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well's Urban Hang Suite

아티스트
Maxwell
타이틀곡
Welcome
발매
1996.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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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횽님이 오신다는건 내 블로그를 통해서 이미 몇번이나 밝혔던 일이고, 어쨌든 난 무려 더럽게 비싼 FR석의 무려 맨 앞자리를 무려 혼자서 예매하고 간다. 미국에서 조차 공연을 잘 안하시는 커피횽님이 무려 한국을 와주시는데, 아무런 준비없이 영접할 수는 없지. Prince의 Discography를 훑듯이 그의 Discography도 하나하나 훑어보자. 뭐, 그래봐야 정규앨범은 겨우 네장. 이 정도면 할만하지.ㅎㅎ 





 일단 맘먹었으니 첫 앨범 "Maxwell's Urban Hang Suite"부터 시작해봐야 하는데 앨범들이 다 유명해서(특히 이 앨범은 더(근데 굳이 왜 하는거냐)) 굳이 리뷰를 쓰기도 민망한 상황이다. 그래도 쓸래. 기록이니까. 구구절절 네오소울이 어쩌니 저쩌니 얘기하는것도 이제 너무 진부한 떡밥이라 좀 그렇긴 한데, 이 앨범 얘기를 하면서 네오소울 얘기를 안하는 것도 좀 웃기다. 네오소울의 기원을 Acid Jazz 쪽에서 찾는 사람도 있고, 네오소울이라는 용어도 록과 소울의 크로스오버를 했던 어떤 뮤지션이 붙였다는 얘기도 있지만, 결국 지금 쓰고 있는 '네오소울'이라는 용어의 기원을 돌아보면 그 시작이 이 앨범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물론 이 앨범이 발매된 시점은 96년이고 D'angelo의 "Brown Sugar"는 95년작으로 이 앨범이 1년 늦긴 했으나, 이 앨범의 레코딩이 94년이었으니, 이게 먼저다, 이게 나중이다는 사실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처럼 무의미한 논쟁이다. 난 결국 짬짜면이라고 결론 지었다. 둘다 처음이여...... 정식으로 이들의 음악에 네오소울이라는 용어가 붙여진건 더 이후의 일이었다. 에리카바두의 데뷔작 "Baduizm"까지 합쳐서. 그럼 셋다 처음이네? ㅇㅇ 나도 몰러.. 그게 중요한감.....





 은근히 사람들이 잘 모르던데, 이 앨범 무려 컨셉앨범이다! 그것도 맥스웰의 개인적은 경험을 모티브로 삼은 컨셉앨범. 그 경험은 무엇인고 하니 흔하디 흔해빠진 사랑얘기...인데.. 다들 눈치 챘겠지만 아기자기 예쁘고 깜찍한 사랑이 아니라 매우 Adult한 Love다. 음악만 들어봐도 알잖아. 'Whenever Wherever Whatever'정도를 제외하면 다 흐느적흐느적 끈적끈적한거..(그래서 이 앨범에서 'Whenever Wherever Whatever'만 좋아하는 주변 지인도 많이 있다.) 아무튼 여자 만나서 사랑에 빠지고 헌신적으로 사랑하고 Sex하고 헤어질뻔하다가 다시 만나고 결혼하는 내용이다. 생긴건 좀 산적이나 짐승st인데, 헌신적이고 차칸남자였어... 뭐, 하긴 목소리 들어봐도 좀 밝히지만 엄청 자상할꺼 같긴 해.. 사생활은 모르지만.


 음악적으로 보자면 마빈게이+프린스+샘 쿡+알 그린+커티스 메이필드 정도? 개인적으로는 마빈게이가 50%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프린스 30%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이 앨범을 많이 설명하는 단어로 도회적(Sophisticated)이란 말을 쓰는데.. 대체 그 도회적이라는 말은 언제 갖다가 붙이는겨... 그 알잖아. 뉴욕의 높은 빌딩을 배경으로 와인잔 들고 야경볼때 나오는 음악 ㅋㅋ 무엇때문에 도회적으로 느껴지는 걸까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대충 세가지 결론을 내려봤음. 일단 가벼운 그루브감을 가지고 있지만 촐싹대지는 않아야 할 것 같다. 둘째로 음악이 부담없고 스무Th해야 하며  고음이나 드라마틱한 구조로 자극을 주는 것은 좋지 않다. 근데, 가장 중요한건 브라스 소리인듯ㅋㅋㅋㅋㅋㅋㅋ 트럼펫하고 섹소폰소리 ㅋㅋㅋㅋㅋ 특히 인트로와 아웃트로 격인 'Urban Theme'과 'Suite Theme'을 들어보면 가장 강렬한건 역시 브라스 소리들.. 이게 반이여...



짐승st이야 아무리 봐도. 고릴라쯤?



 음악적인 얘기를 조금 더 해보자면 전반적으로 노래들은 Funky하다. 그런데 엄청 신나는게 아니라 느릿한 그루브감을 준다. 몸이 들썩거리긴 하는데, 일반적인 Funk곡처럼 들썩들썩! 엉덩이를 씰룩씰룩!이 아니라 문어다리마냥 흐느적흐느적 한다는 것. 'Welcome'이나 'Sumthin' Sumthin'', 'Dancewitme'같은 곡들이 대표적이다. Funky함을 깔고 소울과 스무스재즈들이 넘실넘실~ 베이스랑 기타, 앞서 말한 브라스도 기본이지만 신디사이저를 비롯한 기계음들도 이것저것 많이도 갖다 썼는데, 모든 악기들이 참으로 일관된 분위기를 내준다. 절대로 산만하지 않아..


 아, 물론 이 앨범..뿐만이 아니라 맥스웰의 모든 앨범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이라면 역시 그의 팔세토 보컬이다. 목소리가 곱고 촉촉하면서도 섹시함이 철철 흘러 넘친다. 남자 목소리가 촉촉하기 쉽지 않은데.. 'Ascension' 같은 노래에서 가성 애드립 같은거 듣다보면 소름 막 돋아.... 그리고 맥스웰의 음악은 보컬가지고 자랑질을 하지 않는다. 앞서도 비슷한 얘기를 했는데, 음악속에서 보컬이 도드라지도록 고음이나 과한 기교를 쓰지 않을 뿐더러 다른 악기를 죽여서 보컬을 부각시키지도 않는다.(보컬과 기타 한대로 부르는 'Whenever Wherever Whatever'정도를 제외하면..)  이쯤되면 보컬도 다른 악기와 다름없는거다. 지나친 보컬로 흐트러지는 감정선도 없고, 도드라짐이 없는 라운지 음악 같아서 더 도회적인 느낌이 강하게 드는지도 모르겠다.



Sumthin' Sumthin' (Live)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사랑받는 곡은 앞서도 이야기한 'Whenever Wherever Whatever'이다. 어쿠스틱 기타가 주는 따뜻함과 다른 노래들보다 덜 끈적하고 담백하게 부르는 보컬이 잘 어우러진 노래다. 게다가 가사도 '당신이 내 안의 뜨거운 사랑을 필요로 한다면, 언제든, 어디서든, 무엇이든 드릴께요. 내 안의 피든, 한 줌의 숨까지도 다 드릴께요'와 같은 뜨겁고 헌신적인 사랑의 가사가 아닌가. 그래. 이 노래에 빠져드는 여심들 모두 인정. 개인적으로 가장 사랑하는 곡은 역시 '...Til The Cops Come Knockin''이다. 아 이건 겁나 섹시해. 그냥 막 섹시해. 이 노래 들으면 짝짓기 후에 잡아먹힌다는 사마귀가 생각난다. 천천히 부드럽게 다가와서 잡아 먹는데, 아픈줄도 모르고 황홀해서 잡아먹히는거야. 왠지 맥스웰이 그럴꺼 같지 않아? 그래, 그럴꺼 같지 않다...라면 어쩔 수 없고.... 아무튼 곡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내가 전에 썼던 글로 대신한다.(리뷰 보러가기)  Hit Single이었던 'Acension'과  밝고 경쾌한 Funky Soul 'Sumthin' Sumthin'', 바닷가 새벽안개처럼 습윤한 분위기 속에 둥기둥가 Funky한 베이스라인이 맘에 드는'Dancewitme'나 농도짙은 쓸쓸함을 느낄 수 있는 'Lonely's the Only Company'까지.. 노래들은 다 좋다. 꼭 컨셉앨범이어서 싱글보단 앨범으로 들어야 된다기 보다는, 노래가 다 좋아서 앨범으로 들었으면 좋겠다. 앨범 전체적인 분위기가 음악 감상용 뿐만이 아니라 야밤에 혼자 틀어 놓고 허세 좀 부릴 수 있는 BGM으로도 적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막 허세지수 막 상승 ㅋㅋㅋ 밤에 분위기 잡고 조용하게 드라이브할 때도 괜찮고.



...Til The Cops Come Knockin' (Live)


 맥스웰 횽님에 대한 첫 리뷰다 보니 또 장황하게 이것저것 많이 썼다. 정작 앨범얘기로 치면 얼마 안되는데.. 아마 다음 리뷰부턴 짧게짧게 쓸 수 있을 듯.. 그러고보니 이 앨범 20살때 샀는데, 누나가 씨디훔쳐갔다. 근데 케이스만 훔쳐감ㅋㅋㅋㅋㅋㅋㅋ 씨디는 따로 잘 보관되어있는데, 언제 다시 둘이 상봉할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이 앨범은 맥스웰의 앨범중에서 가장 중요한 앨범이다. '시작'이기도 하고 지금까지의 앨범중에서 가장 좋다고 평하는 사람들도 많고..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다. 가장 좋아하는 앨범은 역시 4집..... 그래서 내가 5집을 학수고대 하고 있다고....... 이 커피새끼야.(앨범얘기만 나오면 흥분한다...) 아무튼 기다리는 사람은 없겠지만 다음 앨범 2집 "Embrya"에서 또 만나요!




