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었던 한달이 지나고 일주일간의 방학이 왔다. 그 중 3일은 집안일로 바빴고, 지금은 학교일 때문에 또 바쁘다. 온전한 휴가라고는 3일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중 2일은 몇 달 전에 예매해둔 서울 소울 페스티벌과 함께 했다. 기대도 많이 했고, 그만큼 즐겁기도 했고, 실망도 많이 했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페스티벌의 후기를(조금 늦었지만) 써보려고.. 이게 피드백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S2ENT는 이 페스티벌을 져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라본다... 망하지 말아주세요 제발..

 

인증샷은 원래 손목밴드로 하는거..

 

 

 1. 일단 논란이 굉장히 많았던 부분이 타이가의 공연취소. 공연 3일전인가, 비자 문제로 아티스트 측에서 취소를 했단다. 나야 타이가에 별 관심이 없어서 그러려니 했지만, 이런식으로 취소라니, 좀 찝찝하긴 했다. 기다렸던 사람들 꽤 많았을텐데..

 사실 더 큰 문제는 둘째날 공연 당일에 생겼다. 알앤비/소울보다 힙합을 더 좋아하는 친구들이 가장 기다렸던 친구가 Ty Dolla $ign 이었을 것 같은데.. 당일 아침에 사촌동생이 타달싸 트윗을 캡쳐해서 보여줬다. 세상에, 자기 딸 입학식이라 공연 시간을 변경했단다. 그걸 또 당당하게 트위터에 업데이트. 해쉬태그로 #Famliyfirst 이런 것 까지 붙여가면서. 미쳤지. 타임테이블이 하루이틀 전에 정해진 것도 아니고, 입학식 날짜가 하루 이틀전에 정해진 것도 아닌데, 그런 이유로 타임테이블을 변경하다니, 이건 책임감이 없던지 아니면 동양의 작은 나라라고 무시한 꼴 밖에는 안되는 거지. 아마 주최측에 '3시 공연 하게 해달라, 아님 안하겠다.'라는 식의 통보를 했을 것 같다. 타달싸 공연이 끝나고 난 다음 공연 보려고 스테이지 옆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타달싸가 차타고 공항가는데 사람들 우르르 몰려가서 사진찍고 이러는거 보는데 나는 괜히 꼴보기 싫더라. 배알도 없나. 공연도 안봤고, 볼 생각도 없었으면서도 괜히 무시당한 것 같아서 배알이 뒤틀림 ㅋㅋㅋㅋㅋㅋㅋ 게다가 S2ENT측도 딸 입학식을 가족의 '사고'라고 표현해서 공지하면서 욕을 두배로 먹음 ㅋㅋㅋㅋ 사실 이건 그냥 99% 아티스트가 욕먹어야 되는 상황인데, 주최측이 반 이상 뒤집어 썼다. 트윗만 안했어도 욕 덜먹고 넘어갈 수 있는 건데.. 퍼기옹 말대로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가 맞는 듯. 아무튼 타임테이블 변경을 공지하면서 달린 댓글이 죄다 주최측 욕밖에 없어서 답답하기도 했다. 1차로 욕먹는건 타달싸여야 한다고.

 아, BJ The Chicago Kid 때도 문제가 많았던 것 같더라. 얘도 별 시덥잖은 이유로 타임테이블을 변경했는데, 음향이 문제가 많은 것 같았다. 빡쳤는지 그냥 하기 싫었던지 대충 시간만 채우고 나갔더라고. 요즘 애X끼들은 싸가지가 없어.

 

2. 말하는 김에 어이없었던 점을 한가지만 더 말하자면, 갈란트 공연이 좋았다고 질질 쌌다며 소름 돋았다는 댓글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솔직히 갈란트의 공연은 수준미달이었다. 갈란트의 앨범이 좋았고 나도 꽤 많이 들었다. 트랜디한 알앤비를 하면서도 후렴구에 방점을 찍는 또렷한 멜로디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꽤 많다. 아니나 다를까 공연장도 꽉 찼더라. 그런데 라이브 공연은 아직 돈 주고 볼 수준이 아니었다. 뭐 물론 그건 내 기준.

