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적 아름다움과 재난영화의 아슬아슬함을 동화적인 이야기로 풀어낸 한시간반동안 취한듯 홀린듯 영화를 봤다. 그리고 왜 나는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지 않았는가 하는 아쉬움이 뼈에 사무쳤다. 미안하다 내 눈아. 미안하다 내 귀야. 호강 기회를 놓쳤구나.. 우주 재난영화만 아이맥스로 볼게 아닌데..
마지막 30분이 지나고, 마침내 영화가 끝나는 그 순간 모든것이 기화되어 내 머릿속을 가득채우고 있는 것 같았다. 맛있는 독주를 마셨을 때 기분이 떠 올랐다. 가슴속부터 올라와 식도를 훑고 코 끝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알콜섞인 향내같은.. 뭐 그런 장황한 개소리를 늘어놓고 싶어지는 영화였다. 어렴풋하고 잡히지 않는 많은 생각, 아니 그냥 느낌들이 둥둥 떠다닌다. 이야기, 동화, 색감, 현실과 이념, 철학까지. 이안감독은 정말 장인이다. 홀리고 혹하게 하는 꾼이 아니라 진짜 치밀하고 뚝심있는 장인.

사실 칭찬을 마구 늘어놨지만 내 스타일의 영화는 아니다 ㅎㅎ 그래서 계속 보는 것을 미뤄왔는데, 취향을 무시할 수 있을만큼 재밌게 잘 봤다. 기존에 느꼈던 '좋아하는 영화'와는 조금 다른 느낌. 멋진 작품을 봤다.

'영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2017년 3월-4월)  (0) 2017.05.12
영화(2017년 1-2월)  (0) 2017.03.09
2016년에 본 영화들  (5) 2016.02.19
네이버 인디극장  (0) 2014.12.10
헝거게임 : 모킹제이(2014)  (0) 2014.11.25

 이번 겨울은 정말 정신없고 바빴는데, 그래도 그 바쁜 시간을 쪼개서 영화를 꽤 많이 봤다. 인상깊었던 영화들만 좀 정리해 봄.



위플래쉬(2014) - 다미엔 차젤레. 플레쳐의 교육방식은 절대적으로 옳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J.K.시몬즈의 열연은 정말 소름끼쳤다. 음악영화임에도 끝나고 영화에 대해 남은 이미지가 튀는 피와 살점이었으니.. 플레쳐라는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식도 스릴러의 매력적인 악역과 비슷했고, 전반적으로 다크한 분위기와 음향들은 누가봐도 스릴러였다. 영화의 이야기가 주는 찝찝함을 잠시 잊을 정도로 영화를 보는 그 시간만큼은 눈을 뗄 수 없는 몰입감을 주었다. 굉장한 영화. 생각해보니 이거 작년에 본거네...


미드나잇 인 파리(2011) - 우디앨런. 화려한 출연진. 배우도 그렇지만, 등장하는 예술가들도 그렇다. 어벤져스급 ㅋㅋㅋㅋ 재가공된 그들의 대화가 흥미로웠고, 파리는 예뻤으며, 마리옹 꼬디아르는 여기서도 매력적이었다. 영화가 끝난 뒤에는 이 블로그를 하기 시작할 무렵의 내 인생관이 생각났다. 지금을 그리워할 5년뒤를 생각하면서 죽도록 놀자. 5년 뒤에는 '그때가 좋았어.'라고 말하게 될 테니까.


미스터 노바디(2009)- 자코 반 도마엘. 가지 않은 모든 길을 다 가본 사람은 그저 'Nobody'일 뿐. 평행우주 이론을 소재로 아주 매력적인 영화를 만들어냈다. 어릴 때 아주 인상깊게 보았던 나비효과와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 나비효과가 긴장감있고 급박한 연출력에 초점을 두었다면, 미스터 노바디는 영화가 주는 메세지를 확실히 더 깊이 담아냈다고 느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사람들이 더 적게 간 곳을 택했다고/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고.

과거에 어떤 선택을 했느냐보다 지금을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훨씬 더 중요한 질문이라는, 정말 뻔한 이야기를 철학적이고 깊이있는 이야기로 담아냈다. 생각보다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영화인데, 귀찮은 사람은 패스.


레버넌트(2016) -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좋아하는 감독이라 명동역에 걸린 광고판만 보고도 설렜었는데, 대자연을 마주하는 것 같은 거대함, 그리고 경외감 비슷한게 느껴졌다. 스토리는 뻔하고 질린다 싶을 정도로 처절한 영화인데, 그 처절함이 한계치를 넘어서있다. 조명 하나 없이 자연광으로만 촬영했다는 점만 봐도 영화가 가지는 가치는 충분하다. 디카프리오도 이 정도면 인생연기를 한 것 같고..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다양한 자연(곰이나 말, 물, 생고기를 먹는 장면도 그렇고..)과 동화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그 어느때보다도 배경과 이질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준 것 같다. 이 쯤 되면 그냥 오스카 쥐어줘... 