Ascension (Live) 이건 MTV Unplugged 영상.




 화제성도 이젠 한 물 가버린 나는 가수다지만, 요즘 그래도 꽤 쏠쏠한 재미가 있다. 시나위와 국카스텐을 비롯한 라이벌 구도나 한영애 같은 뮤지션의 노래가, 무리한 편곡이나 고성에 질려하면서도 자꾸 찾아보게 하는 것 같다. 나는 가수다가 시즌 1에 잘나가면서, 많은 이슈들과 긍정적인 영향, 부정적인 영향을 많이 끼쳤는데, 긍정적인 영향중의 하나가 사람들에게 '편곡자의 역할'을 각인시켰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하광훈님이나 돈스파이크 같은 뮤지션들이 주목을 받기도 했고.. 보통 작사나 작곡은 알아도 편곡은 뭐하는건지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으니까. 아무튼 나는 가수다에서는 좋은 편곡도 있었고, 무리수도 많았지만, 편곡을 통해 같은 노래가 얼마나 새롭게 재해석 될 수 있는지 그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그에 비해 일반적으로 가수들이 내는 리메이크 음반에서는 그런 가능성을 외면한채, 그저 '다시 부르기'에 초점이 맞춰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음... 예외가 있다면 나얼의 리메이크 음반정도? 그 외에도 몇몇 프로젝트식으로 발매된 리메이크 노래들이 재해석에 충실한 곡들이 있었지만 앨범 단위로는 거의 전무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여기 아직 무명에 가까운 한 가수의 습작처럼 만들어진 믹스테잎이 한장 있다. 언더에서 묵묵히 한국의 R&B를 이끌어 가고 있는 Jinbo의 믹스테잎 <KRNB>. 앞서 거창하게 말했지만 이 앨범은 정말로 'Remake'에 충실한 앨범이다. 그간의 리메이크는 멜로디라인과 가사를 그대로 살려둔채, 편곡만 바꾸는 정도였다. 목소리, 애드립 정도가 가수가 할 수 있는 최대 변형이었고, 깔짝깔짝 스트링 추가, 순서만 바뀐채 변함없는 곡의 구조는 그저 우리에게 "아, 이런 목소리에도 잘 어울리는 노래네?"하는 정도의 감흥밖에 주지 못했다. 


 Jinbo의 믹스테잎은 그간의 '적당히' 제조되던 리메이크 공식을 깨버렸다. 대부분의 곡들이 가장 포인트가 되는 멜로디 부분만 살리고, 곡의 장르와 구조, 그리고 컨셉, 필요에 따라서는 가사까지 진보에 의해 '재창조'되었다. 가끔은 원곡이 어떤 곡인지 알아듣지 못할 정도? 이건 진보가 창작한 것도 아니고 창작 안한것도 아녀......








 가장 재밌게 들었던 곡은 'Love Game'이었다. 보아의 'Game'을 원곡으로 한 노래인데, 신디사이저를 전반적으로 내세운 Funk곡이다. 죠지 클린턴스럽기도 하고 Prince스럽기도 하다. 중간중간의 애드립도 Funk냄새를 풍기고 있어서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특히나 중반부에 길게 연주한 간주부분은 그간의 우리나라 음악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던 부분이다. 7-80년대 Funk밴드만큼 죽여주는 간주부분은 아니었으나 상당히 신선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전에 습작처럼 연주한 노래를 듣고 인상깊었던 소녀시대 'Gee'의 커버곡 'Damn'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사실 얼마전에 갔었던 F.ound Week 공연 때 라이브로도 봤었는데, 이 노래 끈적끈적 정말 좋다.(가사도 슬로우잼에 맞게 바꿨다.) 무엇보다 상큼한 걸그룹의 노래와 대비되는 슬로우잼 스타일의 진보의 목소리가 뭐랄까.. 깜찍한 모습의 걸그룹과 그런 그들을 응큼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남성들의 심리가 반영되었다고 해야 하나.. 가사도, 이를 받아들이는 청자들의 마음도 수위를 넘나드는 섹시한 즐거움을 준다. 









 서태지의 '너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를 리메이크한 '너와 함께하면 행복해'는 원곡이 주는 아우라가 너무 강해서 초반부 조금 걱정스럽기도 했는데, 중반부에 빠른 비트로 바뀌면서 지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멋지가 변화했다. 원곡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진보만의 느낌도 안배한 그야말로 웰-메이드 리메이크가 되었다. 원곡(김건모의 '빨간우산')의 느낌을 유지하면서 놀랍도록 Funky하게 편곡된(아니, 어릴 때 듣던 이 노래가 이렇게 Funky했었나?!) '아름다운 그녀'도 인상적이었고, 애절하게 변화된 2NE1의 '아파'를 리메이크한 나빠도 좋았다. 개개의 싱글들이 딱히 떨어지는 곡도 없고, 같은 흑인음악이라지만 색깔들이 너무 달라서 노래마다 듣는 재미가 있다. 원곡뿐만이 아니라 어떤 스타일을 시도했는지, 누구를 모티브로 녹음을 했는지 비교해서 생각해보는 재미!


 재밌는 음반이다. 곡 자체의 완성도도 높은데다가 원곡과 전혀 다르게 재창조되었기 때문에 원곡과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몇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첫번째로 마스터링. 이건 뭐.. 정규앨범도 아니니까 쿨하게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다. 두번째로 좀 산만하다. '흑인음악'과 '리메이크'라는 키워드로 엮이긴 하지만 아니 그 두 개의 카테고리가 워낙 넓어야지. 각각의 곡들은 참 좋은데, 앨범단위로 듣는 메리트는 딱히 없다는 것 정도. 그래서 다른 앨범들보다 유난히 싱글별로 찾아듣게 된다는 점. 세번째로는, 진보의 진짜 색깔이 궁금하다는 점..이라기 보다는 빨리 정규 앨범 내달라구.....ㅜㅜ 아니, 공짜로 배포했는데 뭐 이렇게 바라는게 많어.... 좋은 음악 들려줘서 고맙습니다. 진보느님. 





앨범 전곡은 이 곳에서 다운 받으세요.


Overcome

아티스트
아침
타이틀곡
Overcome
발매
2012.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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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를 반 정도 쓰다가 엎어버렸다. 이 앨범은 이성적으로 쓰면 안되는 앨범이야. 아니, 아침이라는 밴드 자체가 그렇게 리뷰를 쓸 수 없는 밴드야. 그냥 내 마음이 그렇게 말하고 있서........... 그렇다. 노래를 듣고 가사를 되짚으면 되짚을수록, 이건 내 이야기, 그것도 지금의 내 이야기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겠지. 





 이 앨범에서 아침은 여전히 냉소적이고, 여전히 불안하며, 여전히 방황중이고, 여전히 염세주의에 빠져있다. 그리고 여전히 음악은 밝고, 신나고, 상큼하다.(물론 차분한 노래들도 있다.) 다시 말해, 여전히 '아이러니'하다. 아니, 아이러니한게 당연한거 아녀??? 넌 안 아이러니 하냐. 세상이 아이러니인데. 다만 지난 노래들과 차별화 된 점이라면, 훨씬 더 직설화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 전작에서는

 '귀신들은 저멀리서 웃고 있는데, 달님은 모든 걸 알면서도 무심한 척, 손톱손질중.' - 불신자들 中. 

 '아하하하 나중엔, 아하하하 다음엔, 아하하하 꽃이 핀다 뻔한 변명' - 거짓말꽃 中

 '그녀는 뭔가 결심한 듯 갑자기, 헤드라이트를 조명 삼아서 그녀는 갑자기 댄스를 시작해' - 02시 무지개 中

와 같이 가사도 제목도 특이하고, 때로는 괴기스러운, 현실보다 망상에 가까운 가사들이 인상적이었다. 현실도피를 바라는 사람이 책상에 멍하니 앉아 펼치는 공상/망상과 같달까.. 가끔은 독특하지만 무릎을 탁칠만한 비유도 인상적이었고.. 그에 비하면 이번 2집 <Overcome>의 가사는 현실에 더 가깝다. 현실로 돌아와서 한 걸음 내딛으려는 시도일까. 제목인 'Overcome'처럼 극복하겠다는 의미일까. 그런건 아니다. 의외의 따뜻함이 어렴풋하게 숨어있기도 하지만 여전히, '시크'한 그들이다. 앨범 제목조차 '아이러니'하다. 이번 앨범을 사람에 비유하자면 누구나 하고 있는 생각이지만 선뜻 먼저 꺼내기 어려운, 아프니까, 혹은 상처받을까봐 숨기는 말들을 툭툭 아무렇지도 않게 내 뱉는, 다시 말해 무표정으로 상처되는 말을 자연스럽게 뱉을 수 있는 친구?! 



우리들은 항상 사과하느라 바빠, 숨느라 바빠.

우리들이 전부 다 망쳤으니까. 망쳤으니까.


...


사실 그 앤 절대 너를 안 좋아할 걸. 안 좋아할 걸.

착하다고 한 게 과연 칭찬일까. 칭찬일까.


...


그렇게, 세상은 그렇게,

우리를 모르고

우리를 몰라주고

오늘도, 세상은 오늘도,

다른 사람들만 감싸고 도네.


