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정으로 양일권에서 토요일 1일권으로 바뀌어서 좀 많이 아쉬웠다. 첫 날에 램지 루이스나 파로브 스텔라 밴드의 공연을 꽤나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는데, 예상대로(?) 그 두 공연의 반응이 아주 뜨거웠다. 더불어 로드리고 이 가브리엘라의 공연까지. 아마 내가 첫날 공연장에 갔다면 딱 그 스케쥴대로 움직였을텐데... 아, 물론 미카의 공연은 인기만큼 엄청난 떼창이 함께한 공연이었다고...ㅎㅎㅎ 어쨌거나, 미카의 공연을 보기 위해 조금 일찍 스파클링 돔으로 이동했던 많은 이들이 파롭 스텔라의 공연을 보고 뻑갔다고 여기저기서 난리인 것을 보니 단독 공연도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하여간 비교적 공연동선을 짜기 쉬웠던 첫날에 비해, 둘째날은 공연 전날까지 고민이 많았고, 심지어는 공연장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동선을 바꾸기도 하였다. 뭐 결과적으로 꽤 좋은 공연이었으니 그걸로 만족. 페스티벌때마다 기회비용이라는 것을 절실히 체감하고 있다.


 도착하고 자리깔자마자 시작한 정성조 빅밴드의 공연은 슈퍼밴드였지만 사실 좀 무난했다. 선곡도 그렇고, 그냥 맥주 마시면서 BGM삼아 들었다. 원래 계획은 테잎 파이브를 보다가 일어서서 고상지 누나의 반도네온 소리를 듣기 위해 자리를 옮길 예정이었으나 급 변경. 왠지 스탠딩 존에 무지 들어가고 싶어졌다. 게다가 듣다보면 자리를 못뜰꺼 같아서 아예 돗자리까지 다 챙겨서 스탠딩존으로 이동했다. 5분전쯤 스탠딩존에 들어갔음에도 앞에서 세번째 줄에 자리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람도 별로 없었고, 공연이 시작하고도 스탠딩존의 절반을 채우지 못한 상태였다. 아무래도 국내에서 유명하지 않다보니 뭐.. 하지만 공연이 시작하자마자 이내 스탠딩 존이 가득 찼다. 다들 앉아서 볼 수 없었던 거지.. 지나가던 사람들도 불러 모았을 것이고 ㅎㅎ 공연은 예상대로 엄청나게 신났다. 잠깐이라도 앉아서 듣다가 다른 공연장으로 옮길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미안할 정도로ㅋㅋㅋ 두 보컬의 무대매너는 끝내줬고, 밴드가 가진 흥겨운 에너지가 고스란히 관중들에게 스며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앞에서 그렇게 신나게 연주하고 노래를 불러대는데 밑에 있는 사람들이 신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첫 곡인 Cool Cat In A Town, Ice From Russia, Pantaloons, Far Far Away 등등 끊임 없이 관중들을 신나는 스윙의 세계로 초대하였고, 사람들은 쉴틈없이 춤추고 소리지르고 박수를 쳤다. 마지막곡 Bad Boy Good Man을 부를 때까지 무대 위, 아래 가릴 것 없이 모두에게 신난 공연이었다.(참고로 서재페 공식 페이스북에서 춤추기 좋은 곡들을 올리는 이벤트를 한 적이 있는데, 다들 편리왕의 I'd Rather Dance with U나 미카의 노래 같은 유명한곡 올리고 있을 때, 내가 테잎 파이브의 Bad Boy Good Man이 이번 라인업중에 짱이라고 올렸더니 떡하고 당첨되서 22000원짜리 피크닉 매트 받았다ㅋㅋㅋㅋㅋ 나의 덕후기질이 좀 부끄럽긴 하지만 살림에 미약하게라도 보탬이 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탐매 하면서 받는 도토리 백개라던가....;;)







이건 서재페 온다고 찍었던 트레일러 영상. We want you join the SWING PATROL!


