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을 보고 아직 부푼 마음이 채 가라앉기 전에 썼어야 했는데, 벌써 좀 늦었다. 3일이 꼬박 지나고 나서 글을 쓰려니 쓰려고 했던 말들, 셋리스트, 그리고 공연장에서 그녀가 했던 말들이 잘 떠오르지는 않지만, 그 날 있었던 전반적인 분위기라도 흔적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이 있어 다른 지방에 잠깐 들렀다가 서울에 빠듯하게 올라갔는데, 당연히 공연 시작 30분전에 입장 할 줄 알았더니 1시간 전부터 입장이더라. 아, 이번 공연은 대부분이 지정좌석이고 뒤쪽 부분만 스탠딩이었는데, 악스홀의 규모가 크지 않기에 스탠딩석을 예매했었다. 예매번호는 3번 4번 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늦었다. 서울와서 여유부리다가 생각보다 더 늦었다. 그래도 스탠딩 입장 제때 못한다고 조바심나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그 이유가 표가 그렇게 많이 팔리지를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실 표가 많이 안팔린게 좀 이해가 안갔는데, 나름 이 누나 그래미 상도 타면서 꽤 유명하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물론 재즈라는 장르 특성상 인지도가 조금 떨어지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다른 재즈 공연들 보면 이 정도 공연장은 거뜬히 채우던거 같았는데.. 아무튼 공연시작 15분 전쯤 도착했는데 스탠딩 석은 썰렁하더라. 게다가 지정좌석도 다 채워지지 않았다. 좀 심했다. 이 누나 실망하면 어떡해........ 페북에 한국에서 공연한다고 글도 남겼던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은 참 좋았다. 그녀가 노래했던 'Black Gold'에는 그녀자신도 분명히 포함되어야 한다. 행복한 표정으로 노래부르는 그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고 아름다웠으며 아름다웠다. 난 그 표정이 너무 좋아.... 얼굴만 봐도 같이 행복해지잖아. 그리고 예뻤다. 몸매도 늘씬하고. 노래도 잘해. 콘트라 베이스를 뜯는 모습은 너무나 사랑스럽다. 아.... 그날 하루만큼은 그녀의 콘트라베이스가 되어 그녀에게 백허그를 당한 채로 뜯기고(?) 싶었는데.....!!!!!!!!!!!



날 뜯어요 에스페란자 스팔딩 누나...ㅜㅜ



 이번' Radio Music Society World Tour 2012'에는 그녀의 베이스와 기타, 키보드, 드럼, 섹소폰 셋, 트럼펫 둘, 트롬본 둘, 코러스 둘까지 빅밴드가 동원되었다. 그렇다. 사운드의 양에서 일단 압도한다. 나오자마자, 그리고 연주가 끝날 때마다 연주자들의 이름을 호명해주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서로가 서로에 대한 배려가 넘치는 "Society"를 보는 것 같아 보는 내내 흐뭇했다. 특히 등장하자마자 밴드원들 소개부터 하는 걸 보고, 이런 배려!! 이런 따뜻함!! 아.. 멋진 여성입니다. 가운데서 섹소폰 부시던 흑 누나 진짜 입이 쩍쩍 벌어졌고 대머리 트롬본 아저씨, 키작은 트럼펫 아저씨, 솔로부분 정말 끝내줬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조금은 오글거렸지만) 대화와 노래 'Black Gold'를 통해 깨우침의 과정을 보여준 코러스 횽 진짜 목소리......ㅜㅜ 흑인 남성 목소리는 왜 이렇게 좋지.. 목소리가 깡패.... 마치 Mario Winans의 목소리가 떠오르는 감미로움이 있었다. 





 앞서 이야기한 'Black Gold'도 참 좋았고 개인적으로는 환경에 대한 언급과 함께 불렀던 'Endangered Species', 첫 곡이었던 'Smile Like That', 'Crowned And Kissed', 지금 바로 여기, 당신을 위한 곡이라던 'Radio Song'도 매우 좋았다. 특히 'Radio Song'은 공연 마지막 곡이었는데, 노래를 알려주고 함께 부르도록 유도했다. 전작에 비한다면 워낙 '팝'적인 색채가 강해진 앨범이었고, 셋리스트도 신작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이번 공연은 빅밴드와 함께 내한한만큼 '재즈'에 충실한 공연이었다. 한 곡, 한 곡 정성스레, 그리고 열정적인 연주를 보여줬고, 때문에 적은 셋리스트에도 두 시간에 가까운 공연이 진행되었다. 그녀는 그녀보다 키도, 덩치도 한참 더 큰 콘트라 베이스와 상대적으로 귀여운(?) 일렉 베이스를 오가며 다양한 연주를 보여줬다. 특히 콘트라 베이스를 뒤에서 감싸안고 열정적으로 뜯는 솔로부분은 아직도 강렬하게 남아있다. 다만 그녀의 목상태가 조금 안 좋아보이긴 했는데, 영상들에서 봤던 좀 더 시원한 라이브를 듣지 못해 아쉽긴 했지만 뭐.. 이미 그녀는 표정만으로도 내 맘을 충만하게 만들어 줬으니까........ 그랬다.....





 현장에서 그녀의 노래를 들은 느낌은 앨범의 수록곡이나 그녀의 표정만큼이나 따뜻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목상태가 좋지 않아도, 차가운 스피커를 뚫고 나와도 분명히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아우라가 있다. 그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 워낙 피곤했던 날이라 2시간 가까이 서있는 일이 보통은 아니었지만(사실 중간에 하품도 하고 힘들긴 했어....) 내 마음만은 따뜻해져서 돌아간 기분이었다. 아....... 그녀가 다시 한국을 찾을 날이 있을까.. 생각보다 관객수가 꽉 차지 않아서 아쉬웠는데.. 이 곳에서 어떤 인상을 받고 돌아갔을까.... 노래나 듣자..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