펀치 드렁크 러브(2002) - 폴 토마스 앤더슨. 아담 샌들러의 매력은 대충 이런거 ㅋㅋㅋㅋ 주인공은 사방에서 엄청 처맞고 펀치드렁크 증후군이 생긴 것 처럼 이상한데, 그 정신병적인 매력덕에 로맨틱 코미디를 뻔하지 않게 잘 틀어서 보여줬다. "난 지금 존나 쎄다.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지"는 가히 희대의 명대사 ㅋㅋ 음향이나 영상이 주는 정서는 뭐랄까.. 좀 몽환적인 느낌도 있는데, 지루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독특한 느낌의 로맨틱 코미디.


시카리오(2015) - 드니 빌뇌브. 이것도 작년에 봤구나. 심지어 잡담란에도 썼었음. 어쨌거나 이것도 진짜 재밌게 본 영화.


검은 사제들(2015) - 장재현. 여고생들이 그렇게 난리를 치더니 역시 그건 강동원 빨이었구나.. 혼자 불끄고 헤드폰 쓰고 보려고 아끼다 똥됐다. 뭐, 사실 영화는 기대감이 좀 커서 그렇지 아주 나쁘진 않았는데, 영화관에서 봤어도 그냥 돈 값은 했다고 생각했을지도.. 어쨌거나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들었던 오컬트 장르의 가능성을.. 그러니까 앞으로도 괜찮은 공포 영화가 계속해서 꾸준히 나올 수 있겠다는 기대감은 이어준 것 같았다. 거의 박소담의 영화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박소담이 열연하던 그 순간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몰입감을 보여주었다. 뭐, 근데 딱 거기까지만. 박소담 나왔던 라스나 다시 봐야겠다.

+ 김윤석 아저씨는 비슷비슷한 이미지의 소모가 좀 심한 것 같다. 


내부자들(2015) - 우민호. 이것도 생각보다 많이 별로였는데... 어떻게 800만이 넘은거지. 이 영화보단 부당거래가 훨씬 더 낫지 않나? 어떤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는지는 알겠는데,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과시적이라고 느꼈다. 배우들의 연기가 많이 커버하긴 했지만, 3시간이라는 긴 영화의 길이를 감당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스토리는 그저 그랬고, 클리셰 범벅.. 너무 쉽게 내버린 듯한 결말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심지어 마지막 한시간은 영화보면서 요리함 ㅋㅋㅋㅋㅋ


마션(2015) - 리들리 스콧. 이것도 지나치게 늦게 봤다. 어.. 음... 이것도 기대치가 너무 커서, 생각만큼 재밌진 않았는데.... 그래도 재난영화를 이렇게 유쾌하게(?) 풀어냈다는게 대단하다고 느꼈다. 그것도 이런 노장이 ㅋㅋㅋ


헤이트풀8(2016) - 쿠엔틴 타란티노. 마치 저수지의 개들을 보는 것 같은.. 선과 악의 구분이 필요없는 난장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비선형적으로 연출하고 한참 난장이 시작할 무렵 보여주는 플래쉬백은 사실 어떻게 보면 한 때 엄청 유행하던 한물간 연출방법...이긴 한데.. 그래도 같은 구성이라도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영화적 재미는 천차만별인 듯. 타란티노 특유의 찰진 대사들과 쫄깃한 서스펜스는 이 영화에서 특히 더 돋보였던 것 같다. 영화의 분위기에 압도되는 느낌은 있었지만.. 그래도 난 더 날 것의 느낌이 나는 초기작 <저수지의 개들>이 더 좋고, 최근 작들을 놓고 봐도 장고나 바스터즈가 더 재밌었던 것 같다. 





'영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2017년 1-2월)  (0) 2017.03.09
라이프 오브 파이  (0) 2017.01.16
네이버 인디극장  (0) 2014.12.10
헝거게임 : 모킹제이(2014)  (0) 2014.11.25
인터스텔라(2014)  (0) 2014.11.25

http://movie.naver.com/movie/indifilm/festival.nhn?round=7#none



 위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인디단편영화를 몇 편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12월 14일까지만 제공되는 영화들이라 며칠남지는 않았네요. 다섯편 있는데 다 괜찮더라구요. <폴라로이드 작동법>, <소년과 양>은 그 중에서도 더 좋았음. 길어봐야 20분밖에 안되는 단편영화들이니 관심 있으시면 더 늦기 전에 찾아들 보시길. 개인적으로 이런 기획이 많이 늘었으면 좋겠어요. 이런 영화들은 영화제가 아니면 통 볼 수가 없어서 늘 아쉬웠는데..



