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2017년은 한국 R&B씬이 양적, 질적으로 팽창된 한 해였다. 적당히 알앤비 맛을 낸 앨범들만 조금 선전하던 흐름이 조금씩 변화한 기점은 자이언티와 크러쉬가 뜨기 시작하면서였던 것 같다. 2013, 2014년 즈음. 그것이 그들 자신의 힘인지 아니면 청자들의 니즈가 있었던건지.. 그 시작은 불분명하지만, 확실한건 알앤비에서 '한국적'이라는 말을 빼더라도 충분히 메인스트림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된 것 같다. 그 때부터 R&B를 하는 뮤지션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사실 미국의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의 R&B는 가창력이 뒷받침 되어야 소화할 수 있는 노래들이 유행하던 시기였는데,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얼터너티브 알앤비가 유행하게 되었고, 그 덕에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아니, 사실 뭐 이건 알앤비만의 특징은 아니고.. 시퀀서와 태블릿의 소장이 쉬워지면서 음악 자체에 대한 진입 장벽도 낮아졌고.. 더이상 청자들은 화려하게 치장된 보컬만을 원하지 않게 되었으니까.

 과장된 워킹에서 개성있는 워킹으로 바뀐 패션쇼의 변천사는 모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냥 트랜드. 어쨌거나 중요한건 느낌이라는 것.. 느낌있는 보컬이면 충분하다. 더 할 수 있어도 안하는 것이든 그 정도 뿐인 보컬이든 어쨌든 중요한건 느낌. 일하다말고 하기 싫어서 포스팅을 시작했다가 무슨 아무말 대잔치인가 싶은데, 결론은 음악, 그리고 알앤비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진 덕에 알앤비를 하는 뮤지션들이 최근에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것. 그리고 좋은 앨범들도 많이 발매되었고..

 히피와 집시를 이름에 넣어서 '히피집시'라는 촌스런 이름을 논하다가 '히피가 원래는 집시였다'라는 말을 듣고 그룹명을 정하게 되었다는 '히피는 집시였다'는 작년에 나온 앨범중에 손에 꼽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던 앨범이었다. 이 앨범은 진짜 한국적인 알앤비인데.. 음... 아까말한 그 한국적이 이 한국적과 좀 달라... ㅋㅋㅋㅋ 뽕끼와 화려한 보컬이 아니라 단촐하고 여백의 미가 있는, 그리고 지극히 한국스러운 가사가 묻어나는 음악. 그래서 굉장히 한국적이다. 한 인터뷰에서 그들은 '한국에 사니까,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한국적인 것이 당연한 것이다.'라고 했다. 이게 진짜 한국적인 Swag이지. 멋있다. 이들의 음악은 좀 달라서 좋다. 많은 한국의 뮤지션들이 얼터너티브 알앤비를 하지만, 어디서 유행한듯한, 어디서 본듯한 얼터너티브 알앤비가 아니라, 정체성이 분명한 음악이라 좋다. 그리고 요새 이런 음악들이 더 많아졌더라. 예전엔 잠비나이나 숨 정도였는데..

 

 

 

 

 역시 블로그는 일을 시작해야 열심히 하는구나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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