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년전 데뷔앨범을 내던 시절에 비하면 Bilal의 최근 행보는 꽤 긍정적이다. 로버트 글래스퍼를 비롯해 소울쿼리안의 많은 멤버들이 참여했던 그의 1집은 디안젤로, 맥스웰과 비견되며 R&B차트에서 탑텐안에 들긴했지만 제작자들의 구미를 확 당길만큼 매력적인 차트 성적을 달성하지는 못했다. 2집의 준비과정은 훨씬 험난했는데, 2006년에 완성이 된 이 앨범은 첫 앨범과 마찬가지로 Jay Dee를 비롯해 화려한 참여진을 등에 업고 앨범 작업을 마쳤으나 상업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제작자들이 제작을 꺼려해서 발매일이 차일피일 미뤄지던 중에 불법유출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앨범 발매는 취소. 아.. 진짜 운도 징하게 없다. 거기서 음악생활을 포기하지 않은 Bilal느님께 감사드림.





 그리고 그의 커리어 상 정규 2집은 2010년이 되어서야 발매되었다. [Alright's Revenge]. 9년만에 발매된 정규 2집은 (작은 상이지만) 그래미에도 노미네이트 되고 평단으로부터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은 앨범이었다. 다만, 장르상 네오소울로 규정되기는 했지만,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네오소울 음악을 기대하면 안되는 앨범이다. 앨범속의 음악은 묵직하지만 다이나믹하고, 빈티지하지만 미래지향적인, 상당히 진보적인 음반이었다. 이게 뭔 개소리냐하면 그냥 이쪽 음악 매니아가 아닌 사람이 들으면 몇 곡 듣다 이상하다고 걷어차버릴 앨범이란 소리다. 좀 평론가 선비st 앨범이라고... 듣자마자 확 꽂히는 그런게 없기 때문에 지루하거나, 굳이 들을 이유를 찾을 수 없는 그런 앨범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우리나라 리스너의 성향을 고려한다면 더더욱. 좋다는겨 안좋다는겨, 들으라는겨 말으라는겨... 뭐, 난 평론가 선비st을 추구하기 때문에(?) 좋게 들었던 앨범이다. 


 처음 하려던 이야기는 Bilal의 최근 행보에 대한 이야기인데, 쓸데없는 이야기만 잔뜩이다. 아무튼 지난 로버트 글래스퍼 앨범에서 Bilal이 두 곡이나 참여했고, 두 곡다 상당히 괜찮았는데, 2집을 발표하고 3년이라는 짧은(?)기간만에 정규 3집이 발매되었다. 그리고 호들갑 조금 보태서 전작보다 좀 더 좋다. 좀 더 내 취향이다. 올해의 앨범급은 아니더라도 연말 결산에서 흔히 볼 수 있을만한 정도의 퀄리티는 된다고 생각된다. 요즘 계속 달고 살고 있다.





 인트로를 지나 첫번째 곡 'West Side Girl'를 듣자마자 일단 감탄했다. 아기자기한 비트와 여러겹 섬세하게 덧씌운 코러스라인, Funky한데다가 마디마다의 보컬의 마무리는 무성의하다 싶을정도로 간결하다. 프린스가 마구마구 떠오르는 곡이다. '7'이나 'The Ballad For Dorothy Parker'같은 노래.. 그리고 방금 무슨 노래가 또 한곡 스쳐갔는데!!!! 계속 생각하다가는 머리 터질테니 여기서 그만. 아무튼 듣자마자 빠져버린 첫번째 곡이었다. 이어지는 'Back To Love'와 'Winning Hand'도 역시 좋았는데, 왠지 모르게 과거로부터 이어온 '소울쿼리안스러운(?)'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니, Bilal이 작곡한건데 왜 'Winning Hand'에서는 The Roots의 냄새가 날까.. 리얼 드럼이라 그런지 왠지 퀘스트럽이 쳤을꺼 같은 느낌도 나고 그래 ㅋㅋㅋ


 앨범에서 'Astray'도 특별히 좋아하는 곡 중에 하나다. 엄청 블루지한데다가 완전 날것의 냄새가 난다. 마스터링도 거친 느낌을 그대로 살리는 방향으로 한 것 같다. 구석 높은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오는 먼지 가득한 창고에서 연주하는거 같은 느낌!! 공연이나 녹음도 아니고 그냥 연습하고 놀면서 녹음한 느낌!! 첫 기타리프부터 맘에 들었다. 로버트 글래스퍼(Robert Glaspher)가 참여한 발라드 트랙 'Butterfly'도 정말 좋다. 아득한 피아노 소리, 멀리서 긁히는 기타소리, 그리고 팔세토로 울리는 Bilal의 목소리.. 호접몽st.곡임 ㅋㅋㅋㅋ 특이하게도 로버트 글래스퍼의 느낌이 거의 없다.. 피아노도 엄청 정적이고.. 뒤쪽으로 갈수록 재즈의 느낌이 나긴하는데, 연주자체는 오히려 클래식하다. 아무렴 어때, 좋다!! 





 최근 트랜드와 관계없이 Bilal은 확실히 독보적인 음악관을 가지고 있다. 여전히 빈티지하고, 버라이어티하면서, 과거의 그것들을 옮겨놓았지만, Bilal의 색을 덧씌우고 미래지향적으로 탁월하게 재가공하였다. 'Right At The Core'의 싸이키델릭하고 미래지향적인 음악, 어쿠스틱한 'Lost For Now', 힙합느낌나는 'Climb', 그리고 재지하면서도 Funky한 많은 곡들. 그리고 더욱 인상깊은건 노래마다 Bilal의 보컬도 다양하게 변한다는 점이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프린스스럽기도 하다가, 짙고 몽환적인 팔세토창법을 쓰기도 하고, 여느 발라더처럼 부르기도 하고, 비음을 잔뜩 섞어 노래하기도 한다. 음악이 좋기도 하지만, 이런 다양한 음악과 보컬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


 진짜 좋은 앨범들이 쏟아진다 요즘. 그리고 Bilal의 음악도 그 중 하나다. 프로듀싱 능력도 굉장하지만 다양한 보컬스킬도 대단하다. 이 앨범은 Bilal의 광범위한 음악적 스케일을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탐욕스러울 정도로 다양함을 갈구하는 그의 음악적 욕심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다양함이 모두 일정 성취를 이루고 있다는 점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이 앨범이 얼마나 팔렸는지, 빌보드에서 몇위까지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 잘됐으면 좋겠다...ㅜㅜㅜㅜㅜ 앨범들 드럽게 안내는 네오소울 뮤지션들 사이에서 3년에 한 번 정도라도 앨범을 내준다면 더 바랄게 없겠는데.... 


p.s. Bilal은 빌랄인가요 비럴인가요 비랄인가요 바이랄인가요.. 빌랄이라고 읽는데 맞나.. 눈치 챈 사람이 있나 모르겠는데 위에 보면 Bilal은 끝까지 한글표기 안함 ㅋㅋㅋㅋㅋㅋ



맥스웰만 빙구같은줄 알았더니 이 아자씨도 똑같네







Lento

아티스트
나윤선
타이틀곡
아리랑
발매
2013.03.12
앨범듣기


 나윤선의 이 멋드러진 신보를 듣는게 이젠 딱히 놀랍지도 않다. 이건 앨범이 '놀랄정도로 완성도있는 앨범은 아니'라는 말이 아니라, 이 정도 높은 퀄리티의 음반을 내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진다는 말이다. 처음 들었던 나윤선의 앨범은 3집인 [Nah Youn Sun With Refactory]였지만, 그 때는 이렇게 매력적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그녀의 팬이 된 건 2008년에 6집 앨범 [Voyage]를 들으면서였다. 당시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 해에만 수백번은 플레이 했을 것이다. 가슴이 꽉 막히고 답답할때, 그냥 너무 아름답고 멋져서 넋놓고 있는 동안 그것들이 다 녹아 내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요즘 힐링이니 멘토니 이런게 유행인데 다 필요 없어.. 결국 시간은 흐르게 되어있고, 순간을 버티게 해주는 이것들이 나에겐 진짜 힐링캠프다.