색감도 참 맘에 들었던 <소년과 양>




'영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라이프 오브 파이  (0) 2017.01.16
2016년에 본 영화들  (5) 2016.02.19
헝거게임 : 모킹제이(2014)  (0) 2014.11.25
인터스텔라(2014)  (0) 2014.11.25
나를 찾아줘(2014)  (4) 2014.10.28



헝거게임 : 모킹제이 (2014)

The Hunger Games: Mockingjay - Part 1 
6.2
감독
프랜시스 로렌스
출연
제니퍼 로렌스, 조쉬 허처슨, 리암 헴스워스,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줄리안 무어
정보
액션, 어드벤처 | 미국 | 123 분 | 2014-11-20
글쓴이 평점  



 나는 그냥 헝거게임이 재밌더라. 별로라는 사람들도 꽤 많았는데, 나는 첫편부터 좋았다.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제니퍼 로렌스도 좋아하게 되었고 ㅋㅋ 왜일까를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만약에 배틀로얄과 같은 자극적인 소재에만 집중했다면 이렇게 좋아하진 않았을 것 같다. 판타지 안에 시대상을 적절히 담아내고 그것을 주인공의 성장담과 엮어서 잘 표현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영화가 좀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편에서는 지난 편들보다 유난히 더 많이 캣니스 에버딘의 성장담에 집중하고 있는데, 그게 크게 매력적이지도 않고 좀 늘어지는 느낌이랄까. 근데 확실히 기반만 다지다가 두 시간을 소비한 기분.. 이런 시리즈 물은 똥싸다 중간에 끊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밖에 없긴 한데, 그래도 한 편만으로도 보통의 영화적 재미를 갖추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두 시간짜리 예고편을 본 것 같다는 누군가의 평도 일견 동의할 수 있겠다. 예고인듯 예고아닌 예고같은 영화...


 그래도 캐피톨과 반군의 언론플레이나 사람들의 죽음 조차 선전의 도구로 사용하며 선동하는 모습들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더라. 물론 그럴 때마다 마음속에서 우러나와 진정으로 외치는 캣니스의 구호들이 굉장히 오그라들긴 했지만 ㅋㅋ 뭐, 그거 말고도 오그라드는 장면들이 좀 많긴 했다. 판타지 로맨스 장르가 다 그런 맛으로 보는거지.... 그리고 아무리 봐도 매력을 못 느끼는 피타도 여전했고. 


 어쨌거나 기반은 다 마련했고, 다음 편은 확실히 기대해도 될 것 같다. 굳이 두 편으로 나눠낸 것을 보면 런닝타임도 꽤 길 것 같고. 그리고 이번 편은 굳이 대형스크린으로 보지 않아도....




제니퍼 로렌스는 점점 더 매력있어지는 듯.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ㅜㅜ 다음 편은 어찌 되려나....




한 줄 평 :

이 짤로 대체.


'영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6년에 본 영화들  (5) 2016.02.19
네이버 인디극장  (0) 2014.12.10
인터스텔라(2014)  (0) 2014.11.25
나를 찾아줘(2014)  (4) 2014.10.28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2007)  (0) 2014.10.16



인터스텔라 (2014)

Interstellar 
8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매튜 매커너히, 앤 해서웨이, 마이클 케인, 제시카 차스테인, 케이시 애플렉
정보
SF | 미국 | 169 분 | 2014-11-06
글쓴이 평점  



 지난 주말에 상암 IMAX에서 감상했다. 크리스토퍼 놀란+우주라니! 대부분의 놀란 감독 작품을 좋아하기도 했고, 우주덕후로써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조합이다. 그리고 아래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대물리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다면 영상과 이야기가 훨씬 흥미로웠을 것이다. 상대성이론, 휘어진 공간과 다르게 흐르는 시간, 웜홀, 블랙홀, 4차원 시공간 이상의 차원. 영화에서는 물리학의 최전선에 있는, 존재한다는 확신도, 눈으로 확인도 못하는 이론들을 시각적으로 훌륭하게 구현해냈다. 블랙홀은 좀 오바스럽긴 했지만, 웜홀같은 것은 어디엔가 진짜 저런 모습으로 존재할 것 같았다. 


 다만 극의 구성이나 흐름은 전형적인 헐리우드 가족영화 스타일을 따르고 있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아쉬웠다. 그 동안의 놀란의 이야기들과는 달리 좀 뻔하게 흘러가는 느낌이라... 특히 이것이 동생 조나단 놀란이 각본을 짰기 때문에 아쉬웠던 것 같다. 둘의 시너지는 늘 좋았는데.. 그러면서 문득 든 생각인데, 이 영화를 찍기 위해 동생인 조나단 놀란이 물리학에 대한 공부를 굉장히 많이 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블랙홀 속에 다층적으로 구현된 다중우주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전체적인 영화의 줄거리를 먼저 구성했던 것 아닐까 싶다. 과거 속의 아이를 보면서 그녀에게 무언가를 애타게 전달하는 모습을 그려내기 위해 꺼낸 카드가 가족애가 아니었을까... 아니면 진짜 누군가의 말대로 편의점 뒤에서 음료수를 정리하는 알바생의 모습을 보고?!?!