 조금 늦게 갈란트 공연장에 도착하니 저게 탈춤인지 발작인지 발정인지 모를 이상한 행동을 하면서 공연장을 뛰어다니던데, 분명 시작한지 10분정도 지났을 땐데, 하는 행동은 마치 공연 막바지인듯 흥분해 있더라. 그거까진 좋은데, 마이크를 쓸 줄 모른다. 세션과 따로 놀고, 본인 목소리의 볼륨조절도 안되고, 마이크도 쓸 줄 모르는데 혼자 흥분해서 까마귀처럼 까악까악... 음정도 다 나가고 감정선도 다 무너져 있는데, 성대가 무쇠인지 소리는 쩌렁쩌렁... 그리고 사람들은 거기에 흥분하더라. 나는 20분정도 듣다가 음악이 아니라 소음 같이 느껴져서 못 있겠더라. 빠져나옴. 나도 Weight In Gold를 함께 떼창하고 싶었는데...

 

3. 욕은 이정도 하면 됐고, 이제 공연들을 되짚어 보면.

첫째날.

 1) 라디는 생각보다 라이브를 잘 한다. 그런데 목소리가 말랑해서 그랬는지, 한참 더울때 공연해서 그런지 반응은 그저 그랬다.

 2) 어반자카파는 노래를 잘한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라이브는 보증..

 3) 라울미동은 보다 갈란트로 이동하려 했지만 이동할 수 없었다. 내가 십여년전 처음 반한것도 라이브 때문이었지만, 역시 이 형은 라이브형 가수다. 입으로는 노래와 트럼펫을, 한 손으로 타악기를 치며 한 손으로 기타를 치는 서커스에 가까운 연주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10번치면 10번 다 다르게 칠 것 같던 그 소울풀한 기타는... 듣는 내내 행복하게 들었다. 미발표 신곡과 여러 좋아하던 노래를 들려주다 마지막곡은 'State Of Mind'. 이걸로 10분 연주하더라 ㅎㅎ 보지 말까 잠깐 고민했지만, 고민 안하길 잘했다. 입벌리면서 봄.

 4) 에릭베넷은 어릴때 지겹게 노래를 들었으니까.. 들으면 좋을 것 같아서 돗자리 깔고 뒤에서 봤는데.. 잘 하더라. 갈란트 보고 와서 그런지 비교가 더 되더라. 국내에서 섭외한 듯한 백댄서들과 노래하는 스타일을 보니 이 형은 국내 물 좀 먹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익숙한 넘버들이 연달아 나왔지만 메요 호손을 보기 위해 이동함.

 5) 메요 호손은 개인적으로 첫 날 봤던 공연중에 최고로 꼽고 싶은 공연이었다.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던 것이 아쉬울 정도로.. 시작하자마자 밴드연주를 BGM삼아서 무대 뒤쪽 중앙에 자기 잔과 위스키를 셋팅하더라. 이 형은 진짜다.. 범점할 수 없는 진짜 허세남 ㅋㅋㅋㅋㅋ 배우고 싶더라. 홀짝 홀짝 마시면서 노는데, 진짜 잘 놀아 ㅋㅋ 그리고 생각보다 굉장히 슬림하고, 생각보다 굉장히 스타일리쉬했다. 중간에 밴드 연주시켜놓고 위 아래 옷 다 갈아입고 오더라 ㅋㅋㅋㅋ 밴드랑은 오랫동안 함께 했는지 호흡이 굉장히 잘 맞았다. 아, 이래야 라이브 공연을 보는 맛이 있지. Back Seat Lover과 Do It 때는 정말 신났다. 이 공연을 언급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던데, 이 날 이 공연 못 본 사람이 패배자. 사실 같은 시간에 하는 진보공연을 볼 예정이었으나 공연 시작하자마자 떠날 수가 없었다. 이 공연을 많은 사람들이 보지 않았다는게 너무나 아쉬웠다. 그런데 끝나고 진보쪽 스테이지 가니까 사람이 너무 없어서 엄청 슬펐다는 그런 이야기... 진보느님 진짜 좋은데.....