 6집, 7집은 경이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이젠 8집까지 경이의 연속이 되었다. 초기 그녀의 앨범들이 여러가지 시도와 도전의 연속이었다면, 최근 앨범들은 그녀의 정체성이 더 확고해지고 완숙해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계속해서 호흡을 맞춰오고 있는 기타 울프 바케니우스(Ulf Wakenius)와 콘트라베이스 랄스 다니엘손(Lars Danielsson)과의 호흡은 이 앨범에서도 대단하고, 공연등을 함께하며 꾸준히 호흡을 맞춰온 아코디언 주자 뱅상 뻬라니(Vincent Peirani)까지... 아, 왠만하면 깨지지 말았으면 하는 조합이다. 정말로.



 문득 2년전이었나, 그녀의 공연을 보던 날이 생각난다. 그날 가장 큰 함성은 그녀의 스캣송 'Breakfast in Bahgdad'였던걸로 기억하는데, 울프와 벵상 뻬라니의 화려한 프레이징과 쇼맨쉽도 인상적이었지만 이들을 완전히 압도해버리던 그녀의 보컬에 그 곳에 있던 모두가 넋을 잃고 말았다. 하지만 그 날 나의 베스트 곡은 저런 화려한 곡이 아니라 'My Favorite Things'나 샹송 'Ne Me Quitte Pas'같은 노래였다. 기타한대에 의지해서 속삭이듯, 속에 쌓인 울분을 꾹꾹 눌러가며 아주 조금씩 토해내듯, 조곤조곤 이야기 해주는 그녀의 목소리를 가장 좋아한다. 고혹적이다. 눈물날 정도로 아름답다.


 첫 곡 'Lento'부터 그러한 나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다. 그녀의 첫 곡들은 다 좋다. 처음 들었던 'Tango de Celos'도 그랬지만, 6집 첫 곡 'Dancing With You', 7집 첫 곡 'My Favorite Things'까지, 화려하지 않게 시작하지만 시작하자마자 앨범에 깊이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절제된 연주속에 나오는 그 순간순간의 여백, 음악은 잠시 비워졌지만 그 비워진 곳곳은 청자의 감정으로 가득가득 메워진다. 비워졌지만, 넘칠정도로 가득찬 곡이기도 하다. 'Empty Dream'의 슬픈 멜로디 곳곳도 쓸쓸함의 감정으로 가득차있다. 





 뱅상 뻬라니의 참여로 인해 달라진 분위기를 확실히 감지할 수 있는 곡들은 단단하고 담담하게 한 발자국씩 나가는, 누에보탱고 곡들을 떠오르게 하는 'Lament'이나 왈츠의 선율을 감지할 수 있는 'Full Circle'에서 도드라지게 나타난다. 아코디언보다는 확실히 반도네온이 매력적이지만, 아코디언은 또 그만의 정서가 있다. 뭐랄까.. 똑같이 쓸쓸함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반도네온은 더 열정적이고 강렬한, 혼자서도 잘 살 것 같은 이미지인 반면, 아코디언은 어딘가 더 구슬프고 혼자서는 못 살 것 같은 찌질내가 좀 난다. 그리고 그 구슬픔이 가장 잘 구현된 곡은 패티김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초우'다. '강원도 아리랑'이나 이번 앨범에 수록된 '아리랑', 그리고 '사의 찬미'와 같이 그녀의 한국 노래 리메이크들, 특히 우리 정서가 들어간 그녀의 리메이크 곡들은 항상 매력적이었는데, 이 '초우'는 아..... '한' 그리고 옛날 트로트들에서 나오는 '뽕끼'의 정서를, 이렇게 세련되게 가져올 수 있다니, 늘 감탄할 뿐이다. 'Hurts'나 'Ghost Riders In The Sky'는 리메이크 곡들이지만 전작의 리메이크곡들 처럼 오히려 그녀의 정체성을 공고하게 해주는 노래들이다. 완벽하게 재해석 되어있고, '나윤선화' 되어 있다. 특히 울프의 기타한대에 맞춰 노래하는 'Hurts' 정말 좋다... 눈물나게 쓸쓸하면서도 눈부신 곡이다. 그리고 빼놓으면 안되는 곡이 스캣송 'Moment Magico'. 그녀의 스캣송 중에는 제 3세계 느낌나는  'Breakfast in Bahgdad'를 가장 좋아하지만 이 곡 역시 상당히 매력있다.





 제목부터 매력적인 'Soundless Bye'나 나윤선 특유의 청아한 가성이 돋보이는 'Waiting'에, 누가 들어도 구슬픈 멜로디를 가진 우리의 '아리랑'까지.. 전반적으로 음악이 비슷한 분위기를 내고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 7집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이번 앨범의 구성은 살짝 아쉬운감이 들기도 한다. 지난 앨범처럼 다이나믹한 구성이 더 좋은데.. 물론 이런 앨범의 특성이 단점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다른 가수 같았으면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구성인데, 들으면서 다른 감정에 방해되지 않고 오히려 몇몇가지 정서로 압축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더 몰입되고, 더 강한 흡인력을 갖고 있는 듯 느꼈다.


 아쉬움도 이야기하긴 했지만, 여전히 고혹적인 목소리를 소유하고, 또 여전히 매력적인 음악들이다. 전성기이고, 정말 고공행진 중인 것 같다. 2년전 내한 이후로 작년도, 올해도 벼르던 공연에 못가고 있는데, 올해 말이나 내년엔 꼭 꼭 가야겠다. 8집들 노래 들으러.. 아무튼 고맙습니다 엉엉 ㅜㅜㅜㅜ




Woman

아티스트
Rhye
타이틀곡
Open
발매
201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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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능적인 커버다. 여기 있는 이 관능적인 커버,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제가 한 번.. 커버 가지고 하긴 뭘하냐. 아무튼 오늘 리뷰할 Rhye의 음악은 커버만큼 관능적이진 않지만, 정말로 매력 터지는 음악이다.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계속 추천하고 다니고 있다. 


 처음 들었던 음악이 이들의 두번째 싱글이었던 'Open'이었다. 현악기의 선율이 지나고 나면 의외로 깊고 음습한 사운드와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헐, 완전 내 스타일인데???(내 스타일인게 너무 많다는게 함정) 특히나 '적당히 허스키한, 중저음이 섹시한 이 보컬 여성 진짜 맘에 들어!!'라고 생각하며, 또 이들의 커버에서 야릇한 상상을 해가면서 이들의 정보를 찾아봤다가 멘붕..... 아니 이미지 검색을 아무리 해봐도 남자 두명밖에 안나오는거... 이게 뭐지?? 프로듀싱 그룹인가?? 객원 보컬인가?? 상상이나 했겠나.. Sade를 닮은 이 목소리가 남자의 목소리라는 것을..