 구성적 측면에서 좀 뻔하고 결말조차 지나치게 친절한 탓에 나올때 약간의 찝찝함이 남아있긴 했지만.. 거대하고 대단한 것을 본 것 같은 두근거림이 계속 남아있었다. 분명 사운드와 영상은 압도적이었고, 게다가 평소에 관심이 있던 분야라 더욱 의미있게 와 닿은 것 같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마찬가지로 아이맥스에서 관람한 영화 <그래비티>와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되었는데, 둘 다 굉장히 흥미로웠던 것에는 틀림없었다. 다만 스토리와 완성도면은 그래비티 쪽이 확실히 더 좋았던 것 같고, 영상'美'라는 측면에서도 그래비티 쪽이 한수 위.. 하지만 그래비티가 알고 있는 것을 화면에 잘 옮겨놓은 것이라면, 인터스텔라는 알지 못했던 것들을 시청각화한, 그 상상력이 대단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래비티는 재난영화이고, 인터스텔라는 가족영화(?)인데, 그래비티가 굉장히 정적이었다면 인터스텔라는 굉장히 스릴넘치고 역동적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ㅋㅋㅋ 나는 그래비티를, 여자친구는 인터스텔라를 더 재밌게 봤다고.. 


 뭐, 물론 영화적으로는 그래비티 쪽이 낫다고 하더라도, 우주덕후로써 굉장히 의미있고 흥분되는 작품이었다. 우주로 떠나는 순간부터 아이맥스로 다시 한 번 보고 싶을 정도로.







한 줄 평 : 구성의 아쉬움을 날려버린, 현대물리학의 최전선과 만난 놀란형제의 상상력. 우주덕후는 마냥 행복합니다.

'영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네이버 인디극장  (0) 2014.12.10
헝거게임 : 모킹제이(2014)  (0) 2014.11.25
나를 찾아줘(2014)  (4) 2014.10.28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2007)  (0) 2014.10.16
명량(2014)  (3) 2014.08.04



나를 찾아줘 (2014)

Gone Girl 
7.5
감독
데이빗 핀처
출연
벤 애플렉, 로자먼드 파이크, 닐 패트릭 해리스, 미시 파일, 킴 디킨스
정보
스릴러 | 미국 | 149 분 | 2014-10-23
글쓴이 평점  


 이것은 핀처의 영화다. <세븐>, <파이트 클럽>, <조디악>을 만든 핀처의 영화다. 


약간의 스포일러 포함.


 한동안 스릴러가 아닌 다른 장르의 영화들을 주로 만들어왔고, 가장 최근의 스릴러 작품인 밀레니엄은 뭐랄까.. 원작 소설에 감독의 스타일이 먹혀버린 느낌이랄까.. 잘 만들어진 영화임에는 틀림없지만 마치 브랜드 같은 그의 이름과 썩 잘 어울리는 영화는 아니라고 느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장면 하나하나가 타이트하고 치밀하게 짜여진, 그의 장인정신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주제를 드러내는 여러가지 장치들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숨겨진 의미나 단서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냥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야기를 진짜 기똥차게 잘해 ㅋㅋㅋㅋ

 스릴러로 시작한 이 영화는 진실이 밝혀지고 난 뒤에, 서스펜스에 더 집중한다. 그리고 영화는 여기서부터 시작. 물고 물리는 새로운 사건들이 새로운 전개를 만들지만, 나오는 전개마다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그렇게 휘몰아 치다가 반전하고, 또 휘몰아치다가 반전하는데, 장면과 서사, 시점의 전환이 디졸브 되는 것 처럼 자연스럽다. 관객은 그가 친절하게 이끄는대로 따라가면서도, 예상치 못한 전개를 거부감 없이 흡수한다.(아니, 캐릭터에서는 분명 거부감이 생겼을수도 있겠다.) 이렇게 쉬우면서도 강렬한 스릴러라니!


"머리를 갈라 뇌를 확인하고 싶은" 결혼생활의 심리를 뻥튀겨놓았다. 모르지만 알 것 같다. 여론과 언론을 대하는 중반 이후의 장면은 블랙코미디로써 손색이 없다. 진짜 둘이 재결합하는 순간부터 너무 웃겨서 배잡으면서 봤는데, 영화관 분위기 너무 깨는거 아닌가 싶어서 끜끜대면서 억지로 웃음을 참아가며 봤다. 아, 이건 뭐 나한텐 <인사이드 르윈>과 더불어 올해의 영화... <인터스텔라>가 개봉한다면 또 모르지만 ㅎㅎ


 소재는 막장인데,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그 안에 사람의 심리와 현대 사회의 문제점들을 자연스럽게 녹여낸 점도 그렇고.. 막장이야기는 우리가 한 수 위인데, 이런 각본과 연출력은 좀 배워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장보리를 핀처에게로! 