 - DOH! 中



 장난끼 가득한 전자음과 발랄한 멜로디의 이 노래는 이 앨범의 핵심이다. 스스로를 변화시킬 생각은 못하고, '이건 다 세상탓이야. 더러운 세상. 정치인도 더럽고, 있는 놈들은 더하고, 게다가 내가 쟤보다 못한게 대체 뭔데!!!!!!' 하... 세상은 이들에게 이런 이름을 붙였다. 찌.질.이.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찌질이 맞지 뭐. 근데 그 찌질이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그렇게, 자위하고 싶어지는 때가 있다. 피해의식, 패배주의 덩어리지만, 조금은 위로가 되니까. 사실, '을'로 태어나면 '을'로 계속 살아가게 되는게 이 세상아닌가. 알수록 이 노래의 화자가 나의 일부를 쏙 빼다 박은 것 같아 자꾸 듣게 되는 곡이다. 다행인건 그래도 축구대표팀 경기를 본날 패했을때, '내가 봐서 졌어. 내가 보면 지더라.'정도의 피해의식을 가지진 않았다. 사실 2차성징땐 그런 종종 생각도 했었다. 꽤 심한 피해의식을 가졌었지. 아, 아는 누나가 그랬는데, "넌 참 착해 = 이 병신아"라더라. 그리고 그 누나는 나에게 착하다는 말을 참 많이했었다.



김경주님 in GMF 2011


 

 (횡설수설중이다.) 앨범속의 화법은 현실적이긴 하지만, 다양한 상상력으로 다양한 화자들을 만들어냈다. 사회에 한발 내 딛자마자 진흙투성이가 되어버린 아는 여자의 이야기. '되돌아 오지 않는 과거는 없다'라는 순환과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삶과 미쳐서 빙글빙글 도는 모습이 중첩되어 들리는, 종착역 없이 돌고도는 2호선의 풍경. 어자피 망할꺼 인생 스포트 라이트 비출 때 저질러야 하는데.. 그날 밤 뺨 맞더라도 키스나 한번 해볼 것을 후회하는 화자나 , 직접 대놓고는 좋아한다 말하지 못하면서 몰래 스토킹을 하면서 이것이 합리적인 것이라며 자위하는 스토커. 루저와 아웃사이더, 그 사이로 흐르는 냉소와 자조, 그리고 발칙함.. 마지막 2012년의 마지막 전자음 4분은 "지구 밖으로 내 보내는 전파가 50억 년동안 우주를 유영한다"는 이야기기 표현했다고 하는데, 인류가 멸망된 후에라도 그 신호를 발견한 생물체는 있을까.. 아니, 그게 아니라도 지금 당장 내가 보내는 신호를 감지하는 사람들은 있을까. 주변에 사람은 많아지는데, 그들과 나를 이어주는 끈은 점점 가늘어지는 기분이다. 인류멸망의 이야기는 곧 우리네 삶의 이야기이다.  정체성은 사라지고 있는 듯 없는 듯 취급되거나 그들이 보내는 구원의 신호를 파악하지 못하고 안타까운 선택으로 내몰리는 사람들..



달라질 게 있을까

더 나빠질 게 있을까


그 어느 때 보다 못 된

우리들을 이길 수 있을까.


 - 2012 中



 그렇다. 우리 모두는 피해자이자, 모두 악랄하기 그지 없는 악당이다. 노래가 끝나고 4분이나 이어지는 단조로운 신호음을 하염없이 듣고 있다. 듣게 된다. 이곳은 최악이지만, 그래도 그들은 끈을 아주 놓아버린 것은 아니라고 느꼈다.





 뭔 헛소리를 하냐. 앨범은 확실히 싱글들의 매력을 앨범으로써 어우르지 못했던 전작보다 잘 정돈되어있다. 전작은 가사도 튀고 음악도 튀고 정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앨범이었는데, 이 앨범은 흐름이 매끈하다. 너무 매끈해서 지나치게 인위적인 느낌도 있긴 하지만 ㅎㅎ 앞쪽은 멜로디컬하고 댄서블한 노래들을 배치하고, 중반부부터 차분하게 침잠하다가 후반부는 직선으로 쭉 뻗어간다. 특히 중반부에 와이파이 - Hyperactivity - lowtension으로 이어지는 세 곡은 정말 울컥하게 만든다. 한 곡은 연주곡이고 한 곡은 가사가 얼마 없는데, 쉬어가는 타임이라기 보다는 다시 곱씹게 된다고 해야하나.. lowtension은 키보드 주자인 김경주님이 작곡하신 걸로 아는데, 멤버들의 다양성을 존중함으로써 앨범이 더 다양하고 풍성해진 느낌이다. 지난 EP에 수록된 Hyperactivity와 02시 무지개는 원래도 엄청 좋아하는 곡이었는데, 더 밴드편성에 맞게 편곡되었다. 사실 Hyperactivity는 개인적으로 지난 EP수록 버젼이 더 좋다. 


 아침의 앨범을 더욱 빛내주는 것은 보컬 권선욱의 노래다. 잘 부르는 노래 솜씨는 아닌데, 때로는 직선적으로, 때로는 체념조로 툭툭 내 뱉는 그의 보컬은 그야 말로 Chic 그 자체. 아, 어쩜 이렇게 이 노래들에 찰지게 어울리 수가 있을까.



권선욱님 in GMF 2011



 여전히 아침의 음악은 정확히 종잡을 수 없다. 아침이라 말 하지만 그 아침은 짙은 안개 자욱한 보라색 아침이고, 밖은 밝은 멜로디로 뒤덮여 있지만, 실상 그들은 우물속에 웅크리고 있다. 세상을 비관하면서, 그리고 땅바닥에 손으로 정체모를 그림을 그리면서.. 갑자기 그들의 공연장에서 손을 들고 신나게 춤추고 싶어졌다. 음악이 신나서는 아니고,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 몸은 웃고, 마음은 울고. 






Gossamer

아티스트
Passion Pit
타이틀곡
I`ll Be Alright
발매
2012.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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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랜드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아니 이미 놓치지 않고 있을 것 같은 Passion Pit이 3년만에 두번째 정규 앨범을 들고 나타났다. 이런 류의 음악(일렉트로 록/댄스록/신스팝의 경계를 넘나드는..)을 제법 좋아하는 편이라, 한동안 한참 찾아들었었고 그래서 관련해서 두편에 걸친 장문의 리뷰를 싸이월드 탐음매니아의 직함을 걸고 썼었는데.. 별 주목은 못받았었다.ㅋㅋㅋㅋㅋㅋㅋ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 리뷰다. 더 잘 쓰지 못해 아쉽기도 하고, 진짜 열심히 했는데 주목을 못받아서도 그렇고 ㅋㅋㅋㅋㅋㅋ

 당시에 썼던 밴드들은 (글은 잘 못썼어도) 지금 봐도 참 잘 골랐다.(쓰담쓰담) 혼자 자화자찬이라도 해야지.....  그때 썼던 밴드중에 한팀이 바로 이 Passion Pit이었다. 비슷한 류의 다른 밴드들이 더 록적으로 강렬하거나 신나게 몰아친다면, 이 밴드의 특징은 마냥 밝고 경쾌하고 달달하다. 록의 요소를 놓치지 않지만 다른 밴드보다 더 신스팝이나 일렉트로닉에 가깝다는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이고..ㅎㅎ





 이번 앨범도 여전하다. 여전히 달고 상큼하다. 상큼한데 보컬이 남자인게 함정 ㅋㅋㅋㅋㅋㅋ 보컬은 그냥 달고 음악이 상큼하다. 파란하늘에 떠있는 태양이나 젊은 친구들이 수영하고 있는 바닷가와 잘 어울린다. 근심, 걱정보다 즐거움, 행복함의 감정이 먼저 떠오르는 음악이다. 앨범 커버를 보면 된다. 딱 이느낌의 노래들이다. 눈부실 정도로 환한 노래들. 이 음악을 들으면서 걸어다닐 자신 있음? 난 없음 ㅋㅋㅋㅋ 투스텝이라도 밟아야 함. 가끔 두 팔도 벌려줘야함. 그런 음악이다. 음악적으로도 전작과 비교가능할 정도로 여전히 다양한 음악들을 품고 있는데, 전작보다 장르적으로도 더욱 풍성해졌고 멜로디도 더욱 (앨범명처럼) 곱고 매끄러워졌다. 분명 전작과 비슷한데, 이건 반복이 아니라 변주다. 요거 상당히 힘든건데, 아마 반복이었다면 평단에서 이런 좋은 평가를 내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덕분에 전작보다 더 많이 팔아치웠고, 빌보드 앨범차트 2위에도 올랐으며, 대부분의 평단이 호평을 내렸다.





 앨범은 첫곡 "Take A Walk"으로 뚜벅뚜벅 힘찬 첫 걸음을 걷는다. 사실 첫 곡은 조금 의외라는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패션 핏을 떠올릴때 가장 먼저 떠올릴만한 이미지의 곡이 아니기 때문이다. 뭐랄까, 강렬하게 시작하는 비트때문인지 2집을 시작하는 그들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달까. 신디사이저에서도 진취적인 느낌이 느껴졌고.. 두번째 곡인 'I'll Be Alright'과 네번째 곡 'Constant Conversation'에서는 전작에서도 자주 사용하던 칸예 웨스트 식의 샘플링 기법이 첨가 되었는데, 음악성향은 전혀 다르다. 'I'll Be Alright'의 경우, 시종일관 조잘거리는 듯한 신디사이저가 신나는 신스팝/댄스록의 느낌을 제대로 전달해준다. 음악은 꽉 차있고, 쉴틈없이 조잘거리며 엔돌핀이 마구 분비되는 기분이다. (엔돌핀 분비는 세번째 곡인 'Carried Away'에서도  계속 이어진다. 달콤한 여유가 느껴지는 신스팝곡이다.) 그와는 대비되게 4번째 곡인 'Constant Conversation'는 앨범에서 가장 튀는 곡이다. 슬로우잼, 혹은 네오소울의 느낌을 한껏 품고 있다. 신디사이저의 사용을 자제하고 템포를 살짝 죽였다. 무엇보다 보컬 안젤리코 특유의 팔세토 창법이 노래속에 아주 섬세하게 녹아있다. 끈적끈적 하다 못해 녹아 내릴 것 같은 노래는 아니고, 섹시하지만 달달함도 놓치지 않는, 귀여운 느낌마저 드는 곡이다.