 그렇다. 남자다. 성악으로 치면 카운터테너격인 거지. 진짜 사랑할 뻔한 목소리였는데, 아니 아직도 가끔 매력적이라 사랑에 빠질것 같은 목소린데 남자라니... 아직도 멘붕이다 ㅋㅋㅋ 남자였건, 여자였건, 고자건, 트랜스젠더건, 어쨌든 이들의 가장 큰 매력중의 하나가 이 보컬의 목소리에 있다는 점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Rhye는 캐나다인 Mike Milosh와 덴마크인 Robin Hannibal으로 구성된, 미국의 인디 듀오다. 그리고 그 관능적인 목소리의 주인공이 Mike Milosh다. 이 쯤에서 이들의 사진 몇 장 보고 가자.





세 장중 어느 사진을 봐도 이 목소리가 상상되는 얼굴은 없다. 아니라고 해줘....



앨범은 열 곡으로 채워져있다. 런닝타임도 35분정도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앨범이다. 그리고 매력적인 노래들과 매력적인 목소리로 가득차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이들의 음악을 처음 듣는다면 밀로쉬의 '툭툭 어렵지 않게 내뱉지만 관능적인' 목소리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그가 그동안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들은건 이번이 처음이었고, 이런 남자 목소리는 없다. 한숨과 섞여 나오는 듯한 이 보컬은 한편으로는 섹시하고, 한편으로는 왠지모를 쓸쓸함이 묻어난다. 물론 이들의 앨범이 좋았던 것은 곡도 좋았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이 특별한 보컬이 이들의 앨범을 확실히 '남다른' 앨범으로 만들어줬다고 생각한다. 


 이 보컬은 앞서말한 'Open'이나 'Shed Some Blood', 'Major Minor Love'처럼 약간의 리버브를 준, 몽환적인 노래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재작년이었나, Jamie Woon의 리뷰를 썼을 때도 비슷한 얘기를 했던거 같은데, 여름 밤 바람. 딱 그거다. 시원하다기 보다는 미지근하고, 습하다. 살갗을 스치는 느낌이 나쁘지는 않지만, 상쾌하고 개운하다기 보다는 아쉽고 미련이 남는다고 해야할까.. 





이들은 '몸'을, 특히 몸의 '선'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물론, 나도 좋다.



 앨범의 매력은 단지 '목소리'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The xx를 떠올리게 하는 몽환적인 느낌에 은근히 다양한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물론 목소리 때문에 다른 요소들이 좀 묻히는 감도 있지만. 어쨌든 앨범의 통일감은 목소리 때문에 확실하게 얻어냈다.) 이들의 첫 싱글이었던 앨범의 두번째 곡 'The Fall'은 평단과 대중들에게 상당히 큰 주목을 받았던 노래다. 편안하고 쉬운 멜로디에 악기들도 꾸밈없이 담백하고 로맨틱한 가사를 담고 있는 팝소울 곡이다. 그리고 여기에 밀로쉬의 보컬이 얹히면서 매력터지는 노래가 되었지. 'Hunger'에서는 펑키한 Disco느낌을 품고 있으며, '3 Days' 같은 노래는 드림팝 성향도 보여주고 있다. 확실한건 앨범 전반적으로 목소리가 가진 장점을 잘 살리고 있는 노래들이라는 점이다.


 오랜만에 듣자마자 푹 빠져버린 매력적인 신인을 만난 것 같아 참 기쁘다. 특히나 마지막 곡 'Woman'은 허밍으로만 채워져있는데, 조금씩 고조되며 마무리 될 때 남게 되는 짙은 여운이 있다. 앨범의 플레이가 끝나고 한동안 즐기는 그 여운이 참 좋다. 그리고, 이들의 행보는 지금부터 시작이지. 사실 이 신선한 느낌이 사라지면 지금과 같은 감동은 없어지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되는데, 뭐, 상관없을 것 같다. 여름 밤 산책할 때는 종종 플레이 하고 싶어 질 것 같으니까.



라이브는 그저 그렇다. 그리고 라이브는 남자목소리라는게 수긍이 가기도 함. 

그래도 12분 25초경에 시작하는 Open은 이 불안한 라이브에서도 충분히 좋다.

특히 스트링 섹션이 참 맘에 들어.....









No Beginning No End

아티스트
Jose James
타이틀곡
Trouble
발매
2013.03.04
앨범듣기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 다시 말해 늘 새로운 신보에 목말라하고 남들보다 좀 더 빨리 접하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아니라면, 대부분 새로운 음악을 듣는 타이밍이 '국내 발매'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나 역시 지극히 국내 발매 기준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중에 하나다. 작년 부터 조금씩 달라지고는 있지만;; 호세 제임스(Jose James)를 알게 된 것도 작년 11월에 그의 앨범 [Dreamer]가 국내에 서비스가 되던 시점이다. '재즈와 힙합을 아우르는', 'D'angelo와 비견될만한, 그러나 더 섬세한'이라는 식의 호들갑 섞인 소개글을 보고 들어봤는데, 좋긴 좋았다. 좋긴 좋았다라는 애매모호한 표현을 쓰는 이유는 왠지 저런 호들갑 섞인 소개글을 보면 반감부터 들어서 ㅋㅋㅋ 게다가 디하고 비교하잖아?! '에이.. 그래도 디하고 비교하긴 좀 그렇지'라는 아쉬운 소리를 속으로 해가면서 들었지만, 확실히 좋은건 좋은거다.




 어쨌거나 [Dreamer]에서 디와 비견될만한 지점들이 분명히 있었다. 음악스타일도, 보컬도. 다만 디보다는 확실히 재즈쪽의 지분이 많다고 느꼈다. 재즈 연주곡 위에 노래를 덫씌운 느낌이랄까.. 그런데 이 앨범은 듣자마자 디의 향취가 강하게 와닿았다. 일전에 블로그에 싱글을 올리기도 했었지만, 앨범의 첫번째곡 'It's All Over Your Body'는 'Playa Playa'를 쏙 빼닮았다. 드럼비트나 분위기, 곡의 구성도 그렇지만 특히 혼 섹션ㅋㅋ 그래도 확실한건, 단지 닮았다고만 하기에는 노래가 썩 괜찮다는 것. 그러면 안되는데 디안젤로에 대한 갈증 해소용 같은 느낌도 있다 ㅋㅋㅋㅋ 신곡에 목말라 있어요...ㅜㅜ 이 외에도 'Make It Right'에서도 디안젤로 식의 네오소울의 향취가 풍기고 제목부터 디의 명곡 'Untitled'의 노골적인 오마쥬(혹은 레퍼런스 삼았던 건지 리메이크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제목이나 음악스타일이나 완전 오마쥬라고 느꼈다. 앨범내내 디안젤로에 대한 동경을 느꼈던건 창작자의 의도였다고 나 혼자라도 생각하련다.)곡인 'Do You Feel'의 도입부는 디안젤로의 노래라고 해도 믿을정도다. 




 물론 위의 세곡만 놓고 이 앨범을 평가한다면 그저 디 안젤로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류쯤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이 앨범이 디안젤로의 그것과 차별되는 점이라면, 재즈를 중심으로 꽤 많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Emily King이 함께한 'Heaven On The Ground' 어쿠스틱 기타로 시작하는 따뜻하고 예쁜 팝-재즈 스타일의 곡이고, Robert Glaspher와 함께 만든 'Vanguard'는 1집 'Dreamer'의 노래들 처럼 굉장히 재지한 곡이다. 앞서 이야기한 'Do You Feel'도 중반부로 들어가면서 한동안 피아노 솔로가 이어질 정도로 재즈적 성향을 강하게 내비친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중성을 겸비한, 팝적인 노래들이 많이 도드라진다. 타이틀 곡인 'Trouble'도 그렇고, 두 가지 버젼으로 수록된 'Come To My Door'는 매우 대중적인 멜로디 라인을 가진 팝넘버다.(그리고 개인적으로는 Emliy King의 목소리가 덧입혀진 어쿠스틱 버젼이 더 좋더라.) 독특한 드럼비트로 시작하는 'Sword+Gun'에서는 꽤나 이국적인 향취도 느낄 수 있으며, 느릿하지만 잘게 쪼갠 비트로 몽환적인 그루브감을 느낄 수 있는 'Bird of Space'는 앨범의 베스트 곡중의 하나다.




