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내내 비소식이 있었다. 비가 오는 날에 체육대회를 연다는 기상청이라 틀리길 바라고 있다가 문득, 꼭 '비가 오지 않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찌는듯한 더위 속에서 헥헥대느니 차라리 우비를 입고 비를 맞는 편이 실신할 확률이 적겠다 싶었다. 물론 레인부츠도 못신고 가는데 신발이 다 젖어버리는건 고역이겠지만.. 한여름에 하는 페스티벌은 이번이 두번째 참여다. 뭐, 찌는듯한 더위든, 온 몸을 적시는 폭우든, 뭐 그런게 다 한여름 페스티벌의 매력아니겠나..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강 난지공원은 너무 멀다. DMC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입장. 조금 늦게 도착한 그곳에서는 서사무엘과 김아일이 공연을 하고 있었다.

공연을 하나 건너뛰고 도착했으니 ​시간상으로 일찍 도착한건 아니었다. 그런데 날이 더워서 그랬는지 해질 무렵부터 헤드라이너 위주로 공연을 보려고 계획한 사람들도 많았나보다. 나한테는 Thundercat이 오늘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이 정도면 일찍 도착한 편이더다. 제법 괜찮은 자리를 잡았다. 도착하자마자 맥주부터 샀다. 맥주는 Barbaria였다. 구매를 하니까 병맥주 또는 캔맥주를 따라줬다. 맛은 그냥 그렇다. 맛이 문제냐, 곧 Thundercat이 공연하는데.. 싸이키델릭을 제대로 즐기려면 맨정신에는 안돼. 앨범제목도 "Drunk"잖아?

 

​ 그렇게 맥주를 한 잔 마시고, 맥주를 한 잔 더 사들고 스탠딩석에 들어갔다. 그리고 Thundercat이 등장. 신보의 인트로 트랙으로 시작한다. 몸이 녹아 내릴 것 같은 햇볕과 맥주 두 잔으로 나른해진 몸, 그리고 싸이키델릭한 썬더캣의 음악. 썬더캣은 공연이 끝날 때마다 연신 "Fuck..."을 나지막히 외쳤다. 미친 더위였다. 썬더캣이 입고 왔던 빨간색 츄리닝 반바지가 부러웠다. 내가 워낙에 좋아하던 음악이었지만 여자친구는 결국 더위에 못 버텨했고, 공연이 후반부에 다다르니 나도 음악보다 내 몸 걱정이 먼저 되었다. 이러다간 내일까지 못버티겠다 싶은거지. 이런 페스티벌이 아니면 썬더캣을 우리나라에서 볼 일이 있을까 싶은데..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래서 더욱 아쉬웠다.

​ 음악은 정말 미쳤는데, 이 날의 더위가 더 미쳐 날뜁니다. 공연을 보면서 뒤에 있던 O가 뭘 뜻하는지 엄청 궁금했다.

 ​다음은 Oh Wonder의 공연이었다. 썬더캣 공연을 볼 때 썬더캣 주위에 있던 원 O가 무슨의미인가 했는데 알고보니 OW, Oh Wonder를 위한 무대장치였다. 오원더로 말할 것 같으면 약 8년 전쯤이라면 제법 들었을 것 같은 음악을 하고 있었다. 파스텔톤의 전자음악, 상큼한 보컬. 근데 이 공연을 신청하기 전까지는 누군지도 몰랐어. 나한테는 다음 공연인 NAO를 기다리는 휴식시간이었다. 그냥 별 생각없이 잡은 자리였는데, 생각보다 자리가 너무 좋았다. 회색빛 구름으로 뒤덮였던 하늘이 조금씩 개기 시작했다. 하늘 색이 너무 예뻤다. 누워서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그 각도에서 보이던 모습이 사진과 같다. 저 스크린은 조명 음향 콘솔의 뒤에 있던 스크린이다. 아예 뒤에 앉은 사람들을 위한 스크린. 파스텔톤, 청량감 넘치는 음악과 하늘. 좋아하는 음악이 아니어도 행복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누워서 하늘을 보면서 들었던 "Ultralife"는 참 좋았다. 무엇보다 엄청 더웠을텐데도 너무너무 행복해보이던 그들이 참 좋았다. 무대위에 둘 도, 무대 아래 사람들도.

그리고 Nao가 나왔다. 나오라니... 첫 EP나왔을때 진짜 좋다며 포스팅하면서도 직접 보게 될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첫째이유는 일단 나오가 아직 뜨기 전이었어... 당시엔 EP만 발매된 상황이었으니까. 둘째는 티나셰 공연도 취소되는 마당에 나오는 무슨 ㅋㅋㅋ 불러오면 뭐해 예매가 안되는데 ㅋㅋㅋ 그런데 그게 일어남 ㅋㅋㅋㅋ 나오를 보면서 여러가지로 놀랐는데, 첫째로는 생각보다 통통했고, 둘째로는 흥이 지나치게 넘쳤고, 셋째는 노래속의 목소리가 꾸민 목소리가 아니라 실제 자연스러운 본인 목소리였다는 것. 세번째가 사실 가장 충격적이었다. 말하는거 보고 사람들다 빵터짐 ㅋㅋ 저게 실제 목소리였을줄이야.. 어쨌건 이 누나(실제로 누나는 아니지만) 흥이 엄청 넘치더라. 목소리 뿐만 아니라 온 몸에 그루브가 넘쳐흘렀다. 정규앨범이 하나뿐이다 보니까 듣고 싶은 노래는 다 들었던 것 같다. 때로는 관능적이고 때로는 소울풀하고. 라이브 볼 맛 나는 무대를 보여줬다. 유일한 옥의 티는 시종일관 그녀의 노래를 따라부르던 옆 남자. 아무리 팬이라도 떼창은 할 때가 있고 안 할 때가 있는거에요.. 나오 공연이 끝난뒤에 년앤년은 안보고 집으로 향했다. 내일은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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