 이후 트랙들도 달달하고 경쾌한 신스팝과 댄스록의 분위기를 충실하게 이행한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트랙들은 제목부터 패션핏과 참 잘 어울리고 청취욕구를 확 끌었던 'It's Not My Fault, I'm Happy'와 차분하게 마무리 하는 마지막곡 'Where We Belong'. 전자의 경우 현실도피식의 가사지만, 어디 그렇게 위로하지 않고 살아가기 쉬운 세상인가.... 젊은이들이여, 니 잘못 아녀..... 세상탓이여..... 주눅들지 말고 힘내자.. 위로가 되는 곡이다. 물론 앨범 전체가 곡들처럼 마냥 밝은 가사로만 채워진 것은 아니다. 방금 말한 마지막 곡 'Where We Belong'을 비롯해서 몇몇 곡에서는 실망이나 좌절, 외로움을 이야기 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확실한건 아웃도어용으로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음악이라는 점. 이라고 말하면 안젤리코가 조금 안타까워 하려나..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그게 아니었던 것 같은데..





 좋다. 두번째 앨범도 여전히 좋다. 달달하고 밝은 음악이라 지난 앨범처럼 또 애정이 금세 식어버리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은 되지만 일단은 요즘 즐겨듣고 있다. 늦여름에 뒤늦게 비가 몰아치고 있는데, 날씨만 좋다면 적당히 더운 여름과도 참 잘 어울릴 음악인데... 날씨도 쨍하고 해 뜨고 내 인생도 쨍하고 해 좀 떴으면 좋겠다. 물론 이 글을 보는 여러분의 인생도ㅋㅋㅋ




뮤직비디오와 라이브영상 첨부합니다.





 







앞서 이야기 했던 논란(?)의 리뷰입니다. 논란이 전혀 없었던 논란의 리뷰라는게 함정. 이 리뷰에 첨부된 뮤지션들에  Fun.과 국내 뮤지션으로는 글렌 체크정도 추가하면 괜찮겠네요. 조금 오래된 글이라 새앨범들에 대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다른 뮤지션들이야 이미 이쪽에선 상당히 유명하니까 개인적으로는 Cut Copy를 추천합니다.


록인지 댄스인지 알게 뭐야 (상)편:

http://music.cyworld.com/note/post/post_view.asp?tid=52204337&pSeq=412102

록인지 댄스인지 알게 뭐야 (하)편:

http://music.cyworld.com/note/post/post_view.asp?tid=52204337&pSeq=412628



Rhythm & Repose

아티스트
Glen Hansard
타이틀곡
High Hope
발매
2012.07.26
앨범듣기


 얼마전 원스의 여주인공 마르케타 이글로바가 내한했었다. 스웰 시즌(Swell Season)에서 나와서 솔로활동을 하다가 1집을 발표했는데, 감성이 참 괜찮았다. 음악적으로는 조금 평범한 듯 해서 조금 아쉽긴 했지만.. 아쉬운건 악스홀 내한도 못갔고, 제천 영화제에 왔을때도 못 봤다. 노래도 잘했다던데..  아무튼 오늘 리뷰의 주인공은 원스의 남자 주인공이었던 글렌 핸서드의 첫 솔로 앨범이다.





 뮤지션에게 '감정과잉'은 어떤 의미일까? 이 앨범을 들으면서 집에 오다가, 나가수1에서 감정과잉으로 항상 지적받았던 윤민수씨가 생각났다.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늘 온 몸으로 노래부르는 가수였고, 기교도 상당히 좋은 가수였다. 아쉬운 점은 앞서도 이야기 했듯이 감정과잉. 감정을 적당히 숨기질 못한다. 영화건 현실이건, 슬픈일이 있다고 마냥 펑펑 울어대는거, 가끔은 좀 꼴보기 싫고 찌질해보일때가 있지 않나? 윤민수의 노래에선 가끔 그것이 느껴져 불편할 때가 있었다. 명곡으로 불렸던 '그 남자 그 여자'의 경우도 끝까지 감정선을 잘 잡아준건 장혜진씨였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의 윤민수의 포효는 처음에는 상당히 인상적이었지만 뒤로갈수록 조금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과잉에 기교과잉. 엉엉 우는데 자꾸 노래욕심을 낸달까. 자꾸 노래속 화자가 가수 윤민수로 변해서 노래자랑을 하는 기분이란 말이다. 뭐, 개인적으로는 그렇다구요. 


 갑자기 이 얘기를 왜 하냐면, '감정과잉'의 좋은 예가 바로 이 글렌 핸서드가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영화 <Once>의 OST의 경우 가장 유명한 곡은 'Falling Slowly'이고, 피아노 선율과 독특한 박자가 인상적인 'When Your Minds Made Up'이나 마르케타 이글로바의' If You Want Me', 'The Hill' 같은 감성적인 곡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개인적으로는 'Lies'나 'Say It To Me Now' 같은 곡에서 글렌 핸서드의 폭발하는 감정도 상당히 인상깊었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에 매우 잘 어울리는 감성이라고도 생각했고.



Once에서 'Say It To Me Now'를 부르던 장면



 솔로앨범에서는 그의 이러한 성향이 매우 잘 드러난다. 거친 터치로 그려진 앨범 커버만 봐도 느껴지지 않는가. 흐릿하지만 번뇌와 슬픔이 묻어나는 눈동자와 깊게 찌푸린 미간. 앨범은 그의 기타를 중심으로 화려하지 않게 구성되었지만, 그의 터져나오는 감성을 잘 체감할 수 있는 곡들로 채워져있다. 첫곡 'You Will Become'부터 슬프고 우울한 느낌을 전달하더니, 네번째곡인 'High Hope'과 다섯번째 'Bird of Sorrow'에서 짙게 폭발한다. 초반부 그의 목소리는 강하지만 여리고, 담담해보이지만 떨림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렇게 감정을 꾹꾹 누르다 후반부에 슬픈 감정을 여과없이 토해낸다.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만큼 슬프고 비극적인 목소리, 그리고 엄청난 호소력.. 특별한 기교는 없고 그저 내지르기만 할 뿐인데, 슬픔과 진심이 그대로 느껴진다. 특히 'Bird of Sorrow'의 후반부는 어우.......... 어우.......... 이어지는 'The Storm, It's Coming'도 마찬가지고, 가벼운 그루브감을 선사하는 'Love Don't Leave Me Waiting' 마저도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우울'의 감정선을 이어간다. 더 좋은 것은 앨범 중간에 이렇게 폭발하듯 쏟아내 놓고는 뒤쪽 트랙을 모두 잔잔한 트랙들로 마무리 했다는 점이다.(물론 우울한 노래들로만 채워진 앨범은 아니다.) 할 수 있지만 과용하지 않고, 감정선을 유지한채 짙은 여운을 남길 수 있는 트랙구성이라는 점.. 그렇기 때문에 위에서 말한 'High Hope'이나  'Bird of Sorrow'는 따로 떨어트려놨을 때보다 앨범 속에 있을 때 더 돋보이고 더 강렬하게 와 닿는 곡이 되었다. 다시 말해서, 곡으로 듣지 말고, 앨범으로 들어........ 그게 정답이야.......





 멜로디나 노래 구성을 볼 때, 이 앨범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함이나 대단함이 느껴지진 않는다. 다시말해 음악적으로 느낄 수 있는 신선함은 없다는 이야기다. 지나치지는 않은 앨범이지만, 그렇다고 모자르지도 않은 앨범이다. 뮤지션 본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 원하는 바를 충분히 이룬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Damien Rice와는 조금 다른 슬픔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싶다면 충분히 좋은 선택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말이 나왔으니 추가 영상 몇개.


쌀 아저씨와의 버스킹영상.

이런 사람들의 버스킹이라니 ㅋㅋㅋ 

근데 노래는 그냥 별로 ㅋㅋㅋㅋㅋ 게다가 찍은 사람 노래 너무 못부른다....




아 라이브도 짱.




Channel Orange

아티스트
Frank Ocean
타이틀곡
Thinkin Bout You
발매
2012.07.13
앨범듣기


 작년에 발매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는 그의 믹스테잎 [Nostalgia, Ultra] 시절에는 그의 존재는 전혀 몰랐다. 다만 어느새부턴가 아직 정규앨범도 안나온 이 친구의 이름이 종종 눈에 띄는 것을 보고(사실 노래 못지 않게 바이섹슈얼 커밍아웃과 제이지, 칸예 등등과 연관해서 자주 눈에 띄었다.), 'Novacane'과 새 싱글을 비롯한 몇몇 노래들을 들어볼 무렵 그의 문제작 [Channel Orange]가 발매되었다. 앨범을 한바퀴 돌리고 나서, 수만가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쳤다. 첫째로 싱글을 들었을 때 이미 느꼈지만, 이 친구는 목소리 버프가 없다. 폭풍 가창력, 음슴. 속삭이는 듯한 달콤함, 음슴. 녹아내릴 듯한 섹시함, 음슴. 개인 취향일지는 모르겠으나 이 친구 목소리 버프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목소리가 가진 매력이 없다. 흑인음악을 하는 친구들이 가진 그루브감이나 이런것은 둘째치고, 목소리 하나만 놓고 보면 건조하게까지 느껴진다.