 확실히 인상적인 앨범이다. 개인적으로는 더더욱.. 물론 디안젤로의 그 찰지는 레이백의 느낌이 아직도 강렬하게 남아있어서 그렇지, 호세 제임스도 상당히 준수한 편이고, 디의 앨범을 듣는것과는 또 다른 재미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재즈적인 어프로치도, 대중성도 이 쪽이 조금 더 낫다는게 내 생각이다. 목소리도 비교가 많이 되는데, 난 오히려 가끔 라울미동이 떠올랐다. 솔직히 디안젤로처럼 섹시하지는 않자나. 라울미동처럼 담백하고 따듯한 스타일은 아니지만 목소리 자체는 비슷하지 않나?? 특히 어쿠스틱 기타가 등장하는 곡들은 더더욱 비슷하게 느껴졌는데 ㅎㅎ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나온 그의 앨범중에서 가장 좋은 앨범이라고 느꼈다. 

 







라이브들 참 좋다.



BLACKsummers`night

아티스트
Maxwell
타이틀곡
Pretty Wings
발매
2009.07.07
앨범듣기

 원래 오늘은 좀 다른 음반 리뷰를 해보려고 했는데, 최근 들었던 음반중에 딱히 리뷰하고 싶은 맘이 드는게 없는거다. 그동안의 플레이리스트를 쭉 돌려봐도 올해 나온 음반들은(아직 2개월 밖에 안됐다고쳐도) 확 끌리는게 없었다. 결국 결정한게 하던 시리즈나 마무리하자 ㅋㅋ 사실 이 시리즈 지난번 편을 쓰고 집착한다고 여기저기서 한소리씩 들었기 때문에 좀 자제하려 했지만 할 수 없다. 같은 제목으로 하면 재미없으니까 올해는 제발 신보가 나오길 기대하면서 맥스웰 신보기원 리뷰ㅋㅋㅋㅋ 



 

 사실 음악적으로 본다면 1집보단 4집이 더 성숙하고 좋은 음반인거 같다는 생각이 요즘들어 문득문득 들곤한다. 물론 개인적으로 음반을 경험했던 소회나(워낙 충격적인 1집이었기 때문에) 네오소울의 시작점이라는 음악사적 성취를 놓고 봤을때 1집이 더 가치있다고 느끼기는 하지만 말이다. 사실 두 음반은 같은 뮤지션의 최고 명반들이지만, 두장의 성향이 좀 달라서, 어느 음반이 상위에 있다고 이야기 하기 좀 애매한 것이 사실이다.


 갑자기 이 앨범을 받아보던 2009년이 생각난다. 당시 나는 8년만에 나온 그의 신보소식에 흥분했고 선공개되었던 싱글 'Pretty Wings' 도입부의 차임벨소리를 들으며 한껏 설렜다. 웃긴게 8년만에 받아본 이 신곡에서 느낀 감정이 '갈증해소'가 아니라 '예상치 못한 행운'을 마주한 기분이었다는 것 ㅎㅎㅎ 그만큼 맥스웰의 신곡은 한동안 포기상태였다. 그리고 트랙리스트가 나왔다. 9곡이네? 당시엔 9곡이고 나발이고 이미 흥분상태였던 데다가, 매년 한 장씩 트릴로지로 제작된다는 말에서 두 번 흥분했기 때문에 9곡의 아쉬움은 전혀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 사기꾼 커피새끼 나쁜놈. 이 앨범이 나온지 벌써 4년째다. 4집이 나올때 처럼 아예 떡밥이라도 없었다면 모를까.. 팬들은 생각할수록 아쉽기만 하다.




 아무튼 이 앨범은 전작들과는 느낌이 꽤 다르다. 앞서 이야기 했듯 빅밴드로 라이브 레코딩 되었기 때문에, 전작들 같은 도회적인 느낌의 네오소울은 많이 사라졌다. 대신 '소울'만큼은 확실히 어필한 앨범이다. 노래들이 스물스물 고만고만 한 듯 넘어가던 느낌도 사라지고 곡마다 확실한 포인트가 더 찍혀있다. 발라드 트랙들은 70년대의 그것을 닮아있고 빅밴드의 혼 섹션은 힘찬 소울음악을 비상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창법은 더더욱 달라졌다. 간드러지는 가성과 기교는 정직하지만 조금 거칠어졌고, 절정에서 멈칫하고 시선을 돌리면서 애태우던 창법은 필요할 땐 질러주는 정직한 보컬로 변화했다. 전에 '부드럽다 못해 잡아먹혀도 황홀할 것 같은 섹시함'이라고 맥스웰의 목소리를 표현했는데, 이 앨범에서 그의 목소리는 조금 더 터프하고 남성미가 느껴진다. 변성기를 잘 못 지난 어린 스타를 보는 것 같은 아쉬움도 살짝 느껴지지만 더욱 남성적이고 더욱 짙어진 소울음악과의 궁합은 오히려 더 좋다.


 인상깊은 트랙을 몇 개 꼽아보자. 일단 맥스웰의 전매특허와도 같은 가성으로 앨범의 첫 포문을 연 'Bad Habits'.  조금 거칠어졌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가성에 노래전체를 지배하는 혼(Horn)섹션, 그리고 "Make me crazy/Don't speak no sound /I want you to prove it to me in the nude/Addicted to the way you move"로 시작하는 아찔한 트랙이다.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Fistful of Tears'이다. 일단 "Open your eyes/See what’s in front of your face/Save me my fistful of tears"라는 애절한 가사에 이 부분을 부르는 맥스웰의 목소리에 간절함이 묻어나는 것 같아서 너무 좋다. 그냥 좋다고 생각했던 노래인데, 어떤 저명한 프린스빠(?)께서 프린스의 "The Beautiful Ones"와 비슷하다는 얘기를 들으니 애착이 더 커졌다.




 음악적 변화를 확실히 감지 할 수 있는 트랙 'Help Somebody'도 좋아하는 노래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음악도 보컬도 진취적이다. 앨범에서 가장 빠른 템포이자 보사노바에서 자주 쓰이는 독특한 드럼 비트가 인상적인 'Cold', 앞서도 이야기 했지만 차임벨 소리 하나로 날 홀렸던 'Pretty Wings', 어쿠스틱 기타와 그의 보컬을 중심으로 잔잔한게 끌어가는 'Playing Possom'은 라이브로 꼭 듣고 싶었던 노래 중 하나다.(그리고 왠지 라이브로 듣고 있는 것 같은 착각고 드는 노래이기도 하다.) 마지막곡 'phoenix Rise'는 신디사이저 음으로 시작해 비상하는 느낌을 한껏 품은 연주곡이다. 앨범에서도 조금 튀는 곡이고 지금까지 그의 성향을 봐서도 절대 평범한 곡은 아니다. 다만 이 곡을 통해 조금씩 변화, 아니, 진화하는 거장의 풍모를 느낄 수 있는 곡이라 생각한다. 


