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쿡의 사후에 발매된 LP Cover.



 이 곡을 처음 들은 것은 The Fugees의 Greatest Hits 앨범에 수록된 BBC 라이브 버젼을 통해서였다. 물론 그 전에도 들어본 곡이었지만 '누군가의 어떤 곡이다.'라고 인지하고 들었던 것은 이 곡이 처음이었다. 사실 그 앨범엔 몇 개의 라이브 버젼이 실려있었는데, 이 곡보다는 로버타 플랙 원곡의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의 라이브 버젼이 훨씬 더 좋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이 곡의 라이브 버젼은 원곡 이상으로 감동적이다.ㅜ)


 
Fugees Ver.

 노래의 원곡은 샘 쿡(Sam Cooke)이다. 만들게 된 계기가 상당히 인상깊었는데, 밥 딜런(Bob Dylan)이 1963년에 발표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가사를 가진 'Blowin' in the Wind'를 듣고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자신은 흑인이고, 밥 딜런은 백인이었으니까. 그런 백인 밥 딜런에 대한 흑인 샘 쿡의 답가였다. A Change Is Gonna Come. '강물이 평화롭게 흘러가듯, 변화도 천천히, 하지만 반드시 일어날 것이다. 아주 오랜시간이 걸리겠지만, 반드시 변화는 올 것이다.' 그리고, 분명히 그 이후로 지속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아직 영국을 비롯해 많은 국가들의 극우주의자들은 (혹은 극우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심각한 인종차별을 자행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인종차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쓸데 없(다고 생각되)는 민족주의도 한몫하지만 백인들은 추앙에 가깝게 따르고 좋아하면서, 동남아인들과 흑인들을 차별하는 것을 보면 참 멀었다. 물론, 나도 정말 멀었다.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고,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가 아니더라도, 강물에 바위가 조금씩 깎여나가듯 달라지리라 믿고 있다. 


Bob Dylan - Blowin in the Wind


Sam Cooke ver.

 샘 쿡의 원곡보다 더 많은 이들에게 친숙한 버젼은 개인적으로 씰(Seal)의 버젼이 아닐까 싶다. 비교적 최근에 불렀던 곡이기도 하고, 빌보드 챠트에도 오르기도 했고. 씰 아저씨의 2008년 앨범 Soul은 A Change Is Gonna Come로 시작하여 제임스 브라운의 It's a Mans, Mans, Mans World(이 곡 정말 사랑한다..ㅜㅜ), 커티스 메이필드의 It's Alright를 비롯해 Free, Stand by Me등 명곡들을 커버한 앨범인데, 상당히 잘 만들어진 앨범이다. 이 아저씨 아티스트로써도 정말 멋지고, 하이디 클룸이랑 결혼도 했었고..(근데 올해 이혼함 ㄷㄷ) 아무튼 들어보자.


Seal, Live Ver.

 사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커버해 부른 곡이기도 하다. 허비 행콕, 아레사 프랭클린, 오티스 레딩, 조지 벤슨같은 거장 뮤지션부터, 터렌스 트렌트 다비, 개빈 디그로나 위에서 말한 더 퓨지스까지, 그리고 우탱의 래퍼인 고스트 페이스 킬라나 자 룰, 릴 웨인 래퍼들의 샘플로도 많이 쓰였다. 게다가 정식 앨범 수록곡이 아니라 여러 가수들의 라이브 버젼들까지 하면 정말 엄청나게 많다. 처음엔 유유자적 그냥 강물이 흐르는대로 세월도 흘러간다는 내용인줄 알았는데, 가사 내용을 알고 나서부터 훨씬 더 많이 사랑하게 되고, 또 직접적이지 않아서 더욱 짠한 감동이 느껴지는 노래다. 몇 곡 더 들어보자.


Otis Redding ver.


Terence Trent d'Arby ver.


Luther Vandross Live ver.


R. Kelly Ver.



 다 좋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버젼들 모음. 아래는 가사 첨부.





