니까, 뭔가 좀 의무감 같은게 있었던 듯 ㅋㅋㅋㅋ 그런데 들어보고 이게 왠걸.. 이 노래 못하는 아저씨는 누구야 ㅋㅋㅋㅋㅋㅋ 대중음악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을 알고 있었고, 가사, 멜로디, 편곡 등이 가요사를 감안하여 들었을 때 평범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는데, 가장 먼저 들리는건 그런게 아니라 이 아저씨 목소리.... 앨범을 한 번 쭉 돌려들은 소감은 그랬다. '난 진짜로 아무것도 모르겠다.'


 내가 그와 동시대의 사람도 아니고(뽀뽀뽀도 이해 못할 나이였으니까.), 음악을 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 전까지 레코딩 상태 좋고, '잘 부르는'사람들의 노래만 들어왔기 때문인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았다. 아.. 그런데 노래는 진짜 입에 촥촥 감기더라. 멜로디가 귀에 촥 하고 감겨서 잘 떨어지지 않는 느낌? 물론 어디선가 한번쯤을 들어봤을 법한 노래들이긴 했지만, 하루종일 흥얼거렸던 기억이 있다. 확실히 명곡은 명곡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즈음해서 찾아낸 이 앨범의 포인트, '진.정.성.'


 으아니... 이 오글거리는 단어는 무엇인가?!?! 진정성이라니?!?!?

 대학 다닐 때 김주혁과 봉태규가 주연을 맡았던 '광식이 동생 광태'라는 영화가 있었다. 그 영화에서 고백한번 시원하게 못해본 광식이가 사랑하는 그녀의 결혼식에서 예정에도 없던 축가를 부르는 장면이 있었다. 그 노래는 최호섭님의 '세월이 가면'. 아.. 그 노래 참 못부르더라. 녹음된건데도 ㅋㅋㅋ 그런데, 어설프게 잘 부르는 것 보다 아예 못부르는 사람에게서 그 '진정성'이라는 단어가 곧 잘 떠오른다. 영화에서도 그랬고, 현실에서도 그렇다. 어설프게 바이브레이션 넣지 않고, 흔들리는 음정을 억지로 붙잡고 스트레이트하게 부르는 모습. 글쎄, 그 진정성이라는게 '못 부르지만 용기를 내서 사람들 앞에서 부른다'는 모습 때문인지, 아니면 못 부르는게 더 순수해보이기 때문인지(약간 덜 떨어진게 순수해보이는 것처럼)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못 부르는 노래를 땀 뻘뻘 흘리며 열심히 부르는 모습을 보면 슬며시 미소짓게 된다. 특히 남편이 직접 불러주는 결혼식 축가 같은거 ㅋㅋ 삑사리 쫌 나고 박자 놓치고 그런거 ㅋㅋ 깔끔하게 잘 부를 때보다 짙은 감동이 있을 때도 있다.


 모르겠다. 명반이라는 얘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기 때문에, '진정성'이라는 단어로 나 스스로를 합리화 시키려는 건지, 아니면 그 순수하고 진정성 있는 목소리가 그대로 내 마음에도 박힌건지... (실제로 이 노래들은 그가 사랑하던 여인에 대한 이야기로 만들고 부른 노래들이라지..) 어느 쪽이 되었건, 지금은 유재하님의 목소리로 그의 노래를 듣는 걸 참 좋아한다. 노래 잘 하는 수많은 가수들의 리메이크 곡보다 훨씬 더.


 이 앨범도 언젠가 뜯어서 턴테이블 위에 올려 놓을 날이 오겠지. 그 때까지 비닐도 벗기지 않고 소중하게 간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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