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니터를 너무 오래 노려봤는지 너무 눈이 아팠다. 새벽 한 시에 20분을 자고 일어났다. 보통이면 못 일어나야 정상인데 놀랍게도 눈이 떠졌다. 문제를 다시 풀고 검토하고 고치고 또 편집하고.  32문제는 너무 많다. 할 일이 너무 많으면 아무것도 하기 싫다. 그렇게 보낸 시간이 너무 많았다. 학생들이 그래서 공부를 안하는건데.. 이렇게 몸으로 또 깨닫습니다.  마감일에 쫓기는 프리랜서의 마음을 이해..하기는 뭘해. 프리랜서는 쉴 땐 프리하잖아. 물론 수입도 프리.... 감사하며 살아야지. 안그래도 수학이 하기 싫어서 대학교 동기들과 직업군을 잘 못 택한 것 같다고 신세한탄을 했다가, 수학말고 다른 것을 했다면 아직 무직이었을것 같다며 현재의 삶에 감사하고 살자고 서로 독려했다.

 세 시간을 채 못자고 일어나서 출근했다. 일요일이 그렇게 지나버리다니... 하루종일 시험문제와 서류들을 마무리하고 수업을 하고 집에 왔다. 영화를 틀어놓고 맥주를 마시며 오랜만에 쉬고 있다. 한 열흘을 수학 생각만 했더니 삶은 지나치게 고루해지고 정신은 너덜너덜. 이렇게 쉬는 것도 오늘 뿐이겠지..

 

2. 오늘은 생일이다. 오늘 좀 저기압인데, 생일이 이모양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나의 황금같은 주말을 그따위로 보냈다는 것 때문에 속상하다. 왜 오늘은 월요일인가?!?! 왜?!!! 내 주말은 어디로 갔는가?!

 

3. 사실 이 주말 비극의 시작은 토요일의 연수였다. 아침 9시에 시작해서 저녁 6시 30분에 끝나는.. 점심시간에 연수 책자를 책상에 놓고 점심을 먹고 오니 대학에서 나눠준 에코백과 여러 펜들과 연수 책자를 누가 가져갔다. 만만한게 교사라고, 언론이고 정부고 일단 까고 보는게 교사지만, 굳이 반박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본보기가 될 어른도 살면서 몇 만나기 힘든데, 하물며 그런 교사 찾기는 얼마나 어려울까. 더군다가 살면서 또라이와 병신들은 어느 집단에서든 일정량을 유지하고 있는데, 교사 집단에서야 뭐 없으려고. 몰염치와 비상식. 굉장히 황당했지만, 곧 그 사람이 불쌍했다. 아무리봐도 직업군을 잘못택한 거야.

 

4. 며칠전에 지하철에서 우연히 남고생 둘이 이야기 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한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아이린과 연애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다. 만나서 인상을 준 뒤에 SM에 입사를 하고 그렇게 썸을 타고 그런 망상...을 왜 나는 재미있게 듣고 있던거지?! "세 번 쯤 만나면 이제 남자로 보이기 시작할거야. 그렇게 썸을 타기 시작하는거지."  아니.. 넌 하루 세 번씩 삼년 만나도 못 탈 것 같아.... 나도 저 나이 때 저랬을까...

 아.. 생각해보니 그때의 난 여자 연예인에 별 관심이 없었구나. 아이돌은 음악계를 좀 먹는 것들..이라고 생각하던 힙찔이였으니까.

 

5. 우리 학교는 교과 교실제를 운영하고 있다. 수업시간마다 학생들이 교과 교실로 이동해야 하는데, 자기 반에 여자반 애들이 수업하러 들어오면 쉬는시간마다 교실에서 기타를 치는 남학생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칠 줄 아는 노래는 '먼지가 되어' 한 곡이란다. 하는 짓이 완전히 예능프로그램에 흔히 나오는 8-90년대 복학생st... 뭐.. 유행은 돌고 도는 법. 그래. 좀 많이 오글거리지만 응원한다. 너의 허세.  

 

6. 고등학교 2학년 때 알던 동창 한 명은 나름 락덕이었다. 내가 아는 가장 프로페셔널한 허세꾼이었는데, 뭐.. 그 친구덕에 너바나와 같은 얼터너티브와 린킨 팍과 같은 랩-록에 입문하기도 했다. 당시 내가 넘치는 허세를 충족하기 위해 재즈를 듣기 시작했던 때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자기 재즈도 조예가 깊다며 데이브 브루벡의 'Take Five'를 추천해준 적이 있다. 좋은 곡이었다. 물론 친구의 MP3 플레이어에서 재즈곡은 단 한곡도 찾을 수 없었다. 몇 년 전 스치듯 그 동창의 페이스북에 들어간 적이 있는데, 열심히 잘 살고 있더라. 그리고 음악도 엄청 많이 듣는 것 같았다. 뭐.. 충분히 예상은 가능하지만 힙스터들의 음악도 많이 좋아하더라. 

 허세는 나쁜 것이 아니에요. 허세를 리얼로 만들기 위헤서는 꽤 힘든 절제의 과정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 번 응원한다. 너의 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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