 둘째로, 앨범을 들어본 사람들은 느끼겠지만 다 듣고 나서 생각나는 Hook이 없다. 몇몇 곡에서 멜로디 라인이 보이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도드라지게 드러나는 멜로디가 없다. 그러니 킬링 싱글이라 불릴만한 곡도 없다. '야 진짜 이노래 개짱이야!!!!'라고 추천할 곡이 없다고... 특히 우리나라 애들한텐 더더욱 ㅋㅋ 우리나라 애들 막귀라고 얘기하는 건 아니고.. 단번에 어필할만한 요소가 별로 없어서 그런다. 게다가 이 친구가 가진 장점은 언어적 한계때문에 우리나라 애들한테 덜 드러날 수 밖에 없기도 하고.


 이 친구 앨범을 듣고 가장 많이 떠올랐던 사람은 Maxwell이었다. 물론 맥스웰의 목소리는 심각할 정도로 대단하기도 하고, 세련되고 도시적인 음악은 멜로디 라인과 관계없이 사람을 끄는 면이 있어서 많이 다르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벗뜨, 트랜드와 관계없이 본인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한다는 측면과, 자신이 음악과 앨범을 끌어가는데 강한 자의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충분히 상관관계를 유추해 볼 수 있게 한다. 이 앨범은 맥스웰의 첫 앨범 못지 않게 본인의 강한 정체성과 자의식이 반영된, 전혀 신인같지 않은 신인의 1집같지 않은 1집이다. 욕심을 크게 갖지 않고(어쩌면 욕심이 지나친 사람일 수도 있고..) 뚝심과 센스를 가진 사람만이 낼 수 있는 명반이다. 



 사실 앨범 평은 굳이 내가 안해도 여기저기 널려있다. 이미 피치포크 9.5점을 비롯해 유수한 평론 매체들에게 만장일치로 만점 혹은 그에 가까운 평점을 받았으니 내가 여기서 말해 뭐해. 다만 한가지 확실한건, 이 앨범 들어. 두 번 들어. 그리고 가사 꼭 봐. 두 번 봐라. 그러면 저 사람들이 왜 저렇게 만장일치로 좋은 의견을 내세웠는지 이해가 갈테니까. 이 정도면 거의 올해의 신인은 둘째치고 올해의 앨범 급이다. 근데, 역시 한가지 주의해야 될 점은 수 많은 사람들이 칭찬했다고 나도 억지로 엄지손가락을 세울 필요는 없다는 것.ㅎㅎ 솔직히 가사를 이해하지 않고 이 앨범을 들으면 그럭저럭 좋은 앨범, 혹은 '이 앨범이 왜?!'라며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앨범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Frank Ocean의 음악을 감상하는 주된 포인트는 직설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이상적이라거나 현학적이지도 않은, 그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지점, 혹은 남들이 쉽게 생각하지 못한 지점을 담담하지만 통찰력있게 표현한 가사다. 영어실력이 썩 좋지는 못해서 가사를 보고 좀 찾아봐야 겨우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이해하고 나면 어라?! 이 어린노므시키가?!라는 소리가 절로 난다. 시적이면서도 아름답고, 때론 담담해서 잔인하게도 느껴지는 그의 스토리텔링이 이 앨범의 포인트라고 생각하니, 그제서 이 앨범은 컨셉, 음악, 멜로디, 그의 목소리까지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앨범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인 베스트 곡을 몇곡 뽑아보면, 첫째로 Bad Religion. 마치 김연우의 이별택시가 생각나는 가사다. 물론 '어디로 가야 하죠, 아저씨' 정도는 아니고, 조금 더 절제되고 시적으로 정제된 듯한 가사에 앨범에서 가장 애절한 곡이다.(자꾸 우리 것을 까는 것 같아서 덧붙이는데, 이별택시의 가사는 정말 괜찮다. 그 찌질함이 포인트니까.) 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혹은 사랑)이 없다는 것에서 오는 공허함과 허무함, 좌절감. 결국 우리나라에서도 그렇게 흔하다는 짝사랑 곡인데 이런 진중한 가사는 없어진지 오래라...(This unrequited love/To me it's nothing but a one-man cult/And cyanide in my Styrofoam cup. - "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나에겐 그저 사이비 종교와 같아. 스티로폼 컵 속에 담긴 청산가리와도 같아."  알아보니 어느 사이비 종교에서 누가 스티로폼 컵에 청산가리를 담아 마시게 해서 집단으로 사람들을 죽게 했다는 일이 있다더라. 그걸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타이틀 곡 Thinkin Bout You. 어디선가 디안젤로 뺨따구 날리는 가성이라고 하는 글을 봤지만 그건 아니고 아무튼 가성이 인상적이긴 하다. 들을수록 감기는 느낌의 곡인데, 자꾸 그의 바이섹슈얼 선언과 그의 첫사랑 남자가 떠올라서 좀 찝찝하기도 하다.ㅎㅎ







 한참 유행하던 덥스텝 느낌을 차용한 Crack Rock은 몽환적이면서도 디테일한 설정이 인상적인 곡이다. 코카인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만 한가지 방식으로만 풀어가지 않고, 사건의 당사자처럼 verse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이 인상적이다. 그다음 10분짜리 대곡 Pyramids. 하찮은 스트립클럽 같은 곳에서 일하는 창녀라도 내가 사랑하면 클레오파트라여, 안그려? 슬픈건 화자가 직업도 없는 루저야. 기둥서방이라 이거지. 그래서 다른 남자랑 같이 있는걸 봐도 별 말을 못해. 현실의 삶에 담담해진 클레오파트라와 그녀가 클레오파트라임을 알고 있는 하찮은 루저. 이 모든 것을 담담하게 표현하는 것을 보자니 짧은 소설 한편 보는 것 같다. 먼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가사 답게 음악도 대곡인데다가 구성도 버라이어티 하다. 신인이 이런 대담한 구성을 했다는게 대단하다는 거지.







 퍼렐 윌리암스가 프로듀싱에 참여해서 그런지 유난히 밝고 튀는 Sweet Life은 Hook이 가장 도드라진 노래고, 앨범은 안만들고 영화나 찍고 있는 Andre 3000의 반가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Pink Matter 역시 빼놓으면 섭섭하다.(둘이 왠지 엄청 잘 어울려!!!!!!는 조금 위험한 발언인가 ㄷㄷ) 물론 위에 이야기한 여섯곡을 제외하고도 앨범 속에는 다양한 캐릭터와 독특하지만 디테일하게 표현된 가사가 돋보이는 곡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결론은 이 앨범, 앞서 말했듯 '곡이 좋은 노래'를 좋아하는 청자들에겐 그저그런 앨범이다. 앨범을, 노래를 천천히 곱씹는 사람에게는 꽤 괜찮은 앨범이 될 것이고.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말하기는 애매하다. 개인적으로도 가사냐 곡이냐를 본다면 가사보다는 곡이 먼저니까. 그렇지만 역시 모든 앨범도 그 앨범만의 감상포인트들이 있는 법. 요 앨범은 가사펴놓고 혹은, 번역된 가사를 보면서 구절을 곱씹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편이 조금 더 좋은 감상법이라는 것이다. BGM으로 쓰기에 적당한 곡들은 아니어서 얼마나 플레이 하고 싶어질지는 미지수. 그치만 가끔 아주 조용히 감상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런 것과는 별개로 이 앨범은 상당히 좋은 앨범으로 기억될 것이다.







Around the World in a Day

아티스트
Prince
타이틀곡
Around The World In A Day
발매
1985.04.22
앨범듣기


 정말 오랜만에 프린스 리뷰를 쓰는 것 같다. 사실 처음에 이 앨범의 리뷰를 쓰려고 마음먹었을 때는,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다. 몇몇의 좋은 싱글들이 있지만, 불꽃같은 이 시기의 프린스 앨범사이에서 파괴력도 없고, 특별한 컨셉도 없어 보이는 무난한 팝앨범이기 때문이다. 82년, 마이클잭슨은 [Thriller]를 대성공시키고 다음 앨범인 [Bad]를 낼때까지 5년이란 시간을 공들였는데, 84년에 [Purple Rain]을 터뜨린 프린스는 1년만에 이 앨범 [Around The World In A Day]를 발매했다. 그리고 평단에겐 혹평을 들었지. 이 때만해도 어쩌면 프린스는 '천재'라는 칭호를 받기에 조금 부족하다고 여겼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괴짜'정도라면 모를까. 기복이 심해서 ㅎㅎ 그 때야 그렇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 앨범은 참 프린스 다운 행보를 보여줬다고 본다. 흥행에 연연하지 않고, 평단과 대중들의 기대감을 은근히 비틀어버리는 싘한 남자, 그것이 프린스의 매력이지.



이 싘한 남자



 프린스의 퍼플레인에 열광하던 사람들의 기대감과 다소 어긋난 앨범이지만, 그래도 이 앨범, 빌보드 앨범 챠트 1위에도 올랐다. Top 10 싱글도 두 곡이나 나왔고, 더블 플래티넘도 기록했다. 이 정도면 상업적으로는 그럭저럭 성공했다고 볼 수 있지. 퍼플레인의 후광이라고 말하기엔 과도한 앨범 성적이니, 이 앨범이 그냥 지나칠만한 그저 그렇기만한 앨범은 아니라는 물증정도 되려나. 다만 앞뒤로 좋은 앨범들이 꽉꽉 들어차있다는게 이 앨범의 최대 걸림돌 ㅋㅋㅋ 뒤에는 1999, 퍼플레인, 그리고 곧 뒤에는 퍼레이드에 싸인 오 더 타임 까지 있으니까. 그러고보면 정말 이 때의 프린스는 그냥 막 찍어도 좋은 앨범이 나왔던 것 같다. 전성기는 전성기라 이거지. 그러고보니 이 앨범이 85년에 나왔으니, 지금의 나와 같은 나이일 때 낸 앨범(...)에다가 내 태어난 해에 나온 앨범이니 앞으로 애착을 더 가져야겠다....... 쓰고보니 문득 스치는 박탈감. 미친색킼ㅋㅋㅋㅋㅋㅋ 그 멋진 앨범들이 그 어린나이에 나왔다니.



