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카메라를 들고 나갔다. 목표 장소는 4.19 공원묘원. 걸어서 갈 수 있고 근처에 로스터리 카페가 있어서 ㅋㅋ 근데 너무 일찍 나섰다. 12시 좀 넘어서 출발. 사진이 예쁘게 나올리 없는 시간이다.

 

쌍문동에 대중목욕탕. 마지막으로 간 동네 목욕탕은 언제였을까.

 

지나가다 아무거나 찍어보고.

아주 오래되어 보이는 이발소. 흰 가운에 올백머리를 한 아저씨가 있을듯. 수영복입은 처자 사진이 걸려있을거고.

우이천에 왔다.

우이천 오리.

징검다리를 건너기 위해 내려가다가 넘어졌다. 아끼던 카메라가 바닥에 찍혔다. 엄청 추하게 넘어지면서도 온 몸으로 카메라만은 사수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망함. 넘어지자 마자 자리에 앉아서 테스트샷. 다행히 카메라는 죽지 않았다. 그냥 내 발목과 허리가 죽었을 뿐....

이거 지나가기 전에 ㅋㅋ

담쟁이

담쟁이2

카페왔다. 아리차를 마셨다. 맛있었다. 계획대로 책을 읽었다. 코스모스. 핸드드립커피와 티라미수와 아이패드, 그리고 화룡점정 코스모스까지, 허세의 모든 조건을 갖추었다. 훌륭하다. 훌륭해. 아무생각 없이 책만 읽다 올 계획이었는데, 자꾸 학교 생각이나.....

두 챕터만 읽고 나온다는게 잡생각 때문에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해질녘 사진을 담고 싶었는데, 공원묘원에 도착하고 20분뒤에 해가 졌다. 해가 너무 빨리져.. 맞다. 여긴 북한산 자락이었지..

4.19의 불씨는 충주에서도.

아무생각 없이 정한 목적지인데, 공원묘원 입구를 보니까 갑자기 10여년전 새내기때 4.19 떼지어 달리기를 따라갔던 기억이 난다. 스물한살이라니.. 올라가며 성신여대, 국민대 등 학교들이 하나씩 추가되는게 그냥 신기하고 재밌었던 것 같다. 4.19는 민주화 운동의 시초였을 뿐 아니라 대학교 운동권의 시작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도 가지고 있다. 4.19 떼지어 달리기는 운동권이 득세하던 사범대에서 거의 학교 대표로 참여하던 행사였다. 새내기였던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참여해서 의미도 모르는 구호를 외치며 이곳까지 왔었다. 운동권의 방식은 늘 그랬다. 일단 데리고 나가고, 일단 교육하고. 민주화의 선봉이라는 과거의 역할과 달리 작업방식(?)은 꽤나 비민주적이었다. 훌륭한 역사에 덧칠된 기억이 썩 유쾌하진 않다. 1987 보고싶다.

너무 걸었다. 하루종일. 집에 도착하니 5시 반.

 

 

겨울 사진은 너무 휑하다. 휑해. 그래도 오늘 하루 종일 '무언가를 했다'라는 느낌이 있다. 나이가 들면 더 이상 새롭지 않은 일상적인 경험들이 덩어리로 기억되어 시간이 빨리 가는거라던데... 오늘은 조금 달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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