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 Me Back (Deluxe Version)

아티스트
R. Kelly
타이틀곡
Lady Sunday
발매
2012.06.29
앨범듣기




음악에 미쳐있는 덕후들을 보면 그 시작이 가족, 친지인 경우가 많다. 랩을 듣기 시작하던 내 사촌동생에게 내가 내민 것은 나스의 일매릭이었고, 그는 나보다 더 지독한 힙덕이 되었다. 랩도 막하고 다니고. 그리고 내가 일매릭을 듣기 시작한건 물론 누나 때문이었고. 정확히는 우탱클랜으로 시작했지만 ㅎㅎ


 아무튼 중요한건 그게 아니라, 우리 아버지도 음악이 메인은 아니고 서브수준이긴 했지만 엄청난 음덕이셨고, 덕분에 자연스럽게 누나와 나도 음덕이 되었다. 그런데 의외로, 우리집에서 갖가지 음악 경연프로그램을 가장 잘 챙겨보시는 분은 우리 엄마다. 우리 엄마가 누구냐, 성가대에서 그 어렵고 희귀하다는 알토 파트를 맡고 계시고 누구보다도 대중적이지만 정확한 귀를 소유하고 계신 분이다!!! 나는 가수다 볼 때 상위권 3명을 신기하게도 매번 맞추심... 헐.. 난 매번 틀림 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래서 나는 가수다가 나올 때면 우리집 권력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 어머니의 취향에 따라 보고 있을 수 밖에 없는데,(사실 나도 같이 즐기는 편...) 오랜만에 누나가 내려와서 나는 가수다를 대기하며 무한 걸스를 봐야하는 시간에 남자의 자격을 보게 되었다. 다 본건 아니고 엔딩부분만 봐서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대중교통을 이용한 하루 여행을 담은 편이었던거 같은데, 엔딩곡으로 낯익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곡은 바로 이 곡. 여름, 그리고 왁자지껄한 여행과 잘 어울리는 분위기다. 특히 후렴구가. 뭐, 가사는 둘째치고.


 

 알켈리의 신보를 들으면서 몇 주 전에 음악을 좋아하는 다른 분과 페북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었는데, 요지가 뭐였냐면, '알켈리는 '양산형 가수'가 되어버렸다.' 였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나, 싶었는데 공감해 주셔서 고마웠다. 음.. 뭐랄까.. 분명 알켈리의 음악은 좋다. 앨범 듣고 실망한 기억이 거의 없다. (딱 한번, [12play]를 듣고 반해서 듣게 되었던 [R.]에서 기대치에 비해 길고 지루해서 실망했던 적은 있었음.) 근데, 또 엄청 감동한 적도 없다. 12Play를 끝으로 말이지. 전작에서도 '복고'라는, (트렌드이긴 했지만) 색다른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듣다보면 '역시 좋긴 한데, 알켈리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복고, 가스펠, 미드템포, 섹스송등, 다양한 분위기로 변화를 꾀해도, 늘 그 만의 고유한 색으로 덧칠되기 마련이었다. 이거 엄청난 칭찬이고, 좋은건데!!! 근데 뭔가 2%가 부족해!!!!!!!! 양질의 노래를 꾸준하게 들을 수 있게 해줘서 너무 고마운데, 잦은 노출로 인해 식상함도 들고.. '역시 좋네.'라는 말이 부정적인 느낌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뮤지션이다. (그러다가 생각해보니 프린스도 분명 비슷비슷한 앨범들을 다수 발매하는 양산형가수긴 한데, 그는 퀄리티가 다르니까!!!라고 마무리 지음. 지독한 프린스 빠심을 가진 두명이었거든.)





 이번 앨범은 전작인 [Love Letter](리뷰 보러가기)와 전체적인 기조를 유사하게 가져가면서, 알켈리 특유의 말랑말랑 러브송들도 수록된, 알켈리표의 다양한 음악들을 고루 맛볼 수 있는 좋은 앨범이다. 위에서 말한 Love is도 그렇고, 신나는 여름분위기 물씬 풍기는 Party Jumpin'은 더운 여름도 거뜬하게 날 수.....는 없어.. 요즘 여름은 좀 그래...ㅜㅜㅜㅜ 아무튼 녹아내릴 것 같은 날씨에도 신나게 한 걸음 내딛을 수 잇는 힘을 주는 노래다. 많이는 아니고 딱 한 걸음 정도..... 요즘 여름은 그렇다니까..ㅜㅜ 개인적으로는 위의 두 곡 외에도 필리소울 느낌을 담은 Share My Love, 듣자마자 아이즐리 브라더스가 떠올라서 임팩트있게 느껴진 Green Light가 좋았다. 도회적 느낌의 두번째 싱글 Feelin' Single과 복고 로큰롤의 기운을 고스란히 담은 All Rounds On Me도 매우 신났고.







 그리고 전작에서도 느꼈지만, 이 사람 MJ 모창 왜이렇게 잘하지. You Are My World듣는데, 지난 번보다 더 유사해서 깜짝 놀랐다. 아쉬운 건, 이 곡으로 인해 알 켈리의 이 앨범이 더 좋았던 것이 아니라 MJ에 대한 아쉬움, 아련함만 더 커졌다는 것.ㅋㅋㅋ 결과적으로 나한텐 역효과였다. 물론 알켈리의 의도는 그게 역효과는 아니었겠지만. 그도 그가 떠난것에 대한 진한 아쉬움이 남아 있겠지. 그리고 그걸 아마도 노렸겠지?