이 어마어마한 썅년



한 줄 평 : 그 끝에서 다시 시작한 막장 활극. 장보리를 핀처에게 보내자.

 

'영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헝거게임 : 모킹제이(2014)  (0) 2014.11.25
인터스텔라(2014)  (0) 2014.11.25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2007)  (0) 2014.10.16
명량(2014)  (3) 2014.08.04
포항 (전주 국제영화제(JIFF) 상영작)  (0) 2014.05.07




 왓챠의 수혜로 보게 된 두 번째 영화 ㅋㅋ 첫 번째는 예전부터 보고 싶었던 <아티스트>였는데, 재밌긴 했지만 생각보단 그저 그랬다. 그리고 이건 내 스타일... 


 어떤 결정을 내릴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결정을 하지만, 일은 항상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에서 터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보통 사람들이 상상하는 최악의 상황은 사실 '최악'은 아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최악이다.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시작한 또다른 일은 예상치 못한 또다른 상황을 낳기 마련이고.. 다 끊어버리고 새로 시작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뭐, 어느정도는 경험담이다. 



왜냐하면, 인생은 세이브가 안 되거든요.



 사건을 먼저 보여주고 이유를 사람별로, 사건별로 잘라서 보여주는데, 구성이 타이트해서 꽤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진짜 갈데까지 간다. 이미 지옥인데, 어딘지 모를 그 다음을 향해 끝까지 간다. 맞물린 캐릭터, 배우들의 연기, 심리묘사, 연출력, 적절하게 비판한 시대상 등, 골고루 다 좋다. 감독인 시드니 루멧은 몇년전에 돌아가셨는데, 이 작품이 유작이라고 하더라. 이 영화를 찍었을 당시 그의 나이는 83세. 그리고 그 나이에도 광기에 가까운 정력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한다. 화려하거나 눈을 확 사로잡는 매력은 없지만, 구심점을 단단하게 가지고 어둠의 아우라를 사방에 흩뿌리는 것 같다. 


 올해 죽은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시종일관 연약하고 불안정한 모습을 연기한 에단 호크나, 마리사 토메이의 몸매도 좋았지만, 호프만의 연기는 그 중에서도 압도적이다. 








 호프만 얼굴만 다시 봐도 욕이 절로 나옴. 근데 이제 고인ㅜㅜㅜㅜㅜㅜ

'영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터스텔라(2014)  (0) 2014.11.25
나를 찾아줘(2014)  (4) 2014.10.28
명량(2014)  (3) 2014.08.04
포항 (전주 국제영화제(JIFF) 상영작)  (0) 2014.05.07
인사이드 르윈<Inside Llewyn Davis> (2014)  (0) 2014.03.07


 

토요일에 명량을 봤다. 


 이순신이라는 역대 최고의 영웅, 그리고 볼만한 해전씬, 백성이 나라보다 우선이라는 메시지가 영화를 흥행으로 이끌고 있는 듯.. 근데 영화는 생각보다 너무 별로였다. 최민식, 류승룡, 조진웅, 진구 등 좋은 배우들 다 써놓고 캐릭터는 산으로.. 이야기도 힘 없이 어슬렁어슬렁 해전씬까지 끌고 간 느낌. 김원해씨를 제외한다면 명확하게 그려진 캐릭터도 없고, 이순신장군이 가진 딜레마와 고민도 흐릿하고 애매모호하게 어물쩡 넘어간 것 같다. 어떻게든 해전씬까지만 가자! 가면 끝장이야. 이렇게 느껴졌음. 오로지 해전씬만을 위한 영화라고 해도 무방하다. 주인공이 명량대첩임. 


 해전씬은 몇몇 부분을 제외한다면 확실히 좋았다. 화려하고, 볼거리도 많고.. 특히 포들을 아래로 모아 백병전을 승리로 이끄는 장면은 굉장히 멋있었음. 다만 나는 이 영화가 좀 더 현실적으로 그려지길 바랐는데, 판타지와 오글거리는 신파가 끼면서 감흥이 좀 줄어든 것 같다. 바다에서 죽어간 혼이 주는 비장함과 딱 필요할 때 등장한 회오리까지는 좋았다. 영화니까. 

 그런데 

1. 필요할 때마다 정확히 날아와 꽂히는 화살(최종병기 활 때문인가.. 필요할 때 가까운데 몇번 꽂힌다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이거 너무 먼거리에서도 지나치게 자주, 또 너무 정확하게 꽂혔다.)

2. 큰 배를 끌어내는 백성들의 작은배들(이게 뭘 말하고 싶은건지는 알겠는데, 비현실적이고 오글거려서 보고 있기 힘들었음.), 

3. 다 죽어가는 진구가 5m 밖에서도 듣기 힘든 목소리로 이정현에게 소리치는 모습(그래도 이정현이 치맛자락을 흔들 땐 울컥하더라.) 등.. 

