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ouper의 지난 앨범 Ruins는 정말 자주 들었다. 앨범 전체를 플레잉하면 귓가를 스치고 흘러갈 뿐인데, 그 잔향이 유난히 길게 남아 있던 음악들이었다. 고만고만한 음악들이 어찌나 오래 남아 있던지.. 새 앨범이 곧 나오려나보다. 이 것은 새 싱글. 전작과 마찬가지로 희뿌옇다. 리버브 가득 머금은 피아노 소리와 겹겹이 쌓인 보컬이 중첩되어 흐른다. 여전히 쓸쓸하고, 여전히 아름답다.

 

 

 

 



 우리나라에서는 다니엘 시저의 노래 'Get You'를 통해 알려진 칼리 우치스가 새 앨범을 냈다. 사실 뭐 피쳐링으로 알게 된 아티스트는 뮤지션으로서 생각보다 좋지 못한 행보를 보여준 경우가 많아서 큰 기대는 안했는데 왠걸.. 생각보다 너무나도 좋은 노래들로 꽉 차 있었다. 힙합과 알앤비, 네오소울, 재즈, 싸이키델릭, 신스팝 등 다채로우면서도 하나하나의 특징이 맛나게 살아있는 곡들이 연달아 터져나오는데,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예전에 자넬 모네의 앨범을 듣던 그 느낌 같다. 오히려 자넬 모네보다 음악적 스펙트럼은 더 넓은 듯. 생긴건 에이미 와인하우스도 생각나. 화장때문인가.



 게다가 부치콜린스를 소환할 줄이야 ㅋㅋㅋ 올디한 분위기의 곡과 목소리가 잘 묻어난다. 그리고 바닥에서 깜짝 등장하는 타일러 때문에 빵터졌네 ㅋㅋ 알고보니 이 싱글은 1월에 나왔구나. 좋은 노래를 너무 늦게 알게 됨 ㅋㅋ 


 곧 자넬모네의 새 앨범도 나온다.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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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친정. 내려오는데 비가 오더라. 오늘 미세먼지 수치가 300을 넘어가는 것을 보고 경악했는데, 비라도 와서 빨리 씻겨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비오는게 뭔가 이상해.... 막 앞으로 쏟아지고 있어.. 설마설마 했는데, 비가 아니라 눈이더라. 헐... 충격 ㅋㅋㅋㅋㅋ 며칠전까지 낮기온이 25도까지 올라가고 그랬는데 눈이라니 ㅋㅋㅋㅋ 그리고 눈이라는 것을 깨닫고 이 노래가 생각났다. 아마도 평생 눈오는 4월엔 이 노래를 꼭 듣고 넘어가지 않을까 싶다. 

 한 때는 Sometimes It Snows in April이라는 카페를 만드는게 꿈이었던 때가 있었는데.. 눈오는 4월엔 하루종일 프린스의 음악을 틀고 화끈하게 서비스를 주는 까페 겸 펍.. 생각만해도 참 좋은데... 근데 서비스업은 참 힘든일임에는 틀림없다. 몰라. 그 와중에 영상은 왜 이렇게 또 짠한거야 ㅋㅋㅋㅋ



 

 영화나 찍고 있던(이라기엔 필모그래피가 좋았지만..) 자넬모네가 드디어 컴백 시동을 걸었다. 내 안에 프린스 있다, 라고 말하는 듯한 음악과 함께.. 출근하면서 음악을 듣는데 프린스의 부고를 들은 날 아침 출근길이 스쳤다. 아마도 프린스와 비슷한 음악 스타일을 들을 때마다 생각나겠지. 오늘 하늘이 청명하지 않았다면 꽤 슬픈 하루가 되었을 것 같다.

 

 뭐, 그런 내 기분과는 별개로 이 노래는 정말 너무나도 좋다. 특히 반복적인 멜로디와 오히려 더욱 심플해지는 후렴구는 프린스의 Kiss를 노골적으로 떠오르기에 충분하다. 단순한 기타리프도.. 그래서 뒷맛이 조금은 씁쓸하다. 새 앨범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확실히 2017년은 한국 R&B씬이 양적, 질적으로 팽창된 한 해였다. 적당히 알앤비 맛을 낸 앨범들만 조금 선전하던 흐름이 조금씩 변화한 기점은 자이언티와 크러쉬가 뜨기 시작하면서였던 것 같다. 2013, 2014년 즈음. 그것이 그들 자신의 힘인지 아니면 청자들의 니즈가 있었던건지.. 그 시작은 불분명하지만, 확실한건 알앤비에서 '한국적'이라는 말을 빼더라도 충분히 메인스트림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된 것 같다. 그 때부터 R&B를 하는 뮤지션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사실 미국의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의 R&B는 가창력이 뒷받침 되어야 소화할 수 있는 노래들이 유행하던 시기였는데,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얼터너티브 알앤비가 유행하게 되었고, 그 덕에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아니, 사실 뭐 이건 알앤비만의 특징은 아니고.. 시퀀서와 태블릿의 소장이 쉬워지면서 음악 자체에 대한 진입 장벽도 낮아졌고.. 더이상 청자들은 화려하게 치장된 보컬만을 원하지 않게 되었으니까.