 6) 첫 날 이런 구닥다리 할배가 헤드라이너라면서 욕 많이 먹긴 했다. 스타일리스틱스 얘기임 ㅋㅋㅋ 근데 그 할배들 목소리가 생각보다 괜찮더라. 다음 날을 생각하면서 일찍 뒤돌아서다 You Are Everything나오길래 그것만 듣고 돌아갔다. 나중에 얘기 듣기로는 다들 공연에 감동받고 돌아갔다더라.

 

지금이야 좋아보이지만 진짜 더웠다. 라디.

에릭 베넷 공연 때는 돗자리 펴고 앉음. 다시 봐도 덥다.

갈란트. 사람 정말 많다. 메요 호손. 드럼 옆에 자세히 보면 잔과 굉장히 비싸 보이는 위스키 병이 보인다. 자기도 한 잔 달라고 소리지르는 사람도 있었음 ㅋㅋ

 

둘째날.

 1) 타달싸는 제낄 예정이었고, 보니를 봤다. 둘째줄에서 봤는데, 아.. 무슨 연예인 보는 느낌 ㅋㅋㅋㅋㅋ 사실 라이브로 본게 처음이었는데, 예전에 그 착하고 순수한 모습보다는 약간 찌든(?) 느낌도 있었지만.. 그래서 그랬는지 PUSH 부를 때 와.... 눈을 뗄 수가 없더라 ㅎㅎ 사실 VIBE Stage는 공연 환경이 굉장히 열악했는데, 코러스도 세명 데리고 오고, 꽤 공연에 신경쓴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짬이 좀 있어서 그런지 무대에서 굉장히 여유있어 보였다.

 2) 크러쉬를 봤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페스티벌이 지속되려면 크러쉬 같은 애들이 더 많아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힙합은 대중성을 가진 뮤지션이 다수 생겼는데, 알앤비 쪽은 그렇지 못하거든. 크러쉬, 자이언티, 박재범 정도? 요즘 딘이 꽤 많이 뜨긴 했지만 아직 정규 앨범이 없으니까.. 어쨌거나 공연은 꽤 재밌었는데, 크러쉬 진짜 말을 드럽게 못하더라.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자기는 알았을까..ㅎㅎㅎ

 3) 뮤직 소울 차일드의 공연은 지난번 내한에 이어서 두 번째인데, 지난번엔 발라드 잘 안부르고 몇 곡을 이어서 편곡해서 넘어가더니 이번엔 Love 같은 노래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불러주더라. 그래서 더 좋았음. 근데 이 형 자꾸 공연하다말고 자기 노래 많다고 자랑해 ㅋㅋㅋㅋㅋㅋ 관객들한테 마이크 돌렸다가 잘 못따라하니까 자기 노래 많다고 괜찮다고 ㅋㅋㅋㅋ 그래.. 1집 낼때부터 봐왔는데 벌써 7집까지 나왔으니 뭐. For the night으로 시작해 Halfcrazy, Newness, I Do, If  You Leave, BUDDY, 데뷔곡인 Just Friends까지 좋아하는 노래들은 뭐 거의 나왔던 것 같은데, 143는 죽어도 안 불러주더라 ㅎㅎ 사실 지난번 내한 때 살짝 실망했는데, 이 날 공연은 꽤 만족스러웠다. 뭐, 물론 약간 추억팔이로 +@처럼 느껴지긴 했을 듯.

