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봄이 와서, 봄이 좋아서 여기저기 다녔다. 세상에. 우리나라에 벚꽃이 이리도 많았던가. 세상 곳곳이 하얗고 빽빽한 꽃으로 가득차 있는 걸 보니 좋았다. 올해는 뭔가 벚꽃을 볼만큼 본 것 같아. 근데 사실 나는 벚꽃보다 나무에서 조금씩 올라오는 새순의 색들을 더 좋아하는게 함정. 저게 실재하는 색인가 싶을정도로 옅은 연두색을 보면 설렌다. 설레. 특히 아침에 밝은 햇살을 받을 때는 더 좋다. 근데 보통 그 시간에 출근해... 흐어어어ㅓ어라ㅏ어ㅓㄴ너렁
 
2. 요즘이야 도파민 중독이라는 말이 너무 흔해졌지만 십여년전 나야말로 도파민 중독이 아니었나 싶다. 뭔가 새로운 것을 하고, 배우고, 또 좋아하게 될 때 느끼는 모든 것들이 좋았다. 여전히 삶이 다채로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선뜻 뭔가 하기가 쉽지 않다. 시간이야 내면 된다는 것도 알고, 여전히 내가 알지 못하는 즐거운 것들이 세상에 너무나 많을 거라는 것도 알지만 그래도 그냥 쉽지 않다. 나이를 먹고 엉덩이가 무거워진 것 같다. 살은 안쪘는데, 그냥 침대위가 익숙하니까 움직이고 싶지 않아진 것 같아. 몸도 늙고 마음도 늙고..라고 자조하다 보면 좀 의욕이 생길까 싶어서 남기는 말. 
 
3. 런닝화 한켤레 더 샀다. 뛰자.

페가수스 40. 아이보리 볼트. 조금 할인 하길래 산건데 생각보다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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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랜만에 블로그에 들어와 통계를 보고있는데, 몇 안되는 유입 검색어 중에 제일 많은게 음악 검색이었다. 아, 여긴 음악 블로그였지. 그랬었지. 아니, 요리 블로그 였던 때도 있었고 ㅋㅋㅋ 아무튼 그래서 뭐 올릴만한 음악이 있나 유튜브 뮤직에 최근 들은 리스트를 한 번 훑어봤다. 음.. 이 음악들 중에 블로그에 소개한 음악들은 뭐였지 싶어서 블로그 글들을 돌아보니 왜 이렇게 비루해... 뭐가 없네 ㅋㅋㅋ 그냥 막 올려도 될 것 같은데 그렇게 할까.
 
2. 흘러간 감정을 되새김질하는데 좋은 것들이 예전에 봤던 영화, 음악들이긴 하지만.. 확실히 시간이 흐르고 난 뒤에는 그 감정도 바래고 덧칠되고 변색되는 것 같다. 때로는 더 행복했던 것으로, 때로는 더 아팠던 것으로.. 담백하게 적었던 블로그 글들을 보면 그 시간들이 타임라인처럼, 파노라마처럼 스쳐가곤 한다. 십여년 전처럼 자주 쓸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더 방문해볼까 생각중이다. 들었던 음악도 쓰고, 보았던 영화도 쓰고. 가봤던 맛집도 올리고. 오그라들게 한 줄평도 써보고. 

3. 시간이 또 흘러서 움츠렸던 꽃망울이 터져나온다. 왜 봄? 뭘 봄? 한 번 봄 두 번 봄 자꾸만 봄봄봄봄. 무도에는 없는게 없지. 뭐 그냥 기분 좋다는 말.
 
 

 백만년만에 음악페스티벌을 다녀왔다. 찾아보니 마지막으로 다녀온 페스티벌이 2017년의 홀랜페였다. 푹푹 찌는 날씨에 썬더캣을 보고 혓바닥이 바닥까지 내려올 정도로 지쳤다가 The xx보고 울면서 돌아왔던 그 공연.. 어쨌거나 요즘 사람 적거나 뷰 좋은 곳들만 나들이 다니거나 사람 많은 곳은 축구장 밖에 안다니는 축덕이 되어버려서 오랜만에 누워서 음악이나 듣자하고 9/23 하루만 예매했다. 

 근데 사람 개많고 개덥... 분명 가을 바람이 선선하게 부는데, 땡볕에 앉아있으니 어마어마하게 덥더라. 솔직히 음악이 잘 안들어왔어. 