 뭐 일단 곡이 9곡 밖에 되지 않는다. 위에서 얘기한 곡들이 아니어도 9곡 빠짐없이 좋다. 뭐 그럼 끝난 얘기지. 이 음반은 명반임. 땅!땅!땅! 그러니까 맥스웰 이 양반은 새 앨범을 내야한다, 이 얘기입니다. 이런 좋은 음반을 내놓고, 그리고 3부작으로 만들어 놓는다고 해놓고 이렇게 오매불망 4년을 기다리게 하면 어쩌라고. 네 편의 리뷰를 쓰는 동안 맥스웰횽 욕을 너무 많이 했더니 있던 정도 떨어져 나갈 판이다. 새 앨범만 내주면 다시 충성스런 팬이 될텐데..ㅋㅋ 올해는 꼭 나와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으며 네 편의 리뷰를 마무리한다. 커피횽 싸랑해.


"으헤헤 맥스웰 상탔다. 맥스웰 기쁘다." 빙구같은 매력의 맥스웰



Kaleidoscope Dream (Explicit Ver.)

아티스트
Miguel
타이틀곡
Adorn
발매
2013.01.04
앨범듣기


 작년 연말 결산에서 이미 이 앨범 좀 짱임!!이라고 외치긴 했지만, 매니아들을 제외하고는 생각보다 반응이 미지근한 것 같다는 아쉬움에 이 글을 써보려고 한다. 사실 생각보다 많은 지지를 받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비슷한 류로 평가 되는 프랭크 오션이 워낙에 큰 임팩트를 남겼기 때문이기도 하고(비슷한 류라지만 둘은 또 많이 달라..), 일단 이런 스타일이 국내에서 잘 안먹힌다.... 이유는 프랭크 오션의 리뷰에서 썼으므로 생략... 좀 슬펐던 것은 그래미에서 프랭크 오션이 큰 주목을 받으면서 6개부분 후보에 올랐고, 쩌리 상 두개 밖에 못받아 갔던 것을 아쉬워 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미겔은 몇 개 오르지도 않고 쩌리상 겨우 하나 받아갔는데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는다는 것.... 

 물론 프랭크 오션의 어메이징한 데뷔 앨범보다 이 앨범이 더 좋다고 얘기하는 건 아니다. 개인적으로도 프랭크 오션의 노래가 더욱 오랫동안 귀에 감길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미겔의 이 앨범에 상당히 애착이 많아... 이유는 잘 모르겠음... 그리고 마땅히 지금보다는 더 주목받아야 하는 앨범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드럼도 전자드럼을 쓰고 전반적으로 전자음들을 많이 썼기 때문에 좀 현대적인 느낌이 들 수도 있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악기들만 그렇게 썼을 뿐, 소울, 펑크, 싸이키델릭 록 등 과거의 장르를 현대적으로 옮겨놓은 느낌이다. 장르 규정은 조금 모호한 편인데, 일단 알앤비로 해두고, 음악적 특징을 보자면 악기들을 꽤 많이 덜어낸 편이다. 전자음과 더불어 겹겹히 쌓아올린 가성의 백그라운드 보컬, 사운드의 변형을 통한 공간감을 강조해서 몽환적인 느낌을 내는 와중에, 리버브를 머금은 명료한 보컬이 노래의 가장 돋보이는 지점에 위치해있다. 앨범에서는 목소리 피춰링이 한명도 없기 때문에, 앨범내내 미겔의 목소리만 들을 수 있는데, 덕분에 이 앨범의 정체성이 미겔의 보컬하나로 통일된 느낌이다. 여러가지 매체에서 미겔의 음악을 프린스와 비교하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일견 수긍할 수 있는 것도 이 지점이다. 모호한 장르와 독특하지만 독보적인 아이덴티티, 이것저것 복작복작하게 쌓아올리기 보다는 가볍게 덜어내고 각각 음악들의 엑기스만 채취해온 음악.. 프린스가 그간 해왔던 것들과 확실히 비슷한 지점이 있다.




 앨범에서 추천할만한 트랙들을 훑어보자. 일단 첫번째 트랙이자, 많은 매체에서 2012 올해의 싱글들 중에 하나로 많이 꼽았던 'Adorn'. 사실 이 트랙 하나만 들어도 대충 미겔의 음악이 뭔지 대충 눈치까게 된다. 고전 소울을 모티브로 삼은 이 노래는 들으면서 안개낀 운동장 반대편에서 누군가 소리치는 소리를 듣는 장면이 떠올랐다. 눈 앞은 희뿌옇지만 목소리만큼은 명료하게 알아 들을 수 있는??ㅎㅎ 통속적이고 돌려말하지 않는 가사가 오히려 더 진실되게 와 닿는 노래다. 음악적으로 봐도 앞서 얘기한 미겔의 음악적 특징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악기들을 과용해서 압도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내려 하지 않는다. 최대한 내려놓고 목소리에 집중한다. 어쿠스틱 기타한대로 단란하게 시작하는 'Do You..'는 가사가 인상적인 노래였다. "Me too, Me too,"라고 반복하는 수줍어 보이는 가사도 그렇지만,


What about matinee movies, morning secrets

밝은 날에 영화 보는 것은 어때, 아침에 우리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고 말이야
Midnight summers, swim private beaches
한여름밤에는 우리 둘만을 위해 (빌린 or 사들인) 해변에서 수영을 해볼까? 
Rock, paper, scissors, wait! best out of 3! 
가위, 바위, 보, 잠깐, 삼세판이 좋을 것 같아!

★ 출처 - 흑인음악 매거진 '힙합엘이' (http://HiphopLE.com) (무단으로 출처 삭제, 재배포 금지)

특히 이 부분. 가위 바위 보 ㅋㅋㅋㅋㅋ 특별할 것도 없는 그 가사가 엄청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음악적으로도 많은 것을 포기하고 덜어낸 와중에서도 완급을 조절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덕분에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심심하지 않은 트랙이 되었다. 


 앨범과 동명의 곡이자 힙합비트위로 싸이키델릭한 느낌을 머금은 'Kaleidoscope Dream'도 좋고, 메트로놈 소리로 시작해 신음소리를 덧댄 섹시한 베이비메이킹 쏭 'Arch & Point'도 빼 놓아선 안되는 트랙. 워낙에 미겔의 목소리에만 집중한 앨범이고 쓰인 악기도 한정적이기 때문에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데, 'Pussy Is Mine'같이 잔잔한 노래들과 'Don't Look Back'같은 직선적인 노래들을 적절히 배치해 타이트하게 앨범의 완급을 조절하고 있다.


 앨범의 가사는 앞서 이야기한 노래들로도 대충 눈치채겠지만 일상적이고도 헌신적인 가사들로 채워져있다. "내가 클럽에 한번 떴다고 해봐. 싹 죽어-'이런 거만한거 없다. '그대여, 나와 함께 해주오' 거의 뭐 이런 가사다. 스웩? 그게 뭐임. 'Pussy Is Mine'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Tell me that the pussy is mine/ 'Cause I don't wanna believe that anyone is just like me." 대충 뭐 제발 좀..ㅜㅜ 나만 좋아할꺼야. 이런거다. 이런 순수함이 미겔의 매력이다.