Around The World In A Day(1985)



 아무튼 요 앨범은, 요상한 신비주의와 사이비 종교같은 느낌의 앨범이다. 독특한 싸이키델릭함이 곳곳에 보인다. 그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는 노래가 Paisley Park와 Pop Life. Paisley Park의 경우 누군가에겐 프린스 노래치고 조금 심심한감이 들겠지만, 여자들이 웃으며 시소를 타는 모습으로 형상화 된 그의 유토피아(노래 속 페이즐리 파크)를 싸이키델릭한 음악과 함께 절묘하게 표현한 곡이다. 좋다. 아, 그리고 7인치 싱글로 나왔을때 요 노래의 B-Side곡이 디안젤로가 겨우겨우 리메이크한 She's Always In My Hair다. Pop Life도 앨범이 인정을 덜 받아서 그렇지 아주 가볍고 경쾌하게 잘 만들어진 Funk곡이다. 이 때 즈음에 나온 Funk곡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만하다. 



아마도 지 생일에 부른 노래 영상 같은데, 이 버젼 괜찮다.ㅇㅇ 다리찢기 ㄷㄷ


 Condition Of The Heart는 아주 잘 만들어진 발라드곡이다. 특히 그 인트로가 이어지다가 스며들듯 등장하는 피아노의 멜로디, 그리고 여러가지 악기들과 효과음들이 섞이다 등장하는 프린스의 목소리! 그 부분때문에 자꾸 생각이나... 그 부분이 기다려져... 앨범에서 가장 히트한 Rasberry Beret은 앨범에서 프린스의 팝적인 감각을 가장 도드라지게 느낄 수 있는 노래다. 전작 When Doves Cry와 비교하게 되는데, 그 곡에 비교한다면 이 쪽이 스트링섹션을 이용해서 그런지 훨씬 부드럽고 밝고 경쾌하다.





 비교적 조용하거나 경쾌하고 팝적인 노래들이 전반부에 포함되어 있었다면, 후반부는 조금더 강하고 더 휘몰아치는 곡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다. Tamborine이나 America도 그렇지만 특히 마지막 두 곡 The Ladder와 Temtation은 왠지 전작을 연상케 하는 트랙들이다. 물론 전작에 비하면 조금 식상한듯한 멜로디에 아쉬움도 느껴지긴 하지만, 그건 역시 전작이 워낙 괜찮았기 때문에....


 저평가 받은 앨범이지만 마냥 저평가 받기만 할 앨범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 시기는 전성기니까. 그냥 그 시절엔 망한 앨범도 이 정도... 프린스의 모든 앨범들을 놓고본다면 음.. 그래도 중간정도는 가지 않을까? 중간이상 갈지도. 그냥 임팩트가 좀 부족해서 더 약하게 느껴질 뿐인 것 같다. 완성도 높고 좋은 곡들이 강렬하지를 않아서...


Write Me Back (Deluxe Version)

아티스트
R. Kelly
타이틀곡
Lady Sunday
발매
2012.06.29
앨범듣기




음악에 미쳐있는 덕후들을 보면 그 시작이 가족, 친지인 경우가 많다. 랩을 듣기 시작하던 내 사촌동생에게 내가 내민 것은 나스의 일매릭이었고, 그는 나보다 더 지독한 힙덕이 되었다. 랩도 막하고 다니고. 그리고 내가 일매릭을 듣기 시작한건 물론 누나 때문이었고. 정확히는 우탱클랜으로 시작했지만 ㅎㅎ


 아무튼 중요한건 그게 아니라, 우리 아버지도 음악이 메인은 아니고 서브수준이긴 했지만 엄청난 음덕이셨고, 덕분에 자연스럽게 누나와 나도 음덕이 되었다. 그런데 의외로, 우리집에서 갖가지 음악 경연프로그램을 가장 잘 챙겨보시는 분은 우리 엄마다. 우리 엄마가 누구냐, 성가대에서 그 어렵고 희귀하다는 알토 파트를 맡고 계시고 누구보다도 대중적이지만 정확한 귀를 소유하고 계신 분이다!!! 나는 가수다 볼 때 상위권 3명을 신기하게도 매번 맞추심... 헐.. 난 매번 틀림 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래서 나는 가수다가 나올 때면 우리집 권력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 어머니의 취향에 따라 보고 있을 수 밖에 없는데,(사실 나도 같이 즐기는 편...) 오랜만에 누나가 내려와서 나는 가수다를 대기하며 무한 걸스를 봐야하는 시간에 남자의 자격을 보게 되었다. 다 본건 아니고 엔딩부분만 봐서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대중교통을 이용한 하루 여행을 담은 편이었던거 같은데, 엔딩곡으로 낯익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곡은 바로 이 곡. 여름, 그리고 왁자지껄한 여행과 잘 어울리는 분위기다. 특히 후렴구가. 뭐, 가사는 둘째치고.


 

 알켈리의 신보를 들으면서 몇 주 전에 음악을 좋아하는 다른 분과 페북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었는데, 요지가 뭐였냐면, '알켈리는 '양산형 가수'가 되어버렸다.' 였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나, 싶었는데 공감해 주셔서 고마웠다. 음.. 뭐랄까.. 분명 알켈리의 음악은 좋다. 앨범 듣고 실망한 기억이 거의 없다. (딱 한번, [12play]를 듣고 반해서 듣게 되었던 [R.]에서 기대치에 비해 길고 지루해서 실망했던 적은 있었음.) 근데, 또 엄청 감동한 적도 없다. 12Play를 끝으로 말이지. 전작에서도 '복고'라는, (트렌드이긴 했지만) 색다른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듣다보면 '역시 좋긴 한데, 알켈리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복고, 가스펠, 미드템포, 섹스송등, 다양한 분위기로 변화를 꾀해도, 늘 그 만의 고유한 색으로 덧칠되기 마련이었다. 이거 엄청난 칭찬이고, 좋은건데!!! 근데 뭔가 2%가 부족해!!!!!!!! 양질의 노래를 꾸준하게 들을 수 있게 해줘서 너무 고마운데, 잦은 노출로 인해 식상함도 들고.. '역시 좋네.'라는 말이 부정적인 느낌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뮤지션이다. (그러다가 생각해보니 프린스도 분명 비슷비슷한 앨범들을 다수 발매하는 양산형가수긴 한데, 그는 퀄리티가 다르니까!!!라고 마무리 지음. 지독한 프린스 빠심을 가진 두명이었거든.)





 이번 앨범은 전작인 [Love Letter](리뷰 보러가기)와 전체적인 기조를 유사하게 가져가면서, 알켈리 특유의 말랑말랑 러브송들도 수록된, 알켈리표의 다양한 음악들을 고루 맛볼 수 있는 좋은 앨범이다. 위에서 말한 Love is도 그렇고, 신나는 여름분위기 물씬 풍기는 Party Jumpin'은 더운 여름도 거뜬하게 날 수.....는 없어.. 요즘 여름은 좀 그래...ㅜㅜㅜㅜ 아무튼 녹아내릴 것 같은 날씨에도 신나게 한 걸음 내딛을 수 잇는 힘을 주는 노래다. 많이는 아니고 딱 한 걸음 정도..... 요즘 여름은 그렇다니까..ㅜㅜ 개인적으로는 위의 두 곡 외에도 필리소울 느낌을 담은 Share My Love, 듣자마자 아이즐리 브라더스가 떠올라서 임팩트있게 느껴진 Green Light가 좋았다. 도회적 느낌의 두번째 싱글 Feelin' Single과 복고 로큰롤의 기운을 고스란히 담은 All Rounds On Me도 매우 신났고.







 그리고 전작에서도 느꼈지만, 이 사람 MJ 모창 왜이렇게 잘하지. You Are My World듣는데, 지난 번보다 더 유사해서 깜짝 놀랐다. 아쉬운 건, 이 곡으로 인해 알 켈리의 이 앨범이 더 좋았던 것이 아니라 MJ에 대한 아쉬움, 아련함만 더 커졌다는 것.ㅋㅋㅋ 결과적으로 나한텐 역효과였다. 물론 알켈리의 의도는 그게 역효과는 아니었겠지만. 그도 그가 떠난것에 대한 진한 아쉬움이 남아 있겠지. 그리고 그걸 아마도 노렸겠지?





 전작은 별 네개를 줬다면 이번은 3.5개..는 좀 박한가. 3.8개 정도. 전작도 근래의 앨범들 중에서 상당히 좋은 편이었고, 이번 앨범도 분명 그와 비슷한 수준이라 여겨진다. 개인적인 애착으로는 전작보다도 나을 정도다. 내 취향의 노래가 더 많아. 게다가 계절과 맞물려서 계절과 잘 어울리는 노래들이 많아서 이번 여름 가끔 플레이할 것 같다. 이미 그러고 있기도 하고. 근데 그 깎인 0.2는 앞에서도 얘기했듯, 변화가 없(어 보인다는)다는 데서 온 아쉬움이랄까. 더 안타까운 점은.. 그런 R. Kelly가 다음 앨범에서 딱히 새로운 시도를 할 것 같아 보이지도 않는다는 점...(정확히는 시도해도 결국 '알켈리네' 라고 할 것 같다는 점...) 12Play는 정말 엄청난 앨범이었는데 말이지....