 

모닝콜은 그냥 핸드폰 기본음이 좋습니다. 
 감정과 연결되는 음악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가령, 어떤 음악을 들었을 때 후련하게(하지만 속은 전혀 후련하지 않게) 걷어차인 기억이 난다거나, 약속을 앞두고 머리 상태를 점검하는 설렘, 혹은 돌아가신 누군가가 생각나기도 할 것이고, 음악 자체의 매력에 그대로 푹 빠져버려서 환희와 감동을 느낀 기억이 나기도 할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같은 음악을 두고도 전혀 다른 감정으로 음악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흔한데, 그 음악을 들었던 당시의 감정상태가 음악을 듣는 감상에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경우에 나얼의 첫 리메이크 앨범인 Back To The Soul Flight의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만 들으면 나를 매우 힘들게 했던 구여친 생각에 가슴이 아릿하기도 하고, Alicia Keys의 You Don't Know My Name만 들으면 치가 떨릴정도로 깜짝 놀라기도 한다. 참고로 이 곡은 나의 여러 암흑기중의 하나였던 재수생 시절의 모닝콜이었다. (여담이지만, 절대로 명곡을 모닝콜로 삼지 마시길 바랍니다. 모닝콜은 폰에 저장된 기본 알람음이 제일 좋아요,.)


포스터만 봐도 다시 짠하다.




(아래는 줄거리인데...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은 스킵해도 좋습니다. 아니 그러는게 좋을듯..)

 영화는 기본적으로 같은 노래를 듣고 느끼는 다양한 감정, 그리고 그 감정의 전달과 소통, 이해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애초에 음악에 대한 관심이 많은 아버지였고 항상 아이와 아내에게 음악을 들려주며, 그 음악이 가지고 있던 자신의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아이는 아이의 음악을 좋아하게 되었다. 어린 나이의 아이에게 트럼펫을 선물해 줬지만, 아이는 자라나 기타를 잡게 되었고, 아버지는 클래식과 재즈를 좋아했지만 아이는 더 그레이트풀 데드(The Grateful Dead)나 비틀즈(Beatles), 롤링 스톤즈(Rolling Stones), 밥 딜런(Bob Dylan)과 같은 뮤지션들의 음악을 좋아했다. 물론 틀어진 것은 음악 뿐만이 아니었고. 이상향의 차이로 생긴 감정의 골과 오해는 점점 더 깊어져 갔고 그로 인해 아이는 집을 나서게 된다. 그리고 20여년의 세월이 흘러, 아버지 앞에 나타난 아들은 뇌종양으로 인해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의 뇌가 상당히 손상되어 있었다.(사실 영화는 이부분부터 시작이다.)

Go To Hell!!! 이러고 아이는 떠났다.



 거의 의사소통이 되지 않고 기억이 남아 있지 않은 아이가 비틀즈의 음악에 반응하기 시작하자, 고집불통 아버지가 소통을 하기 위해 그들의 음악을 찾아듣기 시작한다.(그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줄 때마다 그 음악에 관련된 이야기를 정상인처럼 늘어놓고는 했다.) 아들은 조금씩 상태를 회복해갔고, 옹고집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소통하며 그의 어린시절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결국 아들이 그렇게도 꿈에 그리던 그레이트풀 데드의 공연장에 함께 찾아간다. 얼마 뒤 아버지는 죽었다. 하지만 20년전의 기억들 밖에 남아있지 않던 아들은 아버지와 함께 보낸 그 공연장에서 처음 들은 데드의 신곡을 통해 아버지와 함께한 소중하고도 즐거운 기억을 한가지 더 가지고 있게 된다. 

음악에 얽힌 이야기를 신나게 늘어 놓는, 이제는 다 커버린 아픈 아들과 그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아버지.




들어온 음악이 달라..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런데, 줄거리 요약하는 능력이 없다. 하지만 좋은 영화는 맞다. 음악이 가진 힘, 그리고 그것으로 만들어 내는 드라마가 꼭 여기에 나온 음악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좋아할만하다.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들이났다. 힙합으로 음악을 듣기 시작한 나지만, 클래식과 재즈, 국악을 좋아하시던 아버지는 힙합을 음악다운 음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으셨다. 어느 날은 내가 사모은 음반들을 궁금해서 한 번 꺼내들으셨는데, 2Pac의 음악을 들으시고는 '힙합도 음악이 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셨단다. 한편으로는 기쁘기도 했고, 내가 더 아끼던 다른 래퍼들은 여전히 인정을 못 받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아니나 다를까, 대학생이 되고나서 힙합이나 알앤비말고 다른 음악들도 많이 듣는다니까 '오, 그거 축하한다.'라고 말씀하셨다. 세월의 골, 그리고 음악적 취향은 쉬이 바뀌지 않는다. 그동안 들어온 음악이 다르고 살아온 환경이 다르니까.. 그래서 대화가 필요하고 소통이 필요한거지 뭐.


2Pac - Changes, 투팍은 사실 목소리부터가 다르니까. 호탕한 웃음소리마저 음악이다.