 70분동안 정신없이 놀고 춤춘뒤에, 고상지&최고은이 공연하고 있는 수변무대로 발길을 돌렸다. 단지 한번도 직접 들어보지 못했던 반도네온 소리를 들어보고 싶어서였는데, 입장을 기다리는 중간에 리베르탱고가 연주되더라..... 으허..... 뭐 어쨌건 그 공연도 보고 이어서 공연하는 제프버넷을 보러 겸사겸사 이동한 거니까. ㅎㅎ 내가 좋아하는 공연만 골라다닐 수는 없으니 제프 버넷이나 바우터하멜의 공연 중의 하나를 골라보라고 여자친구에게 말했더니 제프 버넷이 좋겠단다. 로이 하그로브가 꽤 보고싶긴 했지만 반도네온 소리도 들어야 했고, 제프 버넷도 온김에 보고싶기도 했으니까 사실 잘 보면 됐었는데...... 아.. 작은 수변무대에 사람이 너무 많았다.  이미 고&최의 공연 중반부부터 사람들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 같은데, 내가 들어갔을때는 겨우 얼굴이나 확인 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람이 꽉찼고, 이들 대부분이 또 제프버넷까지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사람이 빠지겠지 하는 순진한 생각으로 중앙 계단에 들어섰다가 전혀 움직이지 못한 채로 중앙 계단에 서서 노래를 들어야 하는 참사 + 힘들어서 앉았지만 앞사람들은 앉을 자리가 없었기에 무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함정 + 갑자기 내리기 시작하는 비 삼단 콤보에 갑자기 짜증 지수 막 상승 ㅋㅋㅋㅋㅋㅋ 키보드 연주하는 앨범 프로듀서랑 둘이 공연하는데 라이브가 뛰어나지도, 밴드도 없이 MR이 80%인 이 공연을 내가 왜 이런 불편한 자세로 비 맞아 가면서 봐야하는가 불쾌감이 들기 시작ㅋㅋㅋㅋ 음악이 귀에 들어오지를 않는다. 앨범으로 듣지 내가 지금 뭐하는겨.... 나중에 이 상황을 참지 못한 몇몇 사람들이 중앙계단을 포기하고 바깥으로 나가면서 계단에 서있던 모든 사람들이 공연 시작 20분 정도 뒤에 계단에라도 착석할 수 있었는데 그러고 나서야 음악이 조금 귀에 들어오더라. 그가 가장 좋아한다던 로린 힐의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을 불렀다. 나도 좋아한다. 그 노래. 커버 곡 많이 부르더니 이 곡도 나쁘진 않더라. 폭발하진 않지만 멜로우한 음악들이 확실히 여성들에게 잘 어필하는 듯 ㅋㅋ 진짜 못생겼는데 손 한 번 뻗을때마다 여자들 함성이 ㅋㅋㅋㅋ Cool Girl같은 노래 부를 때 떼창하는거 보니 제프 버넷이 한국 좋아할만 하네, 생각이 들었다. 찝찝함을 뒤로하고 공연이 끝나기 전에 공연장을 빠져나왔다.





 사실 애초에 계획은 고&최의 공연부터 최백호&박주원의 공연까지 쭉 수변무대에 있을 예정이었으나, 히로미 트리오 프로젝트가 갑자기 너무 땡기는거야.. 막 마구 촉이 와 ㅋㅋㅋㅋㅋㅋ 들어본 거라고는 예전 서제페 페이스북에 공연영상 하나였는데, 왠지 꼭 봐야할 것 같은 촉이 와서.. 남는 시간에 예정에 없던 Kings Of Convenience의 공연을 보기로 했다. 우비를 받아 들고 돗자리를 깔고 불편한 자세로 앉아서 비를 맞으며 듣는데, 오... 이거 운치있다. 예전 내 미니홈피 음악이었던 Kayman Islands하고 Homesick같은 거 들으니까 갑자기 대학교 다니던 20대 초반의 감성이 마구 솟구쳐 ㅋㅋㅋ 그래, 한 때는 나도 이렇게 감성돋는 음악들만 찾아듣던 때가 있었는데.. 그땐 듣던 음악들 아무한테나 선뜻 추천해줘도 다들 좋다고 그랬는데 ㅋㅋㅋㅋㅋㅋ 이제는 취향이 너무 산으로 갔다. 망함. 약 40분 정도 듣고 히로미 트리오를 듣기 위해 체조경기장으로 이동. 