+ 쓰고나서 보니 잡담이 반에 나머지 반은 아쉽다 얘기 투성이 ㅋㅋㅋㅋㅋ 근데 분명 좋은 앨범임은 틀림 없다. 전작은 사고싶은 맘까진 안들었는데, 이건 사고싶기도 함.ㅋㅋㅋㅋ






더 파워풀 하고 더 섹시해진, 대중적인 인기마저 끌어온 프린스의 여섯번째 앨범.
 더 파워풀해지고 더 섹시해졌다. 섹시함이 더 묵직해졌다면 공감이 되려나. 정말로 대단한 수작이다. 내가 매우 좋아하는 앨범 중에 하나이고, 대중과 평단 모두에게 상당히 호평받은 앨범이다. 명반 맞다. 근데 프린스의 명반 리스트 세개를 꼽으라면 보통 이 앨범은 포함되지 않는다. (내 기준은 아니고 평단은 주로 Dirty Mind, Purple Rain, Sign O' the Time을 꼽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멋진 앨범이라니!!

표지가 야하다..



 호들갑 좀 떨어봤다. 그만큼 이 앨범은 프린스의 최 전성기라고 불리는 80년대 스타일의 시작을 알린 앨범이다. 사실 이전까지의 프린스식 Funk는 평단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대중적으로는 실패한 앨범이었다. 스타일의 변화를 준 이 앨범부터 프린스의 인기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사실 Funk라는 장르 자체가 70년대 말이 끝물이었다. 수 많은 Funk 밴드들이 몰락하거나 디스코 쪽으로 업종을 변경했다. 프린스도 더이상 Funk만을 물고 늘어질 순 없었던거겠지.. 앨범은 프린스가 처음으로 2LP로 구성을 시도했다. 11곡에 불과하지만 2LP다. 그 말은 노래 한곡당 런닝타임이 어마어마하다는 거다. 4분짜리 2곡, 5분짜리 3곡이 짧은 편에 속하는 곡들이고 8,9분짜리 트랙들도 다수 존재한다. 프린스의 팬이 아닌 사람들이 8,9분짜리는 계속 듣고 있는 것은 고역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전작에 비해서 확실히 팝적인 접근을 많이 했다. 덕분에 빌보드 차트 20위권안에 세 곡이나 올라왔을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도 누렸다. 한 마디로 프린스의 팬이 아니더라도 도전해 볼만한 트랙들이 존재한다는 거다. 그럼 지금부터 한 번 도전해 봅시다.

Funk와, Rock, Soul, Pop까지. 표지만큼 야한 Song들의 향연.
 첫 곡 1999는 웅장한 전자음을 활용한 Funk다. 펑크 대마왕 죠지 클린턴(George Clinton)식의 P-Funk의 냄새가 강하게 난다. 나중에도 Grafitti Bridge라는 앨범을 말하면서 얘기하겠지만 프린스는 죠지 클린턴을 상당히 좋아했고, 같이 콜라보 작업도 많이 했다. 전작의 Funk들이 간결했다면 이 앨범의 곡들은 대체적으로 힘을 더 실은 느낌이다. 이 곡에서도 마찬가진데, 보컬의 강렬함도 더해졌고, 음악도 이전의 Funk들보다 색을 더 입혔다. 그것도 강렬한 색들로. 싱글컷 되어 빌보드 챠트 12위까지 올랐다. 특히 이 노래는 Alicia Keys가 그녀의 첫 앨범 Songs In A Minor에서 커버했던 How Come You Don't Call Me?와 함께 싱글에 실렸다. How Come You Don't Call Me?는 B-Side였는데, 정규 앨범에는 실리지 않고, 나중에 B-Side곡 모음집에 실렸다. 

 두번째 곡 Little Red Corvette은 프린스가 이 앨범을 통해서 Rock Fan과 대중들에게 손을 뻗쳤다는 것을 분명이 느낄 수 있는 노래다. 갖가지 전자음은 신디사이져 하나로 단순화 시키고(이는 이 노래 뿐이 아니라 앨범 전체에 해당되는 내용이다.) 경쾌한 바운스감과 귀에 착착 감기는 멜로디 라인.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Pop 사운드를 가지고 있다. 앨범에서 가장 히트한 곡으로 빌보드 챠트 6위! 프린스 커리어 사상 처음으로 탑 10에 진입한 곡이 되시겠다. 신나는 곡들은 연달아 계속된다. Delirious는 상당히 드럼과 신디사이저가 주를 이루는 곡인데, 락적인 리프로 구성되었다. 확실히 전작보다 친절함이 느껴지는 곡들이 연달아 나온다. 발랄하고 경쾌하다. 역시 싱글컷 되었고 빌보드 챠트 8위를 차지하였다. 요 세곡이 첫번째 LP의 A-Side곡이다. 요 세 곡만 들어봐도 프린스가 시도하고자 했던 이 앨범의 대중 지향적인 방향성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Side-B에는 두곡이 들어있다. 두 곡다 독특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Let's Pretended We're Married는 제목만 봐도 뭘 말하고 싶은지 분명하다. 함께 잠자리를 하고 싶어하는 남성들의 입에서 잘 나오는 말, 그리고 여자들이 절대 믿지 말아야 할(혹은 알면서도 속아주는) 말. 두근두근 뛰는 비트 만큼이나 떨리고 야한 곡이다. 7분이 넘는 런닝타임임에도 싱글컷되어 빌보드 52위에 올랐다. 물론 1999도 6분이 넘는 런닝타임임에도 12위에 오르긴 했지만 이 노래는 꽤 단순해서 싱글컷 되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한 곡이다. 다음곡은 D.M.S.R.이다. 앨범에서 꽤나 좋아하는 Funk곡이다. Dance, Music, Sex, Romance의 앞글자를 딴 곡이다. 아주아주 단순하지만 Funky한 리듬과 단순한 가사가 아주 지겹도록 반복되는데 이 노래 들을 때마다 너무 신나서 같이 춤추면서 프린스와 함께 떼창을 한다. 아주 뜨겁지도, 미지근하지도 않은 적당한 후끈한 온도로 끝까지 쭉 즐길 수 있다는게 이 노래의 가장 큰 장점. 이 노래를 즐길 수 있다면 이미 당신도 프린스의 노예 ㅋㅋㅋ

 두번째 LP의 A Side 세 곡은 다시 어렵지 않게 감상할 수 있는 곡들이다. 아, 첫번째 곡 Automatic은 빼고; 신디사이저를 잘 사용한 Funk인데, 런닝타임이 10분이다. 보통 저렇게 길면 서서히 끌어올리다가 절정을 찍고 변주를 한다거나 다른 분위기로 전환을 한다거나 어쨌건 상당히 드라마틱하게 전개하는데, 프린스는 그런거 없음ㅋㅋㅋ 처음부터 서서히 그런거 없고 걍 시작해서 쭉 간다. 그게 프린스 스타일이다. 시작은 상콤하게 느낌 좋은데 프린스 팬이 아닌 이상 10분이나 들어줄 사람은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 물론 난 이거나 저거나 다 좋지만.(팬심돋네..) 두번째 곡 Something In the Water는 싸이키델릭한 Funk-Rock곡이다. 생각해보니 이 곡도 편하진 않다. 마지막 곡만 편한가보다. 마지막 곡 Free는 감성적인 발라드 트랙이다. 80년대에 발매된 프린스의 발라드 트랙들이 참 괜찮은 곡들이 많다. 이런 곡들을 통해 80년대에 R&B씬과 Pop씬에 미친 영향력이 꽤 크다. 특히 이 앨범부터.



 마지막 B-Side의 첫곡은 화끈하게 시작한다. 프린스의 섹스판타지를 엿볼 수 있는 Lady Cab Driver인데, 프린스가 택시를 잡는 상황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거기 탄 운전수 여자가 겁나 섹시한거다!! 근데 날 꼬시네?? 그래서 뭐 #$%^*&*#%하게 되었다는 그런 야시꼬리한 상상을 구현한 노래다. 이 노래 후반부에 대놓고 야한 목소리들이 삽입되어 있는데.. 쓸쓸한 밤에 혼자 듣고 싶지 않은 곡이다. 언젠가 프린스의 섹시함은 잠자리가 최고조 일때 나오는 섹시항 교성같은 섹시함이라고 한 적이 있는데, 이 곡이 그렇다. 프린스의 노래중에서도 '섹시함'(이 아니라 그냥 ㅈㄴ야함)으로 손에 꼽을 곡이다. 아, 이 노래에 대한 오마주로 레니 크라비츠가 1집에 Mr. Cab Driver라는 곡을 만들기도 했다.
 역시 단순하고 신나는 Funk곡인 All The Critics Love U In New York에 열심히 몸을 흔들다 보면 마지막 소울 발라드 트랙 International Lover가 나온다. 온 몸이 나른해지는 오묘한 분위기와 나레이션과 노래, 진성과 가성, 속삭임과 교태를 오가는 프린스의 목소리.. 좋다. 신나게 뛰어다닌 마지막을 편안하고 몽롱하게 마무리 하기 좋은 곡. 근데 생각해보니 이것도 야한곡이다. 야한곡 너무 많아.

다음부턴 간결하게 쓸께요. 노력할께요.
 아무튼 후대에 꽤나 큰 영향력을 미친 좋은 앨범이다. 음악계에서는 새 패러다임을 제시해줬다. 특히 이후의 팝, 알앤비, 일렉트로-록씬에 꽤나 큰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아주 보란 듯이, 혹은 너네 따위가 좋아하는 음악 순순히 해주기 싫다는 듯이 다음 앨범은 이 앨범의 지향성을 많이 까먹은 앨범이다. 조련하는거 같아. 이럴 때 보면. 