 과장된 워킹에서 개성있는 워킹으로 바뀐 패션쇼의 변천사는 모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냥 트랜드. 어쨌거나 중요한건 느낌이라는 것.. 느낌있는 보컬이면 충분하다. 더 할 수 있어도 안하는 것이든 그 정도 뿐인 보컬이든 어쨌든 중요한건 느낌. 일하다말고 하기 싫어서 포스팅을 시작했다가 무슨 아무말 대잔치인가 싶은데, 결론은 음악, 그리고 알앤비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진 덕에 알앤비를 하는 뮤지션들이 최근에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것. 그리고 좋은 앨범들도 많이 발매되었고..

 히피와 집시를 이름에 넣어서 '히피집시'라는 촌스런 이름을 논하다가 '히피가 원래는 집시였다'라는 말을 듣고 그룹명을 정하게 되었다는 '히피는 집시였다'는 작년에 나온 앨범중에 손에 꼽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던 앨범이었다. 이 앨범은 진짜 한국적인 알앤비인데.. 음... 아까말한 그 한국적이 이 한국적과 좀 달라... ㅋㅋㅋㅋ 뽕끼와 화려한 보컬이 아니라 단촐하고 여백의 미가 있는, 그리고 지극히 한국스러운 가사가 묻어나는 음악. 그래서 굉장히 한국적이다. 한 인터뷰에서 그들은 '한국에 사니까,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한국적인 것이 당연한 것이다.'라고 했다. 이게 진짜 한국적인 Swag이지. 멋있다. 이들의 음악은 좀 달라서 좋다. 많은 한국의 뮤지션들이 얼터너티브 알앤비를 하지만, 어디서 유행한듯한, 어디서 본듯한 얼터너티브 알앤비가 아니라, 정체성이 분명한 음악이라 좋다. 그리고 요새 이런 음악들이 더 많아졌더라. 예전엔 잠비나이나 숨 정도였는데..

 

 

 

 

 역시 블로그는 일을 시작해야 열심히 하는구나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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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쉽지 말자고 쿨한척 말하긴 했지만 아쉽긴 아쉽네. 노래나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쉬울 땐 아쉬운 노래를 들어야 하니까(뭐 이열치열 비슷한거) 프린스의 노래를 골라봤다. 오랜만에 프린스의 85년작 Pruple Rain을 쭉 돌려들으니 기분이 참 묘하다. 태어날 때 만들어져서 딱 스무살 때 들었던 앨범이었는데 ㅋㅋ 맥스웰의 공연 중간중간에 나왔던 프린스의 슈퍼볼 하프타임 영상을 보며, 그의 공연을 딱 한 번만 봤었으면 참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을 했다. 볼 수 있는데 못 보는 것과 볼 수 없어서 못 보는 것. 뭐가 아쉬울까. 후자인 듯 하지만 또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근데 이건 무슨 아무말 대잔치여..

 

 

 

 도입부만 들어도 소름돋는 노래. 도입부가 좋은 노래들이 참 많지만 그래도 베스트는 이 노래. 요즘 알리야 앨범들을 다시 듣고 있는데 너무 좋다. 뭔가 서랍속에 넣어뒀다 한참 잊고 있었던 비상금 찾은 기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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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휑하고 쓸쓸하다. 겨울이니까 아까는 Bon Iver의 노래를 들었는데, 좀 더 단촐한 포크음악이 듣고 싶어서 골라봤다. 예전같으면 울프 라르센이 누군지 썼을텐데 귀찮다. 이 앨범도 언제 들은건지 기억도 안나. 열정을 잃었어. 2017년 결산은 쓸까 말까.

 

 

 

 

 차일디쉬 감비노가 그래미 올해의 앨범 후보에 올랐다. 진짜 대세가 된 것 같다. 원래는 너무 감성적이라 내 타입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이번 앨범은 꽤 좋게 들었다. 특히 Redbone의 올디한 느낌이 너무 좋아. 어느새 완전히 대세가 된 듯. 물론 수상은 어렵겠지만.. 오랜만에 Sober나 들어봐야지.

 

 

 

 

 영화 정리하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쳇 베이커는 노래나 트럼펫이나 참 한결같다. 기교보다 감성. 그래서 가끔씩 찾아 듣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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