음악은 다르게 적힙니다. 알겠어요?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대사는 이것이었다. 평소에 아들과 아버지의 대화를 흐뭇하게 지켜만 보던 아이의 어머니가 고집불통 남편에게 처음으로 남긴 일갈. 

 "당신은 당신 음악에 얽힌 기억들만 떠들었죠. 마치 그것만이 기억할 가치가 있는 음악인듯 말이에요. 그 노래들이 내겐 뭘 생각나게 하는지 알아요? 내게 그 곡들을 알려주던 한 남자에요. 그 남자는 지금 어떻게 되었죠?"

 아, 주옥같은 일갈이다. 이소라님이 말하셨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고. 음악도 마찬가지다. 가끔 주변에서 본인이 듣는 음악들만 좋은 음악들인양 강요하고 다른이들이 말하는 음악은 흘려듣듯 보내버리거나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이돌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런 경우는 거의 없고, 소위 음악 쪼금 들었다고 으시대는 사람들이 주로 그런 얘기들을 많이 한다. 요즘 인터넷에 보면 음악전문가들이 너무 많다. 예를들어 나는 가수다의 댓글란 같은 곳. 
 이 음악이 좋고, 저 음악은 별로다라고 개인적인 평가를 내리는 일이 잘 못 되었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저 음악은 별로야. 저급해. 저런 쓰레기 음악을 대체 왜 좋아하는거지?'라던가, '내가 듣는 음악이 진짜 음악이야. 이 정도 음악을 들어야 음악 좀 듣는다고 말할만 하지.'라던가, '이런것도 음악이라고. 아이돌들이 판을 쳐서 음악계를 좀 먹고 있어!'라던가.


이소라 - 바람이 분다. 네 그렇죠잉. 음악도 다르게 적히는 것 맞습니다잉.

 취향을 강요하지 말자는 말이다. 그 음악들이 당신에게 어떤 영향력이 있었고 어떤 감동을 주었는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것을 강요한다고 그대의 감동이 고스란히 나의 것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거다. 누군가에게 프린스는 소음이고 트러블메이커가 음악이다. 그들이 흥행성적이 좋은건 어떤 이유에서건 소비층이 있기 때문이니까. 나쁠 이유 하나 없는 취향일 뿐이다. 뭐가 음악계를 좀 먹고 어쩌고 하느냔 말이다. 트러블 메이커가 흥행이 터지던 안터지던 프린스는 여전히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매년!!! 아, 물론 난 트러블 메이커도 꽤 좋아한다.(실제로 꽤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근데 자꾸 내가 주변 사람들한테 프린스 강요해.. 미안요..
 
 그럼 리뷰는 대체 왜 쓰는겨.. 라고 묻는다면 뭐..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누군가는 나와 똑같진 않더라도 어떤 감동을 받을 수도 있으니까. 기회라도 마련해보자. 음악을 듣고 감동을 받을 기회조차 없는 건 안되잖아..라는 뭐 그런거..라고.. ㅇㅇ 걍 변명임.


음악이 주는 감동의 힘.
 사실 이것은 어쩌면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일지도 모르겠다. 가끔 나도 취향에 선을 그어버리는 경우가 생겨서.. 영화가 주는 진짜 메세지에서 좀 많이 새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많이 늘어놓긴 했는데, 하여간 영화는 꽤 괜찮았다. 여느 음악영화처럼 음악이 너무 좋아서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소통과 이해를 바탕에 둔 드라마의 힘이나, 음악을 듣고 그것에 대한 감상과 희열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고 크게 공감했기 때문이다. 물론, 비틀즈(Beatles)나 밥 딜런(Bob Dylan)의 노래도 좋았고.. 사실 더 그레이트풀 데드(The Grateful Dead)는 이름도 처음 들어봤고 롤링스톤즈(Rolling Stones)의 음악도 제대로 들어본게 별로 없다. 록은 듣는것만 들어.... 그래도 영화 속 끊임 없이 나오는 음악들이 참 좋았다. 물론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 작년에 했던 제천 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이었는데, 그 때 꼭 가서 보고 싶은 영화 였는데 못보고 이제서야 보게 되었다. 가서 봤다면 진짜 좋았을 것 같은데 너무 아쉽다. 내년엔 꼭 찾아가야지.

 그리고 아래는 영화속 등장 음악들중 일부 첨부.

The Grateful Dead - Truckin'

The Grateful Dead - Uncle John's Band

Bob Dylan - Mr. Tambourine Man

Beatles - All You Need Is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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