 미겔의 음악은 아이덴티티가 확실하다. 노래마다 가지고 있는 느낌은 분명 다른데, 앨범 전체에서 짙은 통일감을 느낄 수 있다. 음악적으로도 그렇고, 가사를 봐도 그렇다. 확실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건 어렵지 않은 음악이라는 점.. 대부분의 팬들에게 이 앨범은 프랭크 오션의 'Channel Orange'와 묶어서(게다가 프랭크 오션의 앨범을 대표로 하고 이 앨범은 서브 정도로 생각한다.) 이야기 하는 앨범이지만, 그렇게 흘려보내기엔 진짜 좋은 앨범이다. 사실 두 앨범 다 진짜 엄청 앆는데, 프랭크 오션만 돋보이고 여기저기서 이야기하니까.. 왠지 좀 앨범의 질에 비해 여기저기 얘기 나오는 횟수가 적은거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갑작스럽게 이런 허접한 리뷰도 쓰게 되었고.. 아무튼 이 앨범 좀 알아줘요ㅜㅜㅜㅜ 프랭크오션에 묻히지 않게 해줘요.......


 



Now

아티스트
Maxwell
타이틀곡
Lifetime
발매
2001.08.14
앨범듣기


 내한기념이 내한취소기념이 되었다가 이제 내한 기원리뷰다. 맥스웰이 나이지리아였던가.. 거기 간다던데. 다 틀렸어.. 그치만 아직 포기 안했다던 그의 말을 (립서비스였다고 할지라도) 한번 더 믿어보려고한다. 사실 맥스웰을 믿기에는 그 동안 양치기소년짓을 한게 한두번이 아니라 좀 그렇긴 한데, 뭐 밑져야 본전 아니겠나. 올해 앨범은 나올꺼 같긴한데, 올해 말이 되보면 알겠지.. 커피새끼는 과연 다시 커피신(!)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어쨌건 맥스웰 그래봐야 앨범 네장인데 이 시리즈도 다 못해내면 프린스는 택도 없겠다 싶어서 얼른 이것부터 마무리 하려고 한다. 프린스는 뭐, 평생에 걸쳐서 쓸 듯. 한바퀴 다 돌려 쓰고 나면 다시 처음부터 다시 쓰고 싶을꺼야. 지금 느낀 감상이랑 10년뒤에 느낀 감상이랑은 또 다를테니까.





 쓸데없는 소리는 집어 치우고, 이 앨범은 나한테 굉장히 소중하고 의미있는 앨범이다. 중학교때까지 차갑고 폭력적이고 스산한 먹통힙합밖에 모르던 먹통 중2병 소년이 고등학교에 가서 알앤비와 소울음악을 듣기 시작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던 앨범이 두 장 있는데, 그 첫번째가 Usher의 [8701]이었고, 두번째가 맥스웰의 이 앨범 [Now]였다. 당시 케이블 채널에는 엠넷을 비롯한 음악채널이 몇개 있었는데, 뮤직비디오를 많이 틀어줬던 Mtv에서 맥스웰의 'Lifetime' 뮤직비디오가 나왔었다. 첫느낌은 먹통힙합의 차가운 느낌과는 다른 뉴욕 도시남st의 세련됨과 건반에서 느껴지는 말랑말랑 부드러움, 결정적으로 후렴구에서 간드러지는 가성... 힙합을 들으면서 느꼈던 만큼의 감동은 아니었지만 그 것들과는 또다른 매력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그렇게 '들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시작이었다. 


 3집을 들었을때는 맥스웰이 다른 알앤비 뮤지션들과 크게 다른 점을 느끼지는 못했는데, 일단은 당시엔 내가 알앤비쪽은 많이 들어보지 못했던데다가 이 앨범 자체가 처음 맥스웰을 접하는 사람들에게도 비교적 크게 거부감이 없는 앨범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2집에서 맥스웰을 알았다면???? 소고기 사묵겠...이 아니라 한참을 힙합만 더 들었겠지...ㅋㅋㅋㅋ 2집은 맥스웰을 알아가는 사람에겐 맨 마지막에 들어야 한다고 해야할 앨범이다. 

 전작들에 비해서 브라스를 비롯한 악기 비중을 줄이고 보컬과 멜로디의 비중을 늘렸다. 지난 앨범까지의 보컬은 그냥 노래를 이루는 악기중에 조금 더 돋보이는 악기처럼 여겨졌는데, 이 앨범은 보컬이 보컬로 들린다. 귀에 비교적 잘 들어오는 멜로디 라인도 있고.. 타이틀이었던 'Lifetime'부터가 그렇다. 비교적 친숙한 멜로디 라인이 반복되는데다가, 가성으로 확실한 방점까지 찍어 주셨으니 커피God, 2집에서 홀로 수행한 결과로 이제사 만민들을 그에게로 이끄시나니.... 'For Lovers Only'도 앨범에서 손꼽을 정도로 좋아하는 곡인데,(도입부에 세 음만으로 이미 눈 질끈) 따뜻하고 미끈하고 부드럽다. 이 앨범이 나오기전에 알켈리가 작사 작곡한 곡인 'Fortunate'가 영화의 OST로 쓰이면서 큰 인기를 끌었는데(아마 맥스웰 커리어 사상 가장 많은 인기를 끈 싱글이 아니었을까..), 거기서 약간의 힌트를 얻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앨범 말미에는 Mtv-Unplugged에 수록되었던 케이트 부쉬의 'This Woman's Work'까지 삽입되었으니, 확실히 대중들에 더 다가가려는 그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다만, 이 노래는 Mtv-Unplugged버젼이 확실히 좋다. 근데 Mtv 앨범에서 듣고 3집 앨범에서 또 들어도 또 좋다 ㅋㅋㅋㅋㅋㅋㅋ) 


 대중친화적인 노래들을 삽입했다고 하지만, 완전히 그의 색을 버린것도 아닌데, 'No One'이나 Funky한 베이스 라인이 인상적인 'Temporary Nite', 마지막 곡인 'Now/At the Party'등은 여전히 세련되고 Funky한 그루브가 넘실대는 Mood Song들이다. 게다가 첫 곡 'Get to Know ya'는 어떤가.. 이 노래는 '안녕하세요 맥스웰 입니다! 제가 돌아왔습니다'(아이비ver.)라고 말하는 곡임ㅋㅋㅋㅋ 앨범 내내 자제하던 브라스도 첫 트랙과 마지막 트랙에서만 조미료처럼 쓰였다. 'Silently'는 불협인듯 어울리는 화음들로 빚어낸 그의 가성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하지만 이제는 그토록 부드럽고 섹시한 목소리는 들을 수 없고...ㅜㅜ) 트랙이고, 'Symptom Unknown'도 한밤중 들으면 한없이 나락속으로 빠져드는 마성의 노래다. 









 지금 들어도 참 좋다. 1집의 Mood Song느낌을 더 좋아하던 나에게는 비교적 아쉬운 앨범이지만 확실히 나한텐 의미가 있는 앨범이니까.. 개인적인 순위만 놓고 본다면, 4집과 1집은 여전히 순위를 구분할 수 없고, 그 다음이 3집, 그리고 2집인데, 맥스웰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추천한다면 3집을 먼저 추천할 것 같다. 듣고 마음의 준비를 해야지. 다른 명반들을 영접할 마음의 준비를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 그러니까 어서 내한하자. Summers'앨범도 얼른 발매하고....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ㅜㅜㅜㅜ




+ 추가로



올해 나오긴 나오려나보다 ㅋㅋㅋㅋㅋ 아... 정말...







