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싱어 휘성편이 나오고 그의 노래가 재조명 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기도 하고, 새 앨범이 기대되기도 한다. 사실 휘성이야기라는 이 타이틀은 휘성씨가 한참 군 복무를 시작하던 작년 2월쯤, 술먹고 충동적으로 휘리릭 썼었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원래 쓰려고 했었던, '흑인 음악'을 하는 뮤지션으로써의 휘성씨에 대한 이야기를 조만간 2편에서 써야겠다고 마음은 먹고 있었다. 보면 알겠지만 안썼지.... 거의 2년만이네.


 좋은 글은 주제와 기승전결이 확실히 있는 글이겠지만, 그렇게 쓸 자신은 없고 오늘도 술마신김에 생각나는대로 지껄여보려고 한다. 



 가장 먼저 언급해야 되는건 휘성의 'With Me'. 히든싱어에서 우스갯 소리로 한국 가요계가 휘전휘후로 나누어 진다고 했는데, 좀 오바스럽지만 분명히 인정할 만한 부분은 있다. 일단 라이브형 가수이자 (3집 이후에 나아졌다지만) 그런 비쥬얼을 가진 가수가 그런 큰 관심을 받은경우가 그전까진 거의 없었고(...), 2집 타이틀이었던 이 'With Me'는 리드미컬한 미디움 템포의 곡으로, 이전까지 가요계에서는 듣도보도 못한 곡이었다. 그 곡으로 각종 차트들을 휩쓸었으니 말 다했지. 이전 글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휘성 2집이 발표되고 나보다 먼저 그의 노래를 들었던 우리반 친구가 '휘성 이번곡 댄스던데?'라고 하던 말을 잊을 수가 없다. 그렇다. 그 땐 발라드가 아닌 곡은 그냥 댄스였다. 이후로 휘성은 With Me의 작곡가 김도훈과 많은 곡을 함께 했는데, '불치병', 'Good-Bye Love'와 같은 이후 앨범들의 타이틀 곡을 비롯해, 최근의 '가슴 시린 이야기', '결혼까지 생각했어' 외에도 앨범에 수록된 많은 노래를 함께 하면서 연달아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사실 위에서 언급한 노래들의 스타일은 거의 비슷한데, 리드미컬한 미디움 템포 알앤비 + 후반부 애드립으로 뽷!!! 이라는 '휘성 공식' 같은 것이 있다. 사실 어릴땐 가장 좋아하던 휘성의 스타일이었는데, 좀 자기 복제 같은 느낌이 있어서 2-3-4집의 임팩트에 비해서 '가슴 시린 이야기', '결혼까지 생각했어' 같은 노래들은 좀 식상했다. 후반부의 뽷!!!하는 임팩트를 그리워 하는 사람을 위해서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더불어 휘성의 알앤비 발라드들도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데뷔곡 '안되나요'로 시작해서, 2집부터 이어진 미디움템포의 타이틀 + 애절한 발라드의 후속곡이라는 '휘성 공식2' 같은게 생겼다. 전에 글에서 언급했지만, 애절하다 못해 절망적이고 찌질하기까지 한 휘성의 감성이 슬픈 멜로디와 잘 어우러져 항상 좋은 결과물을 내 놓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영민하고 세련됐다고 생각되는 곡은 '사랑 그 몹쓸병', 감정이 극대화 된건 역시 '안되나요' 그리고 'I'm Missing You.'. 혹자는 갑자기 나오는 지나친 애드립이 거슬려서 휘성의 음악을 편하게 감상한 적이 없다고 이야기 하는데.. 어느 정도는 동의 ㅎㅎ 가끔 감정보다 기교에 감탄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래도 어쨌건 목소리에 슬픔을 담아내는 것은 확실히 탁월하다.


 뭐 사실 앨범들을 보다보면, 랩댄스 곡도 있고, 가스펠, 모던락, 레게, 클럽 튠의 컨템포러리 알앤비도 있었다. 특히 클럽튠의 컨템포러리 알앤비는 6집에 이현도와 함께 작업하면서 많이 실렸다. 6집의 결과물도 특출난 곡이 별로 없을 뿐, 프로듀싱은 굉장히 매끈하게 잘되었다. 하지만 이것들은 모두 좀 곁가지......



 그럼 이제 흑인 음악 쪽을 살펴보자. 미디움템포 알앤비도 분명 흑인 음악의 느낌을 낸 노래들인데, 흑인 음악의 감성까지 완벽하게 잡아낸 노래들은 아니었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앨범은 미니앨범 'With All My Heart And Soul'인데, 사실 이 때 부터 가쉽등으로 휘성이 좀 하락세...... 그래도 음악적으로 알앤비가 가진 본연의 감성을 재현하기 위해 고심하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앨범이다. 더구나 그것이 당시 한참 트랜드였던 니요 스타일의 미디움템포 알앤비가 아니라 메인스트림과 관계 없이 앨범에 더 Soul을 담아 내려고 노력한 듯 하다.


