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티의 새 앨범이 나왔다. 4년만이라니.. 너무 오랜만인거 아니야?라고 나는 생각했지만.. 그 사이에 자이언티는 대중에게 꾸준히 노출되었고, 싱글 발매도 꾸준히 해왔다. 물론 그마저도 2016년엔 없었다. 싱글보단 앨범을 더 좋아하는 나는 그냥 오랫동안 새 앨범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게다가 새로 나오는 싱글들이 100% 내 취향이라기엔 조금 부족했었거든... 그래서 새 앨범이 나왔을 때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었다.

 

그냥 나와주면 고마운거지 까다롭긴.

 

 

 예전에 썼던 1집 리뷰를 보다보니까 진보의 새 앨범이랑 같이 썼더라. 진보냐 자이언티냐 라고 물으면 난 무조건 진보편인데 ㅋㅋㅋㅋㅋ 노래는 자이언티가 훨씬 색도 있고 잘하지만, 음악 자체가 가지고 있는 색깔은 진보가 훨씬 더 뚜렷하고 선명했다. 어디선가 들려오던 음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음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특히 2집은 더 그랬다. 아직도 종종 들어.

 반면에 자이언티의 음악은 아쉬움이 남았다. 노래마다 선명하게 색감이 남아 있었고, 영화처럼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었지만 정작 음악 전체가 가지고 있는 색이 서로 좀 달랐다. 뭔소리여..... 색감이 서로 잘 안어울려..는 또 아닌데. 그림이 이제 막 트기 시작한 화가의 초기작 같은 느낌. 잘하긴 잘하고, 누가봐도 잘하고, 잘하는게 티가 나지만 그속에 그 사람만의 향이 배어있지 않았다. 아, 정확히는 가사에 비해서 곡이나 앨범의 통일성이 부족했던 것 같다. 가사가 주는 재치나 매력에 비해서 음악이 주는 매력은 그 아이덴티티가 좀 떨어졌다..정도로 정리하련다.

 

 

 1집의 가사를 들여다보면 여자 이야기가 많다. 그리고 가사를 듣고 음악도 듣지만 시각적인 자극이 굉장히 많았다. 음악도 감각적인 음악이 많았고.. 풋풋하지만 뚜렷한 개성이 좋았는데, 어느새부턴가 웰메이드 느낌이 강한 음악들을 내기 시작했다. 물론 그 시작은 자이언티가 하고 싶었던 착한노래 '양화대교'부터. 사실 이 노래 들으면서 친정집에 내려가면 괜시리 찡해지고 그랬다. 요즘은 너무 많이 소모된 것 같지만.. 아무튼 이 음악부터 날카로운 느낌은 많이 줄었지만 잘 정돈된 느낌이 있었다. 음악도 정돈되고 보컬은 특히 더 잘 정리되었다. 그게 사실 나는 좀 아쉬웠지만, 결국 자이언티는 이 쪽으로 노선을 잡은 것 같더라. 'No Make Up', '꺼내먹어요'까지, 사실 연달아 나오면서 실망도 좀 했었다. 난 좀 덜컹거려도 날 것 느낌이 더 좋은데. 예측불가능한 그런느낌.

 물론 여전히 그 가사가 주는 울림이나, 평범한듯 하지만 위로되는 느낌이 있다. 조금 다른 그런게 있어. 음악도 잘 정돈되어가고 가사도 좋은데.. 그냥 100% 내 취향은 아니야.... 한 6-70% 정도......

 

ㅇㅇ 이제 앨범얘기할꺼.

 

 아무튼 그 잘 정돈된 음악이 앨범으로 나왔다. 총 7곡. 일단 앨범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진짜 매끄럽다. 가사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잘 정돈된 웰메이드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간 음악들도 종종 보인다. 첫 곡 '영화관'은 MPB 스타일의 음악을 섞어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느낌을 내면서도, 가사는 1집에서 볼 수 있었던 특유의 시각적인 자극을 확인할 수 있다. 진짜 잘 만들어진 음악. 앨범을 들으면서 느꼈던 한가지 특징은, Swag이 생겼다. 사실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좀 더 도드라진 자이언티의 스웩이 느껴졌다. 특히 'Comedian'. 단순하면서도 귀에 쏙 박히는 멜로디 라인도 그렇지만, 가사가 주는 독특한 감성이 있다. 그냥 한 순간 느꼈던 감정이나 생각을 주절거린 느낌. Extended ver.이 하나 있었으면 싶을정도. 짧은 것도 나름 임팩트는 있지만.. 그리고 'Complex'. 가사가 진짜 좋다. 여전히 가사를 안보면 뭔소릴 하는지 모르는 지디의 랩도 참 잘 썼다. 가사야 원래 잘 쓰긴 했지만 자이언티가 가진 정서 자체가 훨씬 풍부해졌다고 해야하나.. 그런 느낌이 있다. 그리고 자기 이야기를 예전보다 훨씬 잘 담아냈다. 솔직한 가사의 '나쁜놈들'도 좋다.

 나머지 노래들은 사실 좀 아쉬움이 있다. '노래'는 확실히 귀에 쏙 박히는 후렴구를 가지고 있지만.. 그냥 거기까지. 위트있는 '미안해'는 귀여운 맛은 있지만 평범하고 밋밋하다. 색이 없잖아. '바람'을 넣은 의도는 알겠고 노래가 가지는 의미도 잘 알겠지만, 짧은 앨범 구성인만큼 좀 더 컴팩트하게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오래된 팬들은 "변했다. 망했다."를 외치고 있지만 대중에게는 사실 더 잘 어필할만한 음악들이다. 음악은 전작보다 더 쉬워졌고, 보컬은 더욱 정돈되었으며, 특유의 음색과 가사가 주는 개성도 유효하다. 아쉽다면 그것은 완벽하게 내 개인적인 취향탓. 7곡짜리 앨범으로 뭘 판단하기는 그렇고, 다음 행보가 자이언티에게는 어떤 기점이 될 것 같다. 사실 어떤 행보를 보이든 응원한다. 뭐 그렇다고 자이언티가 갑자기 록을 한다거나 하지는 않을거 아니야. 흑인음악이 대중화 되는 날까지 자이언티만세 흑덕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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