 두 장의 구린 앨범커버, 그리고 아래는 트랙리스트다. 맥스웰의 트위터에 공개된 듯.. 저 빨간색이 강렬하다가 말았어. 밋밋하고 어울리지 않아. 괜찮아, 뭐, 커버보고 살껀 아니니까. 지난 네번째 앨범이 2009년이었으니까 대충 4년만의 앨범이 되겠네. 아쉽게도 발매일은 아직 결정된게 없다는데, 여름에는 공개 되겠지... 나름 앨범명이 'Summers''잖아.... 처음에 어디서 트랙리스트라고 아래의 7개의 트랙을 적어놓은 것을 봤는데, 보자마자 '이 맥스웰이 드디어 미쳤구나!!!! 일곱트랙이라니!!!' 이랬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게 트랙리스트의 일부란다. 다행이야....가 아니라 맘 좀 고만 졸이게 해줘. 이제 새 앨범 좀 받아보자..... 





Cliché

아티스트
글렌체크
타이틀곡
Leather
발매
2012.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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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매된지 3개월이나 지난 앨범을(게다가 연말결산에는 포함도 안시켰으면서..) 이제와 리뷰 한다는게 새삼 웃기긴한데, 리뷰라기 보다는 잡담에 가까운 글이라고 생각해주면 훨씬 편하겠다. 신스팝/록 계열의 음악에 관심을 가진지는 이제 겨우 만 4년쯤 되었을까 싶은데.. 워낙 재작년부터 국내에도 이 쪽 계열 음악들이 흥하고 좋은 반응들을 얻어서 왠지 흐뭇했던 기억이 있다. 글렌체크라는 그룹도 60's cardin으로 알게되었는데 국내 밴드인지 다시 한번 찾아봤을 정도로 우리나라 밴드의 음악같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칵스의 일렉트로 개러지나 이디오테잎의 강렬한 일렉트로 록과는 또 구별되는 독보적인(적어도 국내에서는) 아이덴티티를 가져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기대감에 대한 결과는 GMF에서 슬쩍 엿보았고 정규 1집 앨범을 통해서 확실하게 정립했다. 다만 국내 대중과 평단의 일방적인 호의와 지지는 조금 의아했다. 분명 아직 국내에서는 미개척 분야인 음악이라는 점에서 플러스 점수를 받아야 하는 건 알겠지만.... 이디오테잎은 분명 국제적 경쟁력을 가졌다고 생각하는데 이 팀은 잘 모르겠다.


 아무튼 3개월 전에 이들의 EP인 'Cliche'가 발매되었다. 여러 음악들의 클리셰를 글렌 체크만의 색으로 변형하고 뒤틀어서 어쩌고저쩌고 자세한 설명은 어느 음악싸이트에서도 찾을 수 있는 말이니 생략하고. 앨범을 처음 플레이하면서 받았던 느낌은 음.... 헐 얘네?? 욕심만큼 똘똘하고 기특한 녀석들ㅋㅋㅋㅋ 내가 형이니 이런 표현은 이해해주시길.... 일단 1집이 기존에 EP에서 보여주던 음악과 궤를 크게 달리 하지 않는다면 이 앨범의 변화는 누구나 확연히 알아볼 수 있을정도로 뚜렷했다. 몽환적이고 멜로디컬하면서도 신나는 신스록 음악에서 강하고 명료한 신디사이저를 펑키하게 들이대서 댄스본능을 강하게 유발하는 음악들로 바뀌었다. 컷-앤-페이스트 방식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것도 그렇고, 추출한 샘플들을 장난스럽게 변형한 것도 그렇고, 디스코나 펑크음악이 떠오르게 편곡한 것도 그렇고, 이건 뭐 완전히 Ed Banger레코드(저스티스, 세바스티앙, 어피등등이 소속된)에서 나온 음반 같다.


 물론, 앨범은 Ed Banger 레코드st라는 점, 그리고 급격한 변화인데도 그냥 욕심만 많은 어린 친구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점 이외에 이 앨범에 엄지손가락은 못 세우겠다. 신나고 여전히 좋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딱 거기까지... 


 앨범이 엄청 좋은것도 아니었는데 이 리뷰를 굳이 쓰기 시작한 이유는 이 친구들이 만든 The Basement Resistance(이하 TBR)는 때문이다. 프로듀싱부터 비쥬얼 디렉팅, 퍼포먼스, 스타일링까지 함께하는 젊은 창작집단(?)인데 음반 기획부터 공연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모든 활동을 기획하는 집단이다. 우리나라가 음반시장은 여전히 바닥을 기고 있긴 하지만 공연시장은 꽤 많이 활성화 되었다. 그런 점을 감안했을 때 그들의 음악과 성향을 잘 알고 음반기획부터 함께한 사람들과 만드는 공연은 좋은 공연이 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예술혼이 넘쳐나는 젊은 영혼들이 아니던가. 실제로 작년에 있었던 단독공연이나 GGK등에서도 꽤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연말 카운트 다운 행사를 무려 올림픽홀에서 단독으로 진행하였다. 인디밴드가, 페스티벌도 아니고 단독으로, 그것도 올림픽홀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이 말이다. 3시간 동안 진행된 이 공연에서 TBR과 함께 그들의 음악을 비쥬얼아트와 퍼포먼스를 곁들인 공연을 보여주었고 반응도 상당히 좋았던 모양이다. 멋지다. 그리고 쪼금 부럽다. 짜식들. 지하에서 지지고 볶고 하면서 좋은 음반, 또 좋은 공연 계속 보여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mbrya

아티스트
Maxwell
타이틀곡
Gestation- Mythos
발매
1998.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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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주 한 주 목욕재계하는 마음으로 맥스웰의 모든 앨범을 리뷰하고 모든 준비를 마친후에 그를 영접하려고 했으나....... It ain't over, til it's over.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듯, 내한공연은 무대에 서기전까지 확정된게 아니라는 불변의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뭐 이런식으로 내한공연 깨진게 한 두개냐 만은(삼일 전 인가는 닥터드레 공연도 취소됐었지.. 슬로터하우스, 스눕독 등 어쩌고 난리 치더니..) 개인적으로는 예매했던 공연이 깨진 경우가 이번이 처음이고 그 대상이 무려 맥스웰이라는데서 엄청난 멘붕을 겪고 있다. 메이시 그레이의 공연도 위험하다..... 그리고 커피횽님은 다시 커피새끼가 되었다....... 나쁜 커피새끼...


 그리하여 맥스웰의 앨범을 모두 리뷰하겠다는 다짐은 접어두고 계속 프린스 리뷰나 쓰려고 생각했는데, 내년에 일정을 새로 잡고 다시 와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서 남은 세개의 리뷰를 다 쓰려고 하는데 그래도 안오겠지??!! 아니 이게 진짜 어떻게 잡힌 내한일정인데ㅜㅜㅜ 맥스웰이 앨범만 과작이냐...  공연도 잘 안해..... 아 자꾸 이게 마지막 기회였을꺼 같아서 안타깝다. 요즘 날이 갈수록 목도 안좋아지던데....



인트로와 아웃트로가 이 앨범 커버처럼 잠수하는 소리가 나온다. 왠지 수영장이 아니라 심해로 침잠한 후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듯 하는 느낌이 있다.