 화장실 들렀다가 공연 시작 5분전에 입장했는데... 헐.. 그 넓은 스탠딩 존에 사람이 1/4밖에 없다ㅋㅋㅋㅋㅋ 뒤쪽의 좌석도 물론 텅텅비어있다. 하긴.. 한쪽은 편리왕, 다른쪽은 최백호&박주원, 그리고 편리왕이 끝나면 오늘의 헤드라이너 쌀아자씨가 나온다. 나도 잘 몰랐던, 인지도 바닥인 재즈뮤지션이 이렇게 한산한게 당연하지. 게다가 그 많은 여자사람이 별로 없다. 분명 오늘 여자들이 훨씬 많아보였는데, 이곳은 남자가 더 많다. 그렇다. 편리왕과 쌀아저씨는 그런존재..... 공연은 약 10분정도 지연되었다가 시작됐는데, 이럴수가.. 오늘 나의 촉은 물이 오를대로 올랐구나 ㅋㅋㅋㅋ 편리왕, 쌀아저씨 노래 듣겠다고 밖에 비맞으며 앉아있는 수많은 처자들이 안쓰러울 정도로, 한편으로는 이런 좋은 공연을 봤다는 뿌듯함을 넘어선 우월감을 느낄정도로 좋은 공연이었다. 쌀 아저씨를 비하하는건 아니곸ㅋㅋㅋ 진짜 공연 직후 그런 느낌이 들 정도로 생각보다 훨씬 좋은 공연이었다. 피아니스트인 우에하라 히로미는, 칙 코리아나 스탠리 클락과 같은 굵직한 재즈 뮤지션들이 러브콜을 한다느니 어쩌느니 그런 얘기를 소개책자에서 봤는데, 보고나서 인정 ㅋㅋ 완전 인정 ㅋㅋㅋㅋㅋ 일단 라이브에서 빛을 발하는게, 우에하라 히로미의 피아노 연주는 화려하다.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만 있어도 입이 쩍 벌어질 정도의 화려한 속주에, 온 몸을 다해 연주한다. 템포는 빠르고 때로는 훵키하고, 아찔할 정도로 화려하다. 물론 드럼 솔로도 어마어마했고, 뚱한 표정의 베이스 아자씨도 멋있었다.(알고보니 나머지 두 아자씨도 엄청난 뮤지션들ㄷㄷ 베이스 주자인 Anthony Jackson은 디지 길레스피하고 앨범도 내고, 엄청 유명한 사람 다수의 사이드맨이었음. 드러머 Steve Smith는 무려 Journey 드러머 출신 ㄷㄷ) 게다가 그녀가 단지 화려하기만한 퍼포머는 아니고, 트리오의 흩어질 듯 화해하고, 경쟁하고 양보하는 세 악기의 조화가 인상적이었다. 눈을 뜨면 화려한 손가락에 넋을 잃고, 눈을 감으면 정신없는 속주들 속의 아름다운 조화에 감탄한다.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것은 피아노와 하나된 채로 너무나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히로미의 모습 그 자체였는데, 그 모습을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내겐 어마어마한 힐링이 되었다. 몇번을 소름 돋은채로 보다가 여자친구가 힘들어해서 좌석으로 옮겼는데, 연주가 끝나고 정말 기립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혼신을 다한 연주를 보여줬는데, 일어서서 박수쳐주는 수고 정도 안해주면 안되지.. 게다가 쌀아저씨 공연 시간 가까워 오니까 좌석이고 스탠딩이고 진짜 사람 몇 안남기고 다 빠지던데.. 열 사람 몫으로 환호하고 박수쳐주고 싶었다. 앵콜도 한곡 이어졌는데, 보는 내내 '아..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를 몇번을 반복했는지 모르겠다. 



드럼은 이 아자씨 아니었는데..


요 트리오 였음.


 짙은 여운을 안고 공연장 밖으로 빠져나오니 메인 무대에서 Damien Rice가 Volcano를 부르고 있더라. 내한공연이 20만원이 넘어가는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책정될 정도로 인기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쌀아자씨가 헤드라이너라니.... 라인업의 허리는 탄탄하다 생각했지만 헤드라이너로는 쌀아자씨 좀 많이 부족하지 않나..... 모르겠다. 어쨌거나 헤드라이너는 인기가 기준이 되는 게 맞는 거고, 쌀아저씨가 그만큼 대중의 수요가 많았으니 헤드라이너가 됐다고 이해하면 되긴 하는데.. 아무튼 왠지 내 눈엔 통기타 하나 덜렁 들고 백밴드도 없는 그 아자씨가 좀 초라해보였다. 작년 헤드라이너 지풍화, 조지 벤슨, 올해 첫날 헤드라이너였던 램지 루이스하고 비교하면...음...아무튼 뒤에 서서 좀 보다가 신발이 서서히 젖어가길래 참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일단 내 상태가 안 좋은데 누구 음악이 귀에 들어올까... 아까 받았던 여운도 사라질꺼 같아서 돌아왔다.


 페스티벌은 어쨌거나 기회비용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들리는 말로는 로이 하그로브 퀸텟과 최백호&박주원의 공연이 좋았다고 하던데.. 하루에 봤던 공연 중에 딱 두개만 즐거웠다면 이미 본전은 뽑은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일단 두개는 어마어마하게 좋았으니 그걸로 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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