 무겁고 묵직하게 진행해가던 영화 분위기와 대비되는 오글거림이 자꾸 아쉬웠다. 개인적으로는 전장과 상황의 처절함이 좀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으면 했다. 굳이 저런 장치를 넣지 않아도 어려운 상황에서 엄청난 대승을 거둔 역사적 '사실'이라는 점 만으로도 감동을 반은 먹고 들어갈텐데...

 특히, 굳이 해전에 백성들의 역할을 주지 않아도 충분히 감동적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억지로 메시지를 던지는게 불편했다. 위기-극복-위기-극복-위기-극복이 너무 자주 반복되는 것도 피곤했고. 해전씬을 좀 더 타이트하게 가져가면서 이야기를 더 끄집어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김한민 감독의 전작들도 그렇지만, 장면은 잘 만들어내도 이야기꾼은 아닌 것 같다.









포항

Pohang Harbor 
0
감독
모현신
출연
-
정보
| 한국 | 93 분 | -


 연휴를 대체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 연휴의 끝은 항상 허무해. 그래서 내가 연휴를 별로 안좋아한다. 그냥 수요일쯤 하루 쉬는 편이 훨씬 휴일같아. 아이들 시험기간이 끝나갈 때쯤 삼촌에게서 연락이 왔고, 5월 3일 토요일에 예정에 없는 전주방문이 이루어졌다. 그것도 아침 8시부터 과외를 하고 나서... 차도 어마어마하게 막히더라. 잠을 네시간도 채 못잔 상태에서 세시간가량 운전을 하고 나서 영화가 시작하기 직전에야 영화관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보다가 졸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게 보고 나올 수 있었다. 보는 내내 좀 답답하긴 했지만. 무슨 영화가 올림픽대로 같아... 꽉꽉 막혀서 졸 답답 ㅋㅋㅋㅋㅋ





 영화는 아비가 바다에 빠져 죽은 뒤, 보름에서 한달정도 지난후의 일들을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연수는 서울에서 일을 하다가 그의 아비가 일을 했던 바닷가로 내려와 일을 시작한다. 그리고 실종된 아버지를 하릴없이, 그리고 무기력한 모습으로 한없이 그리워만 하다가, 그의 흔적을 찾아서 조금씩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가 진행된다.


 영화는 굉장히 불친절하다. 과거에 대한 회상씬 이런건 차치하고서라도, 일단 대사 자체가 거의 없다. 힘든 과거가 있다는건 알겠는데, 어떤 상황인지 자세히 알 수 있을만한 단서 하나 놓여있지 않다. 그저 포항 구룡포읍을 배경으로, 한 사내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던 일을 뚝 떼어다가 있는 그대로, 보이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듯 했다. 일주일도 채 되어보이지 않는 그 짧은 시간 동안에는 딱히 두드러지는 감정의 변화도, 극적인 사건도 없다. 앵글은 최대한 멀리서 잡고, 영화의 시선은 대부분 무표정으로 고정되어있다. 연민도, 안타까움도 느껴지지 않는다. 바다를 배경으로 하고, 늘 커다란 배와 함께 일하지만, 고립되어 있는 것처럼 굉장히 낯설고 외롭고 고독한 느낌만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를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이 굉장히 조심스럽다고 느꼈다. 안 좋은 일을 겪은 친구를 대할 때 처럼, 후벼파거나 드러내지 않고,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이 느껴졌다. 기억에 남는 초중반부 화면은 모두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거나, 일을 하고 있는 사내의 모습뿐이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던 사내는 짚으로 엮은 아버지를, 실종된 위치에서 흘려보낸다. 아무것도 하지 않던 사내가 크진 않지만 액션을 취했다. 작은 행동의 변화였지만, 그의 가슴속에 자리하고 있을, 결코 작지 않은 그리움이 보였다. 짚으로 엮은 아버지를 떠내려 보낸 뒤, 바다를 응시하는 그의 얼굴을 영화에서 처음으로 클로즈업샷으로 촬영하였다. 1분 남짓 이어진, 화면 가득 얼굴로 가득찬 그 클로즈업샷에서 가슴 아픈 뭉클함과 연민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최근에 겪은 국가적인 재난과 더불어 나의 할아버지도 생각나고.. 굉장히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사내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짚 더미는 발견되었지만, 그 자리에 아버지는 없었다. 아버지의 시신대신 짚더미를 태운다. 던지지 않은 작은 짚더미를 끌어 안는다. 시간이 흘렀지만, 묵묵하게 제 할 일을 하며 지내왔지만,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깊은 상실감일 것이다.


 영화 상영이 끝나고 난 뒤, 영화 GV시간에 들은 영화에 관한 재밌는 사실 몇 가지.