 결론은 프린스 리뷰는 쓰다보면 너무 길다. 아 진짜 이전의 프린스 리뷰들이 너무 길기만 해서 이번엔 짧게 쓰려고 노력했는데 쓰다보니 한곡한곡 또 다쓰고 자빠졌다. 다음부턴 좀 줄여야겠다고 마음 먹으면서 오늘의 프린스 리뷰도 끝!!


추천곡 몇 곡 올려드립니다. 사실 다 좋은데..ㅜ


Prince - 1999


Prince - Little Red Corvette


Prince - D.M.S.R.


Prince - Lady Cab Driver



 

 먼저 트랙리스트를 쭉 한번 읽어보았다.

1. 소멸의 시간
2. Grace Kelly
3. 감긴 눈 위로 비추는 불빛
4. 바라밀다(Pt.1)
5. 바라밀다(Pt.2)
6. 구원의 손길
7. 텅빈 눈동자(Pt.1)
8. 텅빈 눈동자(Pt.2)
9. Connection

 기대감을 확 심어주는 트랙리스트다. 여백과 절제, 그리고 (이 단어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겁고 강렬한 것들이 몰아쳐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잠비나이 - [차연]



 앨범을 들어볼 수 있는 링크입니다. 들으시면서 읽어주세요. 여기입니다! 클릭하시면 들어갑니다.



 앨범의 제목인 차연은 무슨뜻일까.

차연(Différance)은 프랑스 해체주의 철학자 자크 데리다가 만든 용어이다. 이것은 지연시키다(to defer)와 차이짓다(to differ)두가지 말을 결합해 만든 것이며, 언어가 말을 전달하지 못하고 계속 지연시키는 상태에 있다는 것을 지칭하는 뜻으로 사용된다.
-위키백과 발췌

 몇 가지를 찾아봐도 정확히 이해가 가는 것은 아니었는데, 한 가지 떠올랐던 이론은 불확정성의 원리. 시간과 공간을 동시에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 것. 차연의 의미를 데리다 본인도 정확하게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차연이란 단어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면 차연이란 단어를 통해서 데리다가 하고 싶은 말이 모순에 빠지는 것은 아닐까 싶다. 뭔 개소린지.. 아주 자의적으로 해석하자면, 언어라는 불완전한 것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완벽하게 교감하는 것에 대한 회의감을 표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만든 단어가 아닐까 싶다. 사실 집에 아버지가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데리다의 책이 몇권 있었는데, 읽어볼 엄두는 내지 못했다. 어렵다....

잠비나이 EP [잠비나이] 커버.



 아무튼, 그들이 이 단어를 앨범명으로 붙인 이유는 무엇일까. 차연이라는 단어 자체가 가지고 있는 불완전성과 불안정성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데리다가 이 단어를 통해서 언어의 한계성을 환기시켰듯, 이 사람들도 기존의 음악적 관습이나 기존의 소리에 반기를 드는 의미로 한 것은 아니었을까. 반기라는 표현은 좀 그렇긴 한데, 아무튼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도'라는 의미로. (정작 이들에게 앨범 제목에 대해 물어본다면 생각보다 별거 아니라는 듯, 쿨하게 대답할 것 같다. 그냥 내가 그동안 봐온 잠비나이의 인터뷰를 봤을때 느낌이 그렇다. 예전 홍상수 감독의 인터뷰에서 영화 제목을 붙일 때, 영화의 의미를 내포하기는 커녕, 별다른 의도없이 제목을 짓는 경우가 많다고 했는데, 이 들도 아예 의미를 배제하지는 않더라도 가끔 비슷한 맥락에서 제목을 붙이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EP에 수록된 '나부락'처럼. 이일우씨가 기르던 애완동물 이름이란다; 혹시 만약에 설마 잠비나이 분들이 이 글을 보신다면.. 꼭 대답해주세요. 이 제목 뭐에요?ㅋㅋ 알아서 해석하라구요? ㅇㅇ알겠슴.)



국악과 록, 동양과 서양의 격렬한 입맞춤.
 앨범 전반에는 메탈과 프로그레시브 록과 포스트록과 프리재즈와 동양의 소리와 정서가 혼재되어있다. 그리고 아주아주 격렬하게 변하며, 격렬하게 주고 받는다. 첫번째 트랙 소멸의 에서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메탈스러웠다. 물론 잠비나이의 멤버 이일우씨가 메탈의 광팬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당황스러웠던 이유가, 거문고나 해금이 가지고 있던 동양적 느낌은 상쇄되고 드럼과 기타를 비롯한 밴드음악에 그대로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생각보다 엄청나게 강렬하다. 이런 강렬함은 두번째 곡 Grace Kelly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강한 소음에 이어 나오는 동양적 기타선율과 변형된 여자보컬의 목소리는 정말 그로테스크하다. (제목은 왜 Grace Kelly였을까? 그 그레이스 켈리가 맞나?) 결과적으로 이 곡, 정말 좋다. 들을 수록 좋다. 


잠비나이 - Grace Kelly. 스페이스 공감 영상. 살짝 긴장들 하신듯.


  분위기는 반전된다. 감긴 눈 위로 비추는 불은, 의미도 없이 무작위로 배열된 듯한 짧은 해금과 거문고와 피리들 아래로 진동음이 서서히 긴장감을 고조시키다가 밝은 분위기로 극적인 전환을 하는데, 마치 어둡고 긴 터널을 눈을 감고 지나다가 터널끝에 다다라 따스한 햇볕을 마주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과거의 그것들은 그저 삶의 많은 파편들 중 하나였다는 듯, 앞부분의 소리들을 머금은 변주를 들려준다. 제목부터가 동양스러운 바라밀다는 두 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실려있다. 바라밀다는 여백과 절제, 그리고 발작(?)에 가까운 폭발이 돋보이는 노래다. Part.1같은 경우는 진동음이 내는 긴장감에 숨도 쉬기 쉽지 않다. 그렇기에 Part.2 중반의 갑작스러운 분위기 전환이 더욱 강렬하다. 특이한 점은 이 노래에서는 서양의 악기들에서도 동양의 느낌이 강하게 났다는 것. 목탁을 두드리는 듯한 기타소리나, 커다란 동양의 종을 치는 듯한 베이스와 드럼소리. '피안에 도달한다'라는 뜻의 바라밀다. 노래가 그 깊은 숲속의 어둑한 절의 느낌을 잘 살려준것 같다. 물론 그것 치고는 너무 호러느낌이긴 하지만 ㅎㅎ

 다음은 그냥 '하드록'같은 구원의 손이 나온다. 노래 중반부의 피리와 해금소리가 강렬한다. 사실 이런 음악을 듣다보면 매우 하드한 록 음악에 이런 악기들을 섞는 것이 이리도 자연스러울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말이 더 새기전에 다음 트랙으로 넘어가면, 다시 두 개의 트랙으로 구성된 텅빈 눈동자가 나온다. 정중동과 동중정, 심연의 슬픔,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한 절망. 반복되며 점층되는 구조가 나선형 계단을 따라 어두운 곳으로 한 없이 깊숙히 내려가는 듯 하다. 거문고 몸통을 두드리는 그 소리에 난 왜 이렇게 설레는고..... 두근두근.

이일우(기타, 피리, 태평소, 생황), 김보미(해금, 트라이앵글), 심은용(거문고, 정주)



 마지막 곡은 Connection인데, 앨범의 초반부는 가장 동양적인데 중반부에 접속이 되는 듯한 소음이후에 급격하게 분위기가 바뀐다. 그리고 처음으로 앨범에서 가장 '멜로디스러운' 부분이 해금으로 연주된다. 그리고 선율은 의외로 발칸반도쪽의 음악같다. 그런 의미에 커넥션이었던 것인가? 개인적으로는 조금 뜬금없어서, 곡으로 보면 조금 실망스러웠는데, 앨범의 마지막 대미로 생각하면 그럭저럭 수긍할만한 트랙이긴 했다. 적어도 앨범을 들으면서 내내 긴장해서 움츠려져 있던 어깨가 처음으로 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으니까.



망한 리뷰, 굉장한 음반.
 리뷰를 다 쓰고나니 든 생각은, 내가 너무 생각이 많았다. ㅇㅇ 사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이들이 내게 던져준 음악은 너무 광범위했다. 그래서 결국 해석은 청자의 몫이 된 것 같은데, 해석을 너무 열심히 했나보다.ㅋㅋㅋ 여기서 썼다가 쑥쓰러워서 지운것까지 포함하면;; 결론은 좋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좋다. 앨범 자체가 어떤 소리들의 조합에 관한 실험의 결과물인 것 같다. 따라서 이 음악을 기존의 관습적인 장르 규정으로 정의하는 것은 앨범을 감상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실험의 결과를 있는 그대로 듣고 각자의 방법으로 감상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한번쯤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앨범이다.(취향탓에 강권하지는 못하겠고;) 아, 겁많은 친구들은 밤에 혼자 들으면 무서울지도 모르겠다. 호러/스릴러물의 상상력을 자극하더라.


EP수록곡 나부락. 이 라이브는 진짜다!!



 잘 되기 힘든 음악인거 알지만, 잘 되었으면 좋겠다. 앨범이 발매되고 났는데도 아직 1집 발매기념 공연티켓이 매진되지 않은걸 보면 하아.. 참 힘든 길을 가고 있구나 싶지만. 이 앨범이 마지막이 되지 않기를 간절하게 바라본다.



p.s. 저는 여기 갑니다!!


얼른 예매 하쇼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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