 아무튼 시작해보자. 이 앨범은 맥스웰의 정규앨범 네 장중에 찾는 사람들이 가장 적은 앨범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망한 앨범, 혹은 관심없는 앨범이라 표현하고 있고 소수의 사람들이 너들이 이해하지 못할뿐 최고의 명반이다라고 이야기 한다. 어느쪽 말이든 딴지 걸 생각은 없는데.. 가끔은 단지 '어렵기 때문에' 좋은 음반이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게 좀 안타까울뿐... '난 이해못하는데, 그래서 명반인거 같아.' 이게 무슨 개소린가... 아, 그리고 이 음반 상업적으로 망한 음반은 아니다. 100만장 팔리고 빌보드 앨범차트 3위 했는데, 이 정도면 망한 앨범은 아니지. 뭐래, 딴지 걸 생각 없다면서 딴지 걸고 있다. ㅇㅇ 내 아주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망한 앨범아니고, 그냥 '어려운' 앨범도 아니고, 그렇다고 개명반도 아니다. 그런데 그냥 평작이라고 말하기도 좀 껄쩍지근하다.. 굳이 앨범에 점수를 매겨서 포지션을 정하자면 평작에 가깝겠지만 내용물이 평범한 작품은 아니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때문에...


 전에 이 앨범에 수록된 'Luxury : Cococure'에 대한 글을 썼을때도 언급했지만 이 앨범을 두고 흔히들 '대중성이 결여된 과욕, 뮤지션으로써의 뚜렷한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한 실험이 지나쳤다'라고 하는데, 상황을 우리나라로 한정하면 이는 더더욱 공감가는 말이다. 대체적으로 우리 나라의 대중음악은 멜로디 없이 성공하기 힘들다. 들으면서 이야기를 한다거나, 가볍게 춤을 춘다거나 하는 것보다 일단 노래는 따라부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노래가 잘 되려면 쉽고 명확한 멜로디 라인이 필요한데 이 앨범은 전혀 없으니까. 개인적으로도 이 앨범, 많이 안들었다. 아니, 많이 못들었다. 앨범 전체에서 딱 꽂히는 곡이 없다. 기다려지는 부분도 없고, 전체적으로도 고만고만해서 끝까지 다 플레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2주전부터 틈나는대로 플레이해서 들었는데, 이 2주동안 들은게 그동안 들었던 양보다 많을지도 모른다.ㅋㅋㅋㅋㅋ 여러가지 의미로 소포모어 징크스를 피해간 앨범은 아니다. 하지만 역시 '이 앨범은. 망하지. 않았습니다. 매력적인. 편입니다.'





 앨범의 감상포인트를 90%를 거세한 멜로디에서 찾으면 도통 정을 붙일 수 없다. 앨범을 이정도 돌려 들으면 앨범을 생각했을 때, 딱 떠오르는 후렴구나 멜로디가 있어야 하는데, 없ㅋ음ㅋ 그래서 어렵고, 그래서 불편하다. 심지어 전작보다 보컬의 화려함은 더 없어졌다. Mtv Unplugged 앨범에서 여유롭게 비행하듯 유영하는 보컬은 온데간데 없이 그저 목소리만 음악속에 스며들어 있을 뿐이다. 오히려 곳곳에서 목소리를 겹겹이 쌓아서 브라스같은 효과를 내었다. 전작보다 더 악기스러워졌다. 예를 들어 'I'm You : You Are Me and We Are You' 같은 노래. 그리고 가사도 더욱 자기 세계에 몰입해있다. 몇몇 곡을 해석해보다 의미 없겠다 싶어서 관둠 ㅋㅋㅋㅋ 이 사람.. 허세끼가 있다... 제목들만 봐도 그렇잖아...... 그럼 이 앨범의 좋은 점은 뭐냐.. 멜로디를 죽이는 대신 그루브감은 살렸다. 글쎄, 살렸다기 보다는 멜로디를 죽이면서 더 부각되었다고 해야하나. 여전히 세련되고 도시적인 느낌(이 무슨 느낌인지는 이 전 리뷰를 참조)를 품고 있고 여전히 Groovy하다. 맥스웰의 이런면들을 좋아한 청자라면 이 앨범도 역시 맘에 들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도저히 끝까지 들을 수 없는 앨범이 될 것이고.. 게다가 평범한 음악보다 도전의식과 정복욕을 자극하는 음악들을 선호한다면 더 맘에 들지도 모르겠다.





 일단 도전해볼 만한 추천곡들을 골라보자면 일단 'Know These Things : Shoudn't You'. 제목들이 왜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 이 허세끼...... 그나마 멜로디가 부각된 곡이고 전작의 'Whenever Wherever Whatever'(이하 WWW)처럼 악기소리들을 죽이고 맥스웰의 목소리를 부각시킨 곡이다. 하지만 WWW처럼 달콤하진 않음.. 'Matrimony : Maybe You'도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곡이다. 사실 가장 그루비하고 훵키한 느낌은 베이스라인에서 나오는데, 이 곡의 베이스라인 참 Funky하다. 잘게 쪼갠 셔플 비트도 그렇고 가볍게 춤추기에 좋은 노래. Funky한 곡 한 곡 더 붙여보자면 'Eachhoureachsecondeachminuteeachday : Of My Life'정도.. 조금 느릿하지만 흐느적흐느적 춤추기엔 꽤 괜찮다. 'Everwanting : To Want You To Want'와 앞서이야기한  'I'm You : You Are Me and We Are You'도 앨범의 판매량을 100만장을 만들어준 장본인들이라고 할 수 있다. 들어보면 그래도 꽤 들어줄만 하리라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I'm You : You Are Me and We Are You'라는 제목 참 맘에 든다. 동양사상이 녹아있는 것 같아서..





 몇곡 개인적으로 좋았던 곡을 첨부해보자면 타이틀이었던 'Luxury : Cococure'(리뷰보기)도 좋았고 'Submerge : Till We Become The Sun'는 가장 좋아하는 곡. 특히 'Submerge : Till We Become The Sun'는 어떨때는 상당히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내면서 우주를 유영하는 느낌이 나기도 하고, 어떨때 들으면 내면 깊숙이 침잠하는 느낌도 난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 앨범의 이미지를 가장 크게 결정한 곡이 이 곡이다.. 요 다음곡 'Gravity : Pushing To Pull'까지 엮어서.. 그래서 왠지 이 앨범은 안 신나는 앨범......


 아.... 제목들이 진짜 뭐 같아서 쓰다 빡쳤네..... 특히 'Eachhour..' 이거... 띄워쓰기 안할래......몇몇 곡 도전해 볼만한 곡들을 추천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엄청 좋진 않네'라고 생각할 것 같다. 아니, 별로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더 크다. 뭐, 이 앨범의 매력은 그 정도..가 아니라 그런 매력을 가지고 있는것이다(?). 앨범 전체에서 풍겨오는 인상으로 듣는 기분이라니까. 직선으로 귀에 꽂히는게 아니라 어디선가 스멀스멀 냄새가 올라오듯 귀로 은근슬쩍 스며들어가는 느낌. 몇몇 곡만 떼어 내면 방구석 헤드폰보다 거실 스피커가 잘 어울릴 훌륭한 BGM이 될 가능성이 있는데, 몇몇 곡들 때문에 선뜻 그렇게 하라고 추천하기도 좀 그래.. 문득문득 플레이하고 싶을만한 킬링트랙이 없다는게 함정이지만, 그래도 앨범 전체 다 들으면 독특한 만족감을 얻게 될때가 있다. 엄청 좋지도, 그렇다고 기분나쁜건 아닌데, 왠지 두근두근거린달까.. 미스테리한 영화 한편 봤을때 기분과 유사한 여운을 남길때가 종종있다. 전 글에서 도입부에 썰을 너무 많이 풀어놔서 이 글은 좀 짧아질 줄 알았더니 더 길어졌네; 망함....... 정리해서 Point를 전달했으면 좋겠는데 난 글쟁이가 아니니까............ 돈 받고 쓰는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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