 4) 그리고 끝판왕 맥스웰이 남았는데.. 기다리다 타임테이블 미뤄지고 바뀌고 하는 동안 하늘에서 소나기 내리고 다 젖고.... 뭐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때.. 그렇게 욕하면서 기다리던 맥스웰인데. 근데 이 형 등장 때부터 범상치 않았다. 세션 등장하는 동안 Prince의 Kiss를 틀어주더니 등장때 태극기 들고 등장 ㅋㅋㅋㅋㅋ 문제는 이 형 성대가 70대 노인... 하아.. This Woman's Work를 부르는데 보는 내가 힘들더라. 그리고 자꾸 음이 높아지면 관객들로 마이크 돌려.... 무성의한건 아니고 진짜 열심히 하는데, 목이 너무 가서 안타깝더라. 그래도 좋아하는 노래는 다 들은 것 같은데, Sumthin' Sumthin', Lake By Ocean, Lifetime, Get To Know Ya, Bad Habits, Pretty Wings, Ascension(!) 등 ㅎㅎ 아, Fortunate도 부르더라 ㅋㅋㅋ 의외였음.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공연 영상에도 세심하게 신경썼다는 것인데, 공연 내내 뮤비와 직접 준비한 영상, 그리고 무대 영상에도 다른 영상을 오버랩 시켜서 틀어줬다. 그리고 그 영상중 하나에서는 그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마틴 루터 킹, 말콤 엑스, 무하마드 알리, 그리고 프린스..가 계속해서 나왔고, 공연 중간에 맥스웰도 무대 조명을 끄고 그 영상을 봐달라고 말하더라. 프린스는 그 유명한 슈퍼볼 하프타임 영상이었다. 사실 맥스웰의 무대에는 프린스를 추모하는 듯한 장치가 많았는데, 오프닝 노래와 영상 뿐 아니라 프린스의 Adore를 직접 불러주기도 하였다. 헐. 나 같은 프린스 빠들 다 감동했겠지. 그리고 추모 영상 중간에 신해철의 사진도 나왔다. 아... 이 형은 진짜.... 사람 감동시킬 줄 아는 형이다. 사실 목소리의 아쉬움은 공연 퍼포먼스와 세션들의 연주로 충분히 커버 되더라. 아쉽지만 만족하면서 돌아갈 수 있었다.

 아, 그리고 맥스웰은 공연 개런티 절반을 관객들한테 나눠줘야해.. 마이크를 계속 관객쪽으로 돌려...ㅋㅋㅋㅋ 그리고 자꾸 노래 중간에 서울, 싸우쓰 코리아 이런거 계속 넣던데... 그만 넣었으면 좋겠어... 노래방에서 여자친구 이름 넣어서 노래부르는 것 같아...ㅋㅋㅋㅋㅋ 아재는 아재지. 나이가 몇인데. 뭐, 그래도 멋있었다.

 5) 맥스웰을 기다리는 동안 엄청난 소나기가 왔는데, 이 때 딘 무대 쩔었다고 하더라. 그 얘기 들으니까 또 배아팠음. 타임 테이블만 변경안됐어도 보러 가는건데. 그런데, 맥스웰 단독공연은 목상태도 훨씬 좋았고 공연이 진짜 쩔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배가 더 아팠음. 무리를 해서라도 갔어야 했나.

 

보니.

크러쉬. 맥주마시면서 앉아서 편하게 봤다. 스탠딩 해도 진짜 재밌었을 것 같았지만 체력 비축을 위해.

앞으론 착실히 카메라를 들고 다녀야겠다. 이제 더 이상 내 아이폰은 카메라 역할을 못하는 것 같아. 뮤직 소울 차일드. 맥스웰은 올릴수도 없는 수준.

 

 

 

 

4. 결론을 내리자면 매번 단독공연만 주최하던 공연 기획사의 첫 페스티벌이라 어리버리한 면도 많았고, 욕먹을 짓도 많이 했지만, 절대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첫날은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둘째날은 진짜 많던데. 계속 흥했으면 좋겠다. 이런 페스티벌이면 난 늘 블라인드 티켓을 구매할 준비가 되어있으니까...

 

 

 

 열흘전에 써놓고 사진 몇개만 첨부할까 하다가 안올리고 이제 올림. 즐거웠다. 이틀이나 가면서 둘째날 끝날 때 쯤 잠깐 사촌동생 만난 것 이외에 어떤 다른 흑덕들도 안 만남. 연락을 해볼까 했지만 더워서 다 귀찮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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