 어린이들의 감성에는 좀 안맞을지도 모르겠지만 'Choco Luv'은 진짜 잘 만들어진 베이비 메이킹 쏭이다. 간질간질 음악도 그렇고, 휘성의 간드러지는 보컬과 공기가 80%는 섞인 듯한 목소리도 노래와 정말 잘 어울리지 않는가? 농밀함이 느껴지는 숨소리.. 게다가 가사도 그렇다. 어디서 어린이들이 '이거 키스하는 얘기야'라고 하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데(댓글이었나...), 그거 아니야 아이들아.... 아름다운 사랑이야. 저속한거 아니야. 솔직하게 느끼는 대로 말해도 돼. 사실 이 앨범이 나오기 전에 싱글로 '우린 미치지 않았어'라는 슬로우잼 노래가 있었는데, SM을 다룬 가사 때문에(그 SM 말고 그 SM...) 굉장히 화제가 됐었다. 이현도가 만든 노래야 두 말할 것도 없이 좋았고(특히 그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ㅜㅜ), 이런 주제로 가사를 쓰는것도 전에 없던 일인데, 이렇게 적당히 에둘러서 표현하는 것도 흑인 음악의 그것과 매우 닮아있다. 덕분에 흑인 음악 팬들에게는 큰 환영을 받았고.. 게다가 이게 스타일을 팝 쪽으로 변경했던 5집 이후에 나왔던 노래라서 더더욱 ㅎㅎ 이런 노래들 때문에 대중으로부터의 관심을 멀어졌지만, 흑덕인 나는 두팔 벌려 환영할 노래들이었다.



 뿐만아니라 역시 같은 미니 앨범 수록곡의 '완벽한 남자'의 가사도 유치하고 단순하지만 그것을 에둘러 표현하는 흑인 음악의 작법을 잘 재현해냈다. 여러 알앤비들의 가사를 해석해 볼 때마다 느끼는건, 생긴건 안그래서 생각보다 훨씬 순수하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아무것도 몰라요'의 순수함이 아니라, 느끼는 대로 표현하는 솔직함에서 오는 순수. 그가 1집에서 불렀던 Sisqo의 'Incomplete'만 들어봐도 느낄 수 있다. '난 돈도 많고 차도 좋고 주변에 예쁜 여자도 많지만, 너 없이는 내 삶은 불완전해'. 뭔가 느껴지는게 완벽한 남자랑 비슷하지 않아??? 가끔 당황스러울 정도로 유치하거나 노골적이기도 하지만, 그것도 적당한 상황을 설정하고 그 안에서 에둘러 녹여낸다. 그런 감성들이 휘성의 노래들에서 종종 나타나는 것 같았다. 아마 작곡가 '전군'과 같이 작업하면서 그런쪽으로 굉장히 많이 이야기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긴 한데... 사실 안타까운건, 휘성이 가진 불쌍 + 찌질의 이미지 때문인지, 아니면 실제도 목소리에 그게 배어있어서 그런지, 밝은 노래를 불러도 정말 밝다는 느낌이 안든다. 아니, 초기 앨범의 노래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은거 보면 이미지 때문만은 아닌 듯 하다. 분명 밝고 사랑스러운 느낌을 가지고 불러야 되는 노래고, 본인도 그렇게 부르려고 한 것 같은데, 이상하게 어둠이 끼어있어.. 히든싱어에서 거미나 케이윌도 이야기 했지만, 스스로를 너무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행복한 순간보다 힘들고 괴로운 순간이 많은 탓인지 자꾸 목소리에 어둠이 끼어있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좀 오바스러운 반응인가 ㅋㅋㅋㅋㅋㅋ


 어릴 때 신승훈의 노래를 들으면서 가창력이 엄청 좋은 가수는 아니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 생각이 바뀐게 2000년에 7집 타이틀곡 '전설속의 누군가처럼'의 첫 라이브 공연을 TV에서 보고 난 후였다. 컴백 후 첫 무대였는데, 무대가 그렇게 편하게 보이고, 여유로워 보일 수가 없는 것이다. 혹자가 말하는 가창력의 기준에는 조금 못미칠지도 모르겠지만, 확실히 관록이 있었다. 마음 속에 조금의 불편함도 느낄 수 없었고, 처음 보는 노래인데도 같이 즐기면서 볼 수 있었다. 진심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다. 휘성도 이제 곧 7집이 나오겠지? 지나치게 '프로페셔널'해야 된다는 마음가짐을 조금 내려놓고, 더 편하게 더 즐길 수 있는 가수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무튼 이것으로 술김에 썼던 두편의 휘성이야기가 2년에 걸쳐 끝!! 뭐라고 쓴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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