 유라x만동, 김오키 새턴발라드, 윤석철 트리오의 공연을 연달아보는데.. 참 힘들다. 유라와 만동의 음악은 어둡고 작은 클럽에서 들었다면 좋았을 것 같았고, 김오키의 음악은.. 좋아하지만 역시나 한낮의 더위와는 어울리지 않았으며, 윤석철 트리오의 음악을 들을 땐 이미 쩔어서 지침.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들의 음악을 라이브로 들으면서 행복하지 않았던 것은 처음이었다. 문제는 페스티벌, 날씨, 음악이 아니라 늙어버린 내 몸이겠지.. 

 그래도 서울숲 페스티벌 자체는 굉장히 분위기 있었는데, 잔디밭에서 돗자리 깔고 보는 선셋 포레스트 스테이지보다는 이렇게 숲속에서 아기자기하게 공연하는 디어디어 스테이지가 너무 운치있고 매력있었다. 아니, 운치라는 표현은 안어울리고 동화 속 한페이지 같은 느낌. 동물들 나와서 연주할 것 같아 ㅋㅋ 내가 선우정아만 아니었다면 진작에 돗자리를 여기로 옮겼을 것이다..

 하지만 맥주는 옳지. 더울 때 맥주마시기 = 언발에 오줌누기지만.. 참을 수 없음 ㅋㅋ 문득 윤석철님의 공연을 언젠가 한 번 본 적이 있다고 느꼈었는데 블로그를 검색해보니 예전 댐펑크 내한공연 때 게스트로 공연하셨었다. 역시 블로그가 최고... 

 맥주 부스는 서울 브루어리였는데, 부스가 멀고 하나라서 좀 많이 불편하긴 했다. 위 사진은 이번에 서울숲 재즈페스티벌 기념으로 만든 한정판 맥주. 맛은 뭐.. 기억이 안난다. 특별히 맛있지도, 그렇다고 아쉽지도 않은 맥주들.. 그냥 라벨이 사기급으로 너무 예뻐.

 해가.. 넘어간다.. 우산을 접었다.. 행복했다..

 노을이 질 무렵, 스텔라장이 나왔다. 이 때쯤 김오키의 연주를 들었으면 어땠을까..라고 생각할 무렵 스텔라장이 유려한 불어발음으로 샹송을 부르더라. 불어 발음은 어찌 저리 우아할까. 음악보다는 이름값에 기댄 섭외라고 생각했지만, 어쨌든 좋았다. 오랜만에 샹송들이 듣고 싶어졌다.

 스텔라장 공연이 끝나고 지나는 길에 디어디어 스테이지에서 마리아킴의 공연을 보았다. 그리고 이번 페스티벌에서 처음으로 스윙을 보았다. 그래도 스윙이 있어야 재즈 페스티벌 답지.. 공연이 끝나고 천년동안도를 검색해보았다. 조만간 진짜 오랜만에 재즈클럽을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페스티벌을 선뜻 예매하게 만든 주인공, 선우정아. 선우정아의 가사를 보면 나의 인생철학과 닮아있는 부분이 꽤 보인다. 그래서 참 좋다. 가만보면 굉장히 예술가스러운데, 예술가 특유의 과잉이 선을 넘지 않는다. 보컬도, 음악도. 무대를 상당히 열심히 준비한 것 같은데, 자유분방하게 무대를 즐기는 모습이 너무 행복해보였다. 요즘은 1,2집 특유의 정서가 덜 드러나는 것이 삶이 행복해지셨나 싶은데, 이게 아쉽긴 하지만 아무튼 행복하십쇼. 좋은 음악 많이 들려주시구요.
 
 페스티벌이 시작하던 첫 해부터 서재페에 비하면 재즈의 정체성도 더 보이고 아기자기해보여서 예매할까말까 고민을 많이했었는데.. 그 시기가 페스티벌에 대한 흥미가 다소 줄어들던 때여서 가지 않았었다. 이번에 가보고 좀 후회스러웠다. 일단 서울숲이라는 공간이 너무 좋았고, 사람이 좀 더 적을 때였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작 좀 가볼걸.. 이제는 뭐.. 어엿하게 잘 자리잡은 페스티벌이 된 것 같아서 좋고 아쉬웠다. 사람 개많아.. 입장줄 개길어..
 
 
+ 가기 전에 들렀던 성수동 난포. 이름은 무슨 쌀국수 가게 같은데 한식집이다. 예쁘고 맛있고 양적고 비싸다. 해먹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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