1. 형제 두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포항시청 공무원들로 촬영이 이루어졌다고 했다. 어설프지만 그런대로 꽤 괜찮았다. 인상적인 배우분이 두 분 계셨는데, 영화에서 가장 대사가 많았던 사장님, 배우가 아닌데도 말도 또렷하게 들리고 취중연기까지 ㅋㅋㅋ 그리고 매우 어설펐던 서울에서 내려온 사장님 ㅋㅋㅋㅋㅋ

2. 사내가 바다에 짚더미를 두개 가져갔는데, 큰 짚더미는 바다에 보냈고, 작은 짚더미는 차마 보내지 못했다. 자아를 뜻하는 건가?하고 긴가민가 했는데, 알고보니 사내의 아들을 뜻하는 것이었다고.. 삼촌과 통화하면서 들었는데, 아들 촬영분은 편집과정에서 사라졌단다. 덕분에 그 작은 짚더미가 아들이었다는 것은 아무도 알아차릴 수 없었다.

3. 영화 내내 대사도 거의 없고, 표정변화도 거의 없어서 감독님한테 "제발 말 좀 하게 해주세요"라고 사정했다고 ㅋㅋ 연기하기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답답한 모든 과정은 그 1분의 클로즈업샷을 위해 존재한 것 같았다. 관객들도 답답했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 1분이 더 감명깊었다.

4. 포항에서 오신 분께서 마지막 질문을 하는데, 거의 봉테일 수준의 디테일을 요구하셔서 빵터졌ㅋㅋㅋㅋㅋㅋ 구룡포읍은 같은 포항사투리라도 촌티가 나야되는데, 사투리가 대부분 좀 세련된 시내사투리라고 아쉬우셨다고 ㅋㅋㅋㅋㅋㅋ






 영화를 한 두편 더 보고 왔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예정에 없이 간거라 시간이 여의치 않았다. 밥 한끼 먹고 올라가려다가 한참을 기다려 피순대와 순댓국 한그릇하고, 한옥마을 한바퀴 걷고 올라왔다. 사실 그 날 전주는 헬게이트 열린 듯. 전동성당에 사진을 찍은 수 많은 인파는 꼭 외국 유명 건축물 앞 같았고, 인사동 느낌나게 꾸며놓은 한옥마을은 명동수준의 인파가 몰려있었다. 모든 길거리 음식집에 줄이 3-40명씩 늘어져있었고, 풍년제과 쵸코파이는 모든 지점에 줄이..ㄷㄷ 누군가 전주를 이렇게 표현하더라. '서울 사람이 와서 장사하고, 타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으며, 그 모습을 전주 사람들이 신기하게 쳐다보는 곳'이라고 ㅋㅋ 왠지 공감돼서 빵터졌다. 그리고 앞으로 전주는 잘 안가게 될 것 같다. 

'영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2007)  (0) 2014.10.16
명량(2014)  (3) 2014.08.04
인사이드 르윈<Inside Llewyn Davis> (2014)  (0) 2014.03.07
그래비티(2013)  (0) 2013.10.29
컨저링(2013)  (0) 2013.10.26



 처음에 이 영화 소식을 페북에서 듣고 떠올랐던 영화는 <서칭 포 슈가맨>이었는데, 음악영화, 그리고 포크라는 공통분모도 있었고, 왠지 잔잔할 것 같은 분위기도 그랬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가만 있어보자... 읭? 코엔형제 영화야?!?!?! 언제는 코엔형제 팬이라더니 신작이 나온줄도 몰랐어?ㅋㅋㅋ 예전 프로필에 코엔형제 이름을 들먹거린건 역시 나의 주체못할 허세끼 때문이었어... 어쨌거나 이 영화가 코엔형제의 신작이라는 사실을 영화가 영화관에서 내릴때 즈음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고, 뒤늦게 부랴부랴 찾아서 보게 되었다. 사실은 보자마자 리뷰를 쓰고 싶었는데, 게을러서 ㅋㅋㅋㅋ 아무튼, 역시는 역시 역시였다. 이 영화는 단순하게 음악영화라 할 수 없다. 왜냐? 코엔형제 영화니까. 말 나온김에 오늘도 한번 허세끼가 되어보자.


 영화의 모티브는 무명에 가까운 포크 싱어 '데이브 반 브롱크'에게서 따왔다고 한다. 영화의 배경이 된 곳은 많은 무명 예술가들이 모여서 살고 활동하는 그리니치 빌리지 라는 곳인데, 영화 후반부에 잠깐 등장하는 밥딜런이나 지미 헨드릭스도 이 곳 출신이라고 하더라. 그리고 밥딜런이 자서전을 통해 '데이브 반 브롱크'가 이 그리니치 빌리지의 왕이었으며, 지배자였다고 말했단다. 물론,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해당하는 말이었고, 현실적으로는 빈곤한 무명 포크 가수 였을 뿐이다. 컨트리 다음으로 잘 안듣는 장르가 포크긴 하지만, 포크의 매력은 그 장르를, 혹은 그 노래를 좋아하지 않아도 편안하고, 때로는 애잔한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음악영화 답게 그의 노래가 처음부터 끝까지 완곡으로 나오는데, 역시나 좋더라. 음악도 좋아하고 영화도 좋아하는데 음악영화라니!!! 포크면 어떠랴. 영화속에 등장하는 '르윈 데이비스'의 음악은 영화를 보는 내내 내 마음을 추우면서도 따뜻하고, 포근하면서도 아릿하게 만들어줬다.



