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6년 11월 25일 금요일. 눈을 떴다. 오늘은 예비군 훈련이 있는 날이다. 평소보다 조금 더 잤다. 작년 예비군 때는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차가 많이 막혔다. 조금 일찍 집을 나서본다. 역시나 오늘도 차가 많이 막힌다. 그래도 한결 여유롭다. 시간은 촉박하지만, 그래도 작년의 경험 때문인지 늦지 않을 것을 알고 있다. 신호대기 중이다. 생각해보니 음악을 안틀었다. 네이버뮤직을 켜고 음악을 재생해본다. 아.. 네이버 뮤직이 어제부로 연장을 그만두었다. 이유는 Frank Ocean의 새 앨범을 서비스 해주지 않아서. 3개월 무료라는 애플뮤직을 써보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신호가 세번은 바뀐 것 같은데 여전히 이 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아쉬운대로 씨디를 플레이 시켜본다. 뒤져보니 12년전에 CD로 구웠던 MP3 CD가 있다. 재수할 때 들었던 씨디다. 어셔의 컨페션, D12, 프린스의 뮤지꼴로지가 들어있다. 프린스 입덕 씨디다. 프린스가 죽은지 몇년은 지난 것 같아.. 유난히도 긴 한 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10분을 남기고 훈련장에 도착했다. 주변이 온통 아저씨다. 험악한 아저씨, 덩치 큰 아저씨, 착해 보이는 아저씨, 잘 생긴 아저씨. 뭐 이러나 저러나 다 아저씨들.. 왜 그렇게 군복만 입으면 다들 나이들어 보이는 건지. 등록부에 등록을 하려고 보니 내 앞에 온 아저씨들이 다 나보다 나이가 어리다. 아.. 그렇지.. 나도 엄청 아저씨지. 훈련이 시작할 때까지 애플 뮤직을 등록해본다. 내가 가진 체크카드는 비자카드가 없다. 새 계정 등록이 안된다. 체크카드를 새로 발급받아야하나...

 

 하늘이 엄청 파랗다. 티없이 맑고, 춥다. 코 끝이 찡할만큼. 딱 내가 좋아하는 날씨다. 예비군 훈련은 받기 싫지만, 이렇게 밖에 나와있을일이 또 언제나 있겠다 싶다. 그것도 이 좋은 날에. 파란 하늘인 날들이 그렇게 많았는데, 그 때마다 광합성은 커녕 선크림도 필요없는 나날을 보냈다. 학교에서 있을 여러가지 일들이 생각났지만 잠시 접어두기로 한다. 찝찝하다. 접고 싶어도 잘 안 접혀진다. 산책같은 훈련들로 오전을 보내고 밥을 먹는다. 작년과 같은 메뉴. 몸에 굉장히 안 좋을 것 같은 부대찌개다. 짜고 달고. 설탕을 얼마나 들이부었을까. 설탕을 덜덜 떨면서 넣는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맛이다. 차로 돌아와서 음악을 좀 듣다 지갑을 보니 비자 체크카드가 있었다. 왜 몰랐지. 나이가 든게 분명해... 안그래도 요새 자꾸 단어가 생각이 안나더라고.. 애플뮤직은 아쉽게도 한국 계정으로는 들을 수 없는 노래가 너무 많다. 3개월은 커녕 그냥 네이버뮤직으로 돌아갈까 고민된다.

 

 안보교육까지 마친후에 육천원을 받아들고 집으로 향했다. 절반밖에 들을 수 없은 프랭크오션의 신보를 틀었다. 좋다. 1집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좋다. 집에가서 좀 누워있다가 친정으로 향했다. 오늘은 김장하는 날. 2시간여를 달려서 도착하자마자 마늘 한바구니, 생강 몇 줌이 내 배당으로 돌아왔다. 다 끝내고 나니 열두시가 넘었다. 집-의정부-집-충주로 이어지는 예비군 훈련과 김장 스케쥴이라니. 아직 김장은 시작도 안했다는게 더 슬픈 하루였다.

 

2. 오랜만에 집에 왔으니 지겹도록 자...기는 커녕 일어나자마자 밥도 안먹고 이것저것 사러 농협과 한살림을 들렀다. 그리고 엄마, 누나, 매형과 함께 김장시작. 몇년째 김장을 하고 있지만, 올해는 할머니가 없어서 그런지 오래걸리고 힘들다. 할머니댁을 두번이나 오가며 필요한 물품을 날랐고 한살림에도 다시 다녀왔다. 앉아서 빨리 끝내버리고 싶은데 하다보면 심부름, 하다보면 심부름. 아저씨는 맞는데, 집에선 막내다. 힘들게 김장을 끝내자마자 저녁준비를 한다. 사방에서 날 찾는다. 주방에서 채썰면 거실에서 부른다. 문득 레스토랑 막내보조는 얼마나 힘들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막내여.......

 

3. 며칠전에 학교에서 어떤 아이들이 '선생군주'라는 만화를 보라고 했다. 친절하게 링크까지 걸어주면서. 닮았다고, 꼭 봐야 된다기에 5화까지 보고 덮었다. 학생이 선생님을 좋아하는데 선생이 철벽치는 뭐 대충 그런만화. "날 넘어뜨려봐"에서 더 이상 볼 수가 없었다. 저런걸 좋아하면서 보는구나. 그 정도 참고 봤으면 최선을 다한거.

 

4. 이건 오늘 일인데, 일을 마치고 연극을 보러 대학로에 와있다. 8시부터 시작. 대학로에 와보니 젊고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저 '젊은' 무리 중 하나였을 때가 있었을텐데.. 뭐, 또 아재타령맞다. 누군가에게는 나도 '젊은이'라는 생각이 잠깐 스쳤지만 흘러지나갔다. 카페가서 일이나 좀 할 생각이었는데, 일은 됐고, 맥주나 한 잔 하고 갈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바쁜데 맥주는 무슨, 카페가서 일이나 하자. 라고 카페에 들어와서 블로그를 켰다. 그리고는 무슨 얘기를 하는지도 모를 얘기를 주저리주저리 쓰고 앉아있다.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다. 오늘 아침 월요명상 방송에서 어떤 선생님이 일기를 쓰라고 하셨다. 사실 이 블로그는 내 일기장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과거와 현재를 가감없이 쓰는 곳..인데 너무 오랫동안 뭘 안 썼길래 그냥 뭐라도 쓰고 싶었다. 오늘은 꼭. 연극이나 보러 가야지. 그리고 오늘은 왠지 연극이 꽤 재밌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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