 전작은 별 네개를 줬다면 이번은 3.5개..는 좀 박한가. 3.8개 정도. 전작도 근래의 앨범들 중에서 상당히 좋은 편이었고, 이번 앨범도 분명 그와 비슷한 수준이라 여겨진다. 개인적인 애착으로는 전작보다도 나을 정도다. 내 취향의 노래가 더 많아. 게다가 계절과 맞물려서 계절과 잘 어울리는 노래들이 많아서 이번 여름 가끔 플레이할 것 같다. 이미 그러고 있기도 하고. 근데 그 깎인 0.2는 앞에서도 얘기했듯, 변화가 없(어 보인다는)다는 데서 온 아쉬움이랄까. 더 안타까운 점은.. 그런 R. Kelly가 다음 앨범에서 딱히 새로운 시도를 할 것 같아 보이지도 않는다는 점...(정확히는 시도해도 결국 '알켈리네' 라고 할 것 같다는 점...) 12Play는 정말 엄청난 앨범이었는데 말이지....




+ 쓰고나서 보니 잡담이 반에 나머지 반은 아쉽다 얘기 투성이 ㅋㅋㅋㅋㅋ 근데 분명 좋은 앨범임은 틀림 없다. 전작은 사고싶은 맘까진 안들었는데, 이건 사고싶기도 함.ㅋㅋㅋㅋ






샘 쿡의 사후에 발매된 LP Cover.



 이 곡을 처음 들은 것은 The Fugees의 Greatest Hits 앨범에 수록된 BBC 라이브 버젼을 통해서였다. 물론 그 전에도 들어본 곡이었지만 '누군가의 어떤 곡이다.'라고 인지하고 들었던 것은 이 곡이 처음이었다. 사실 그 앨범엔 몇 개의 라이브 버젼이 실려있었는데, 이 곡보다는 로버타 플랙 원곡의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의 라이브 버젼이 훨씬 더 좋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이 곡의 라이브 버젼은 원곡 이상으로 감동적이다.ㅜ)


 
Fugees Ver.

 노래의 원곡은 샘 쿡(Sam Cooke)이다. 만들게 된 계기가 상당히 인상깊었는데, 밥 딜런(Bob Dylan)이 1963년에 발표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가사를 가진 'Blowin' in the Wind'를 듣고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자신은 흑인이고, 밥 딜런은 백인이었으니까. 그런 백인 밥 딜런에 대한 흑인 샘 쿡의 답가였다. A Change Is Gonna Come. '강물이 평화롭게 흘러가듯, 변화도 천천히, 하지만 반드시 일어날 것이다. 아주 오랜시간이 걸리겠지만, 반드시 변화는 올 것이다.' 그리고, 분명히 그 이후로 지속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아직 영국을 비롯해 많은 국가들의 극우주의자들은 (혹은 극우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심각한 인종차별을 자행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인종차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쓸데 없(다고 생각되)는 민족주의도 한몫하지만 백인들은 추앙에 가깝게 따르고 좋아하면서, 동남아인들과 흑인들을 차별하는 것을 보면 참 멀었다. 물론, 나도 정말 멀었다.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고,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가 아니더라도, 강물에 바위가 조금씩 깎여나가듯 달라지리라 믿고 있다. 


Bob Dylan - Blowin in the Wind


Sam Cooke ver.

 샘 쿡의 원곡보다 더 많은 이들에게 친숙한 버젼은 개인적으로 씰(Seal)의 버젼이 아닐까 싶다. 비교적 최근에 불렀던 곡이기도 하고, 빌보드 챠트에도 오르기도 했고. 씰 아저씨의 2008년 앨범 Soul은 A Change Is Gonna Come로 시작하여 제임스 브라운의 It's a Mans, Mans, Mans World(이 곡 정말 사랑한다..ㅜㅜ), 커티스 메이필드의 It's Alright를 비롯해 Free, Stand by Me등 명곡들을 커버한 앨범인데, 상당히 잘 만들어진 앨범이다. 이 아저씨 아티스트로써도 정말 멋지고, 하이디 클룸이랑 결혼도 했었고..(근데 올해 이혼함 ㄷㄷ) 아무튼 들어보자.


Seal, Live Ver.

 사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커버해 부른 곡이기도 하다. 허비 행콕, 아레사 프랭클린, 오티스 레딩, 조지 벤슨같은 거장 뮤지션부터, 터렌스 트렌트 다비, 개빈 디그로나 위에서 말한 더 퓨지스까지, 그리고 우탱의 래퍼인 고스트 페이스 킬라나 자 룰, 릴 웨인 래퍼들의 샘플로도 많이 쓰였다. 게다가 정식 앨범 수록곡이 아니라 여러 가수들의 라이브 버젼들까지 하면 정말 엄청나게 많다. 처음엔 유유자적 그냥 강물이 흐르는대로 세월도 흘러간다는 내용인줄 알았는데, 가사 내용을 알고 나서부터 훨씬 더 많이 사랑하게 되고, 또 직접적이지 않아서 더욱 짠한 감동이 느껴지는 노래다. 몇 곡 더 들어보자.


Otis Redding ver.


Terence Trent d'Arby ver.


Luther Vandross Live ver.


R. Kelly Ver.



 다 좋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버젼들 모음. 아래는 가사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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