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커 (2013)

Stoker 
7.3
감독
박찬욱
출연
미아 바시코브스카, 매튜 구드, 더모트 멀로니, 재키 위버, 니콜 키드먼
정보
드라마, 스릴러 | 미국 | 99 분 | 2013-02-28





 신세계와 스토커 둘 중에 무엇을 볼까 잠시잠깐 고민하기도 했지만 결론은 일단 스토커. 너무 궁금해서 일단 이거 먼저 봐야했다. 결론은 이 영화 상당히 매력적이다. 그리고 아래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원치 않으시면 창을 닫아주세요. 나름 경고입니다.ㅎㅎ



 스릴러 영화 중에는 생각보다 결과가 뻔한 영화들이 많다. 악당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데다가 영화적 흐름은 뻔하지만 '서스펜스'를 강조하는 영화(서스펜스란 최대한 많은 영화적 정보를 주고 사람들의 쫄깃한 심정을 만들어내는 장치라고 볼 수 있는데, 영화 '추격자'에서 동네 구멍가게 씬을 생각하면 된다. 구멍가게 안으로 들어간 하정우에게 슈퍼 아줌마는 친절하게(?) 그를 서영희에게 안내한다. 속으로 '씨발 안돼!! 이 멍청한 슈퍼 아줌마!!'를 외치고 싶어지겠지? 그 심정이 서스펜스다.)도 있고, 영화 내내 어떤 암시를 빼곡하게 채워놓고 숨겨놓는 감독의 장난질(?)을 숨은그림 찾듯이 찾아보는 재미를 느낄수 있는 영화도 있다. 전자의 경우엔 다수의 사람들이 좋아하지만, 후자의 경우는 확실히 호불호가 갈린다. 그런 재미를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할꺼고, "영화를 왜 블로그로 복습해야 하느냐!!"하는 사람은 싫어할꺼고 ㅎㅎ




   일단은 이 영화 호불호가 어마어마하게 많이 갈릴 것 같고, 실제로도 그러고 있긴 한데, 만약 이 영화를 우리나라 사람들이 관습적으로 생각하는 '스릴러'영화의 이미지를 떠올리고 갔다면 실망할 만한 영화다. 그렇다. 이 영화는 뻔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는데다가, 쫄깃한 서스펜스 따위도 없다. 그렇기에 꽤 많은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재미없'거나 '겉멋에 도취 된 감독의 허세만 가득'한 영화로 비춰질지도 모르겠다.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시선이다. 아니 뭐, 누구에게나 똑같이 좋은 영화는 없지 않은가.. 


 영화는 정말 뻔하게 흘러간다. 아빠가 죽고, 한번도 본적이 없던 삼촌이 나타나는데, 이 사람 수상하다. 그리고 주변사람들이 죽어나간다. 많은 스릴러 영화에서 수상한 사람은 의외로 범인이 아닌데, 이 영화는 그런걸로 속일 생각은 없다. 그렇다. 수상한 삼촌이 범인이다. 사실 삼촌의 구체적인 정체와 과거는 후반부에 명확하게 드러나지만, 사실 삼촌의 정체가 드러나는 것은 영화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라고 나는 느꼈다.) 게다가 삼촌인 악당인 건, 영화가 중반부로 넘어가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 된다. 악당이 뻔하면 죽이는 거라도 간지나고 맛깔나게 죽여야 되는데, 삼촌이 누군가를 죽이는 장면을 서스펜스를 살려 잘 표현하지도 않았다. 딱히 갑작스럽게 뒤에서 칼을 들이대지도, 서서히 목을 조여오지도 않는다. 그러면 우리는 여기서 이런 반응을 보여야 된다. 박찬욱은 스릴러의 '스'자도 모르는 똥멍청이!! 내가 만들어도 그거보단 잘 만들겠다!! 물론, 니가 만들어 봐야 3류영화 밖에 되지는 않는다.




 이 정도면 크지 않은 상영관이었다고 쳐도 영화를 함께 본 사람이 20명정도 였던 것도, 끝나고 근처 어느 여자가 어이없는 듯한 짧은 탄식을 내뱉었던 것도 이해는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재밌다. 감독이 만들어낸 미장셴(특유의 분위기나 화면 구도 등등..)은 여전히 매혹적이었고(매혹적이라는 표현이 흔한 표현이지만 이 영화는 진짜 매혹적이라는 말이 너무 잘 어울리는 영화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면서는 영화 장면장면을 복기해보게 되는, 많은 상징과 암시를 품고 있었다. 생일마다 받은, 조금씩 커져가는 운동화와 하이힐, 박제된 새의 둥지에 있던 알, 발에 잡힌 물집, 친구를 죽음을 목격하고 돌아온 뒤의 샤워씬, 왠만한 베드신보다 에로티시즘이 돋보인 피아노씬 등등. 기억나는 영화적 장치의 주인공은 '삼촌'이 아니라 여주인공 '인디아'다. 감춰졌던, 혹은 아빠에 의해 길들여지던 그의 본능이 '사춘기를 거쳐 성숙하듯' 피어나는 과정을 중심으로 하는 기괴하면서도 매혹적인 성장담이다. 이토록 삐뚤어지게 자라난 것을 성장담이라고 하는 건 좀 웃기긴 하지만 ㅎㅎ


 특히나 샤워씬은, 흐느낌과 신음의 절묘한 경계가 '박찬욱스럽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기괴하면서도 피식 웃음이 나는 장면이었고, 나란히 앉아 피아노를 치던 그 장면은 벗지 않아도 음악과 상황만으로도 충분히 섹슈얼한 장면을 만들어낸, 영화 속 최고의 명장면중에 하나다. 그리고 아버지의 벨트를 허리에 두르고 위풍당당하게 서있던 어른 인디아를 비추며 끝나는 엔딩씬.. 치맛속으로 들어가는 거미 한마리에도 움찔하게 된다. 장면장면에서 무언가를 표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각각의 장면들도 그렇지만, 영화의 OSTㅜㅜㅜ 좋다. OST는 진짜 중요해. 장화홍련봐. 영화의 처음과 끝이 OST임 ㅋㅋㅋㅋ




 쓰고보니 다시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대충 돌려보더라도 '아 요런게 숨어있었구나'라는 것을 좀 느끼고 싶어서..ㅎㅎ 아무래도 인디아가 중심이다보니 인디아의 입장에서만 영화를 본 것 같은데, 엄마의 입장에서, 삼촌의 입장에서 보는 느낌은 또 많이 다를것 같아서. 삼촌이야 대충 알겠는데, 엄마 입장에서 보는 맛은 진짜 좀 다를것 같다. 돈주고 다시보기는 그렇고 나중에 영화 내리고 나면 봐야지. 






P.S 근데, 여주 케이트 블란쳇 닮지 않았음????? 이쁘진 않은데 매력은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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