JT와의 한장면.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흡연 욕구 불러일으키는 장면.


  음악이 많이 나오니까 음악영화는 맞다. 근데 이건 코엔영화야... 음... 방향이 조금씩 돌아간 채로 겹겹이 쌓여있는 슬라이스 치즈를 보는 기분? 뭔 얘긴지 이거 나만 알겠지..... 그리고 음.. 뫼비우스의 띠? 아.. 갑자기 수학얘기 하고 싶다. 아무튼 그렇다. 뉴욕의 작은 동네, 집도 없는 뮤지션, 인정은 받지만 번번히 실패하는 인생과 나는 전혀 관계가 없는데, 반복되고 중첩되는 삶의 많은 이미지들이 나의 그것들과도 이어져 있는 것 처럼 느껴졌다. 앞면에서 출발하지만 뒷면으로 도착하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물론 거의 흡사한 장면으로 이어지던 영화의 처음과 끝장면에서도 뫼비우스의 띠가 연상되기도 했고.. 무엇보다 고양이의 역할이 인상깊었다. 영화에서 고양이는 굉장히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르윈의 삶이 때로는 투영되고, 때로는 대조되는 존재로서의 역할(고양이 이름이 율리시스였다는 말에 뽱ㅋㅋㅋㅋㅋ), 그리고 전 여친이 낙태하지 않아 어디선가 길러지고 있을 그의 아이 같은.. 원치 않게 떠맡게된 짐이나 책임을 상징하는 역할.. 영화의 연출이 굉장히 현실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이다. 여러가지 상황들을 덧대고 중첩시키고 상황들을 촘촘하게 연결시킨것이 코엔형제 영화의 매력을 굉장히 많이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 영화가 당최 왜 지루한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ㅋㅋㅋㅋㅋ


 아... 나라면 고양이를 버리고 갈 수 있었을까..... 사실 몇 번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보통은 스스로 과감하게 선택하기보다 누군가에 이끌려 떠밀리듯 선택했었고, 적어도 나에게 기대하고 있는 역할을 과감하게 버릴 생각은 못했었다. 물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책임의식이 강해서, 뭐 이런건 아니고 그냥 우유부단. 사실 성격상으로 보면 난 변화하는 것을 싫어하는 보수적이고 게으른 사람이다 보니까 ㅋㅋㅋ 주어진 상황에서도 충분히 스스로 만족하고 살 수 있다. 약간 노예st. 고등학교 때 다 때려치고 음악이나 배워볼까 싶었던 적이 있었는데, 공부한게 아까워서 못 버림 ㅋㅋㅋㅋ 그런 의미에서 르윈 데이비스는 만무방이고 내가 굉장히 싫어하는 스타일의 민폐남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부럽기도 하다. 


인상적인 고양이 연기 + 오스카 아이삭도 마찬가지.


 영화의 첫장면과 비슷한 장면들이 끝에서도 반복되는데, 처음엔 뭐지?? 전후관계가 뒤바뀐건가?라는 생각을 잠깐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르윈의 변화도, 드라마틱한 성공도, 나락까지 떨어지는 실패도 아니었다. 음악을 포기하는 일조차도 마음대로 안될 정도로 풀리는 일은 하나도 없지만, 나름 치열하게 살았던 포크가수 르윈 데이비스의 인생의 한 장면을 뚝 떼어다가 그대로 보여주는 것, 그걸 의도했던 것 같다. 그래.. 이게 인생이여..... 뭐 이런거??  한마디로 '인생'이거 하난데, 뭘 이렇게 구구절절 썼는지 모르겠다. 현실이었으면 르윈 또라이시키 ㅋㅋㅋㅋ 저렇게 사는 놈도 있구나. 하면서 뒤돌아서 씁쓸해했겠지. 복잡미묘한 감정 때문에. 


 아무튼 좋은 영화였다. 캐리 멀리건 예쁘더라. 성격은 뭐 같지만.

'영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명량(2014)  (3) 2014.08.04
포항 (전주 국제영화제(JIFF) 상영작)  (0) 2014.05.07
그래비티(2013)  (0) 2013.10.29
컨저링(2013)  (0) 2013.10.26
아티스트 봉만대(2013)  (0) 2013.09.2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