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돈 욕심이 큰 편은 아니고, 그냥 가진만큼 쓰면 된다 주의기는 한데, 가끔 그 수위를 넘나들 땐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조금 더 좋은 오디오를 봤을 때, 조금 더 좋은 헤드폰을 봤을 때, 조금 더 좋은 렌즈를 봤을 때 ㅎㅎㅎ 현재 가장 이슈가 되는 키워드가 뭐냐...면 그것은 금수저 흙수저. 사실 시작점이 다른 것은 자유경제체제에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그것이 극복할 수 없는 한계가 되어 간다는게 문제다. 뭐, 이렇게 말하면 너는 언제 한번이라도 뜨겁게 노력해보았느냐,라고 입에 거품물고 달려드는 사람이 있겠지만.... 이분법으로 불가능해!라고 생각하지만 않는다면 분명 차이가 크다. 돈이 권력이고 돈이 신분이야....

 

 오리 신드롬이라는 말이 있다. 물 위에서 유유히 떠다니는 오리는 물 위에서 평온한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물 밑에서 부지런히 발을 구르고 있다는 데에서 비롯된 말이다. SNS에서는 누구나 참 잘 먹고, 잘 살고, 또 멋있다. 하지만 쿨하고 멋있어 보이는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보면 어떨까. 삶도, 사랑도 가까이서 보면 다 찌질하다. 쿨함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힘들고, 어렵고, 또 외롭다. SNS에서 시작되는 나와 '다른' 삶에 대한 동경은 때로는 그들의 추악한 면을 부각시켜 노골적인 분노로 표출하기도 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와 연민으로 표출되기도 하며, 밥을 굶고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며 인스타그램을 하는 것으로 자기 위안을 하기도 한다. 일종의 콤플렉스...인거지.

 

 이 작품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많은 욕망들에서 시작한다. 가질 수 없는 것을 욕망하고, 가질 수 없다는 것에 절망한다. 하녀들은 작품속에서 마드모아젤과 하녀로 분하여 끊임없이 역할극을 한다. 그 안에는 그들의 욕망들이 뒤섞여 있고, 자기 비하와 연민까지 스며들어있다. 그리고 그들이 연기하는 마드모아젤은 또한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척하는) 마드모아젤의 내면을 드러내기도 한다. 뒤엉켜 있는 것은 그들의 역할극이 아니라 아마 그들이 가지고 있던 욕망덩어리들..이었던 것 같다.

 

 애초에 희곡은 마드모아젤이 아니라 굉장히 독한 마담이 등장했었다고 한다. 아마 그랬다면 연극은 좀 더 날 선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을 것 같은데.. 이 희곡속의 마드모아젤은 그렇지 않았다. 아름답고 순수(?)한 마드모아젤의 모습 때문에 하녀들의 모습이 더욱 초라하고 안타깝게 느껴졌다. 특히, 마드모아젤의 독살에 실패한 하녀 끌레르가 이미 나가버린 마드모아젤의 등 뒤에서 '마드모아젤은 아름다우세요.'라는 식의 대사를 읊조릴 때는 꽤나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오기도 했다.

 

 현대극이 아닌지라 대사 자체가 조금 오글거리기는 했지만, 세 사람의 연기는 충분히 좋았고, 많은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던 좋은 연극이었다. 공연기간도 짧고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도 스무명 남짓되는 